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삽니다
김성환 지음 / SISO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철저한 생계형 프리랜서로 먹고사는 리얼 생존기


제목이 엄청나게 나를 땡겼다. 저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나 또한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 살고 있으니, 상황은 다르지만 제목이 가리키는 대상은 똑같아 보였다. 나는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일을 그만둔지는 504일이다.(벌써 504일이라니, 세고 있었던 건 아닌데 클릭 한 두번만 하면 알 수 있으니)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인가? 그냥 일을 할 것인가?..... 이건 '그냥 일은 해야,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건을 가지고 원하는 일은 취미로 할 수 있다' 로 종결되는 프레임인데. 이 책의 저자는 이 프레임을 깨며 살아가고 있다. 프레임을 깬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거나 생과 사를 왔다갔다할 만큼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어야 하는 일. 저자는 아마도 둘 다이지 않을까.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갔다가 책을 내고. 책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혹은 왔다갔다 하는 마음이 이 책에 고스라니 녹아져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 있다. 나 또한 안다. 이 왔다갔다하는 마음을.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으면 후회를 하게 되고, 뭔가 하나하나 성취하게 되면 보람을 느끼게 되는. 어떻게 보면 내가 마음 먹기 나름이 아닐까. 마음 먹기가 돈 버는 것보다 더 어려운 듯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책은 후반부 들어갈 때까지 포스트잇을 붙이지 못했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고 모두 마음이 가는 내용이었다. 직업이 없어서 대출조차 안 되는 상황도, 계좌의 잔고를 확인하는 습관도, 데이터를 아껴 써야 하는 것도 이 외에도 많은 상황에서 심지어 다시 취업을 해야하나 고민은 계속 하면서도 소신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직장을 그만두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집에 있는 경우 소비 패턴을 정리해 남편과 생활비 협상을 했고, 핸드폰 요금제를 바꿨다. 소비패턴을 생활비에 맞추느라 힘들었던 시기가 떠오른다) 


p.155

나의 확신과 불안에 대해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할 생각은 없다. 이토록 바쁜 삶에서 누군가를 걱정해준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내 삶에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잘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착할 수 있나? 요즘 나오는 책의 트렌드는 날 좀 가만히 나눠, 내 인생 내 마음대로 사는 거야, 부담스럽게 하지마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이 내 삶에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잘 살아가는 것이라니. 저자의 굳건한 마음이 잘 보이는 문구다. 나도 저런 여유로운 마음을 좀 생겼으면


p.240

가치 있는 일은 돈과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하는 거다. 자원봉사가 아니더라도 수입에 괘념치 않는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그래서 모든 일은 가치가 있다. 범법을 제외한 어떠한 일이든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그 일은 가치 있는 일이 된다. 그러나 돈과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정말 어렵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해야하는가 라는 제목에 있는 내용이다. 무슨 일을 해야할지는 대학 졸업하고 나서가 아닌 오히려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 더 혼란스럽다. 결국 나도도 돈이다. 자아실현, 전공의 연장, 경력 쌓기 다 필요 없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12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모든 일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리 되어 버렸다. 그래도 저자는 내가 원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눈물겨우면서도 부럽다.


p.249

"프리랜서를 하다 보면 돈에서 항상 자괴감을 느낀다. 이깟 돈 벌려고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건가?" 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제목에 있는 내용이다. 어느샌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12월에 내 계좌에서 0원을 본 순간 말이다. 저자는 책도 쓰고, 글을 기고도 하고, 강연도 나가며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출판계는 누구나 알듯 성공하기 너무 힘든 곳이며, 기고나 강연도 아직 유명하지 않은 사람에겐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입이 높지 않다. 이 쪽 일들이 일단 유명세를 중요시 하는 곳이기 때문이겠지.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자괴감, 프리랜서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지 5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돈의 액수와 상관없이 기분이 너무 좋았고, 내 전공이 아닌 일이 흥미롭고 재미있어 시작했는데, 프리랜서라는 일이 '적당히' 일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발로 뛰면 일이 더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많이 들어온다고 해도 가사와 육아를 하고 있는 나에겐 큰 부담이다. 그리고 이미 집에서 가사와 육아만 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하는 도중에는 내가 이걸 벌어서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밤을 새면서 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피곤해서 아이의 육아에 소홀해지는 순간, 입금이 되는 순간에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일을 한다는 건 어쩌면 돈이 아닌 나의 존재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하는 것이 본업이 되어 버린다면 일에 대한 가치는 또 변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정말 저자가 느꼈던 사실을 군더더기 없이 풀어내고 있다. 오히려 요즘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세계일주는 기본이며, 산티아고 순례길, 책방같은 작은 가게들...... 나에겐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 나라곤 저런 꿈이 없겠는가? 이런 면에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힘이 대단하다.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결혼도, 아이를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여전히 꿈으로 가지고 있다. 꼭 성공하길 바란다. 진심으로, 성공하지 않아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직장을 힘들게 다니고 있는 사람도,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그만두기 전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직장과 연관되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앞길을 계획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우린 누구나 고민하는 인간들이다. 그러니 먼저 간 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건 어쩌면 당연하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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