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예요
제리 모 지음, 김만희.정민철.구도연 옮김 / 메이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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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상 알코올 중독자는 많이 만나보고, 알코올 중독자 모임도 참관한 적 있지만 가족들의 모임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도 가족들의 모임이 있으나, 일반인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많이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다. 가족 중에서도 자녀들이 말하는 알코올 중독자의 부모는 어떨까?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는 커서 알코올 중독자가 될 확률이 많다는 건 학계의 정설이기도 하고, 실제 그런 가족을 많이 보기도 했다. 저자도 p.9 [왜 중독 가정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어야 할까? 중독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미래에 중독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엄마, 아빠라고 제목을 썼으니 어린 자녀일 거라 생각을 했는데,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는 너무 어렸다. 처음에는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의아했고, 우리나라의 알코올 중독자 가족 모임은 대부분 성인인 경우가 많아서 5살부터 시작하는 아이들이 너무 생소했다. 그리고 아빠 엄마의 알코올 중독에 대해 저자의 프로그램을 하고 나면 너무나도 순수하게 사람과 병을 분리해 생각할 수 있었다. 이 나이 때 뭔가 프로그램을 하는 게 어쩌면 성인들에게 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고,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사실, 술에 대해서 관대하기도 하고, 가족간의 일은 오픈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고, 정말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경찰들도 개입하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수면 밖으로 나온 가족들은 얼마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병원 조차도 가족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급하게 입원하는 경우에 잠깐 그리고 나서는 크게 협조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은 재발율이 매우 놓고, 약이나 자신의 의지만 믿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다. 저자는 알코올 중독의 회복은 가족의 힘이라고 믿는다. 자녀가 알코올 중독 부모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p.153

테사라는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저를 잊어버려요. 전부 다 잊어버려요." 아이들은 알코올 중독 아빠, 엄마를 보면서 아빠가 엄마를 때리거나, 엄마가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집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아빠, 엄마가 떠날 것을 걱정한다. 부모는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도 아이들은 부모를 생각한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알코올 중독으로 힘든 부모가 병원을 가는 것이 자유롭게 보인다는 것,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서 질 높은 프로그램을 받는 다는 점, 아이들이 힘들 때 24시간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점이 부럽다. 알코올 중독 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것이 또 다른 알코올 중독을 예방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매뉴얼이 포함되어 있으니 실무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참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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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하여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주경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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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울증에 빠진 엄마를 위하여 먼 여행을 함께 떠나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 잿빛인 세계를 다시 매혹적인 곳으로 만들어주는 치유의 소설] 이 책 뒤에 있는 책 설명 문구이다. 일단 엄마가 우울증인데 여행을 통해 다시 치유를 하는 내용이라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고, 어떻게 치유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우울증에 빠진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에게 엄마는 천하무적과도 같은 존재이다. 엄마는 항상 내 곁이 같은 모습으로 있을 것만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엄마도 아프고, 늙는다. 우울증이 어떤 건지 잘 아는 나에게도 우울증에 빠진 엄마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저자가 그린 우울증에 빠진 엄마의 모습은 주인공이 슬퍼할 만 하다. p.019 이처럼 친절한 요정 같은 엄마는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라고 생각할 만큼 진짜 엄마와 죽은 엄마 사이의 간격은 매우 크다. 멀리서 온 삼촌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나서 죽었다고 표현한다. p.036 엄마가 먼저 날 버리고 떠나서 내가 울게 되리라곤 단 1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 곁에 있으면서도 나를 떠날 줄이야.....


엄마를 우울증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을 설명한다. 촉발요인인데, 난 우울증이 생물학적인 영향이 크다고 믿기 때문에 삶을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촉발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방아쇠를 당기는 어떠한 크고 작은 요인들이 있다. p.053 그런데 그날 오후 엄마가 불행 앞에서 보여줬던 표현은 사실 건강한, 매우 건강한 것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우울증에 걸리면 일단 기분이 없어진다. 그리고 말도 없어지고 기력도 없어진다. 좋은 일에 좋아할 수 없고, 부당한 일에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냥 계속 슬픈 상태가 지속된다.


이 책에서는 엄마를 우울증에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 일반적인 치료를 선택하지 않는다. 정신과에 가서 약을 타긴 하지만 결국 이 저자가 원하는 건 영계, 영성, 샤머니즘 같은 것이다. 물론 삼촌이 제시한 두 박사의 만남은 완전히 속은 거지만 말이다. 어쨌든 주인공의 아빠가 나타나면서부터 이 책은 반전을 맞는다.


결국 이 저자가 말하려고 한 건 뭘까? 가족의 완전한 합체? 아니면 자신의 뿌리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의 중요성? 아니면 이웃의 참된 의미? 어쨌든 저자의 영계 시리즈의 하나라고 하는 이 [엄마를 위하여]는 엄마가 자신의 뿌리를 찾고, 그 과정을 가족이 함께 해주고, 이웃이 뒷받쳐 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요즘 난 해피엔딩이 좋다. 뭐든 좋게 끝나면 뭔지 모르게 개운하다. 이 책도 그랬다. 심각하게 엄마가 불쌍하게 묘사되지도 않았고, 엄마의 회복의 과정이 지나치게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지 않았고(물론 영적인 무언가에 대한 부분은 소설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란은 불가하다) 우울증에 빠진 엄마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제 기능을 하면서 치유가 되는 과정에서 엄마 뿐 만 아니라 그 모든 사람들이 치유가 된다.


읽어보면 알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중요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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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5년 차, 독서에 미쳐라
조희전 지음 / 북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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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미쳐라]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요즘 그런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육아와 가정에 적응을 하고 나서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던 일이 뭔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는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생각해 낸 게 독서였다. 원래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직장에 다니면서 워킹맘이라 실제 시간도 없었고, 단 몇 권 조차 읽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니, 독서를 한 번 미친듯이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독서라는 게 공간과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일인데 아이를 키우면서 그게 가능할까? 라고 생각했던 나의 우려가 시작과 동시에 한번에 무너졌다. 불가능은 없구나, 아이가 볼 때도 스마트폰을 하는 엄마와 책을 보는 엄마의 모습 중 어느 것이 더 나을까? 게다가 덤으로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저자는 나보다 더 심한 듯 하다. 영어 교사를 하면서도 뭔가 강박적을 책을 읽는 듯 보였다. 영어 교사가 직업인지, 독서가 직업인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로. 그리고 독서에 대해 거의 찬양하듯이 글을 써 놓아 독서가 하나의 종교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이 자신감은 처음에는 적응이 가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내가 독서를 하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것들도 내용에 담겨져 있어서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다.


p.25

퇴근 후 도서관에 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나도 도서관에 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 것도 좋다. 모든 책이 다 내꺼인 듯하고, 책 냄새도 좋다. 저자가 느끼는 감정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나에게도 도서관은 사랑스러운 공간이자 피난처이기도 했으니까


p.45

[한 작가를 파라] 에 나오는 내용도 공감이 간다. 나 또한 한 작가에 꽂히면 그 작가의 책을 다 찾아보는 편이니까. 그렇게 읽고 나야 이 작가에 대해서 알게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봤던 그 한 권이 이 저자의 전부구나.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모든 건 다 복불복이다. 책을 고르는 것 부터가


p.102

[글쓰기는 다듬기가 중요하다] 에 나오는 내용은 내가 요즘 생각했던 내용과 비슷하다. 내가 독후감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쓰고 있는데, 사실 기록의 의미가 가장 크다.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잘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 책을 딱 덮자마자 쓰게 되는 독후감은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독후감을 쓰면서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독후감은 한 번쓰면 다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내가 쓴 독후감을 다시 보게 되면 어색한 문장 그리고 오타 들에 의해 심하게 부끄러워질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정 기간동안 쓴 독후감을 수정하는 작업을 주기적으로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던 차에 이 내용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감이 매우 넘친다. 이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책은 처음인 듯 하다. 좋다, 나쁘다 평할 수 없지만 다소 과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p.109[작가의 삶은 행복하다] 라는 내용에서 출판이 자꾸 틀어지거나 수없이 출판 거절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백 군데에서 나를 거절하더라도 나를 선택하는 단 한 곳의 출판사만 있으면 된다는 문장이 와 닿는다. 어쨌든 결론은 독서는 옳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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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눈물 - 한국 사회의 갑질 보고서
이철환 지음 / 새빛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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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표지를 넘겼는데, 저자의 얼굴과 연혁이 보였다. 공직생활 30년, 이 책은 어떤 방향으로 쓰여졌을까? 그리고 요즘은 찾아볼 수 없는 저자의 사진이 증명사진처럼 박혀 있었단. 순간 조금 선입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도대체 갑질이 뭐야?]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의 갑질에 대해서 거의 모든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각종 통계, 사회적 이슈가 적절히 잘 섞여 있다. 갑질이 생긴 이유에 대해서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뿌리내리지 못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비뚤어진 경쟁신과 엘리트 집단의 탐욕,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재벌 경영체제, 돈이면 다 된다는 졸부근성, 연공서열 위주의 조직문화, 인성을 무시한 스펙 위주의 교육, 왜곡된 여성관과 외모지상주의


p.51

그러나 권위와 귄위주의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권위는 그 가치의 우위성을 공인시키는 능력을 말한다고 한다. 권위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지만 권위주의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어떠한 행동을 하려는 성향을 의미하고, 그 행동이라는 건 갑질일 확률이 많다는 거다.


p.63

열심히 일해서 차도 사고, 집도 사고, 저축도 하고, 결혼하고 이렇게 노동의 대가로 무언가가 주어지는 것, 이게 건전한 자본주의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왜 요즘은 이렇게 되기가 어려운 걸까? 이 문장을 읽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 들어가, 아니 직장에 들어가기 부터 힘들다. 직장에 들어가도 저축을 하기가 힘들고, 단계를 하나씩 밟아 나가기가 힘들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p.69

둘째, 과도한 교육열과 함께 진학 및 취업 위주의 교육방식이 아이들의 인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곳으로, 대학은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곳으로 이 16년이라는 시간을 경쟁과 서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게 아이들의 인성을 해치고 있다고. 모르겠다. 사실 4살 딸 아이의 교육에 대해서 아직은 크게 고민하고 있지 않지만 이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그리고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정치인, 공직자, 법조인, 언론인, 재벌과 금융기관, 프랜차이즈 본부, 노조 간부, 대학교수와 교사, 의사와 간호사, 문화예술인, 체육계 지도자, 블랙컨슈머와 맘카페에 대한 갑질을 설명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종류의 갑질이 다 이 책에 나오고 있다. 이슈가 되는 기사를 통해 책을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잘 쓰여 있다.


그 갑질을 통해 흙수저, N포세대, 무주택자, 비정규직, 자영업자와 가맹점, 독거노인, 독박육아, 장애아, 다문화 등의 사회현상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이 부분을 읽고 있자면 정말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 우울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를 마지막으로 이 책은 끝이 난다. 10개의 방법을 제시한다. 어떻게 보면 모호하고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인데, 누가 이 복잡한 사회 문제에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내가 10개의 방법 중 눈여겨 본 건 교육개혁과 의식개혁이다. 공동선을 향한 창의인성 교육 그리고 나눔과 배려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만 우리도 사회에 들어가게 되면 경쟁 위주의 교육을 시키고, 자신만 챙기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는 눈을 감아버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하고, 연대를 해야한다. 내 아이에게도 나는 저자가 말한 나눔과 배려정신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이 바램이 변하지 않기도 말이다.


정말 보고서처럼 쓰여져 있는 책이다. 여러 모로 활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독서도 가능하고,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쓸 때 인용도 가능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이 책을 가지고 토론도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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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보는 소녀 장애공감 1318
세실 비도 지음, 김영신 옮김, 김주희 해설 / 한울림스페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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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해 보이기도 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또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진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5분도 안 되서 책을 다 읽었는데, 사실 만화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읽었다기 보다는 봤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럼에도 울림이 크다.


특이했던 구성은 철저히 주인공의 시점이다. 주인공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아빠, 엄마와 함께 산다. 그리고 이사간 집에서 친구를 하나 만나게 된다. 주변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대화는 말풍선이 빈칸이다. 주로 얼굴표정이나 아니면 분위기를 느끼고 유추해야 한다. 소리를 듣지 못하면 저렇게 볼 수 밖에 없겠구나. 소리를 듣지 못한 다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이 책의 제목인 소리를 보는 소녀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책을 보면서 말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거나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계속 확인하면서 읽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면 말도 하지 못하는 경우 때문에 시각이 엄청 발달하는 걸까? 어쩌면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눈의 기능이 분산되어 있다가 최고조로 작동하는 걸까? 우리의 눈은 어쩌면 저렇게 예민하고 민감한데, 귀나 입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두드러지면 밸런스가 깨지게 될테니까


아빠와 눈싸움을 하다가 누워서 어떤 교감을 하는 것 같은 장면이나, 엄마가 주방에서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혼자 먹거나, 식탁에 엎드려 있는 걸 바라보는 장면에서 어쩌면 잘 들리는 사람보다 상대방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우리는 장애인을 잘 만나기가 어렵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마 그들이 밖으로 나오기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렵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준비를 해야한다. 만나게 될 상황을 그렇게 때문에 특히 내 아이는 이런 책을 꾸준히 보면서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커가는 세상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밖으로 많이 나와 함께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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