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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뉴욕 삼부작은 그다지 재미있다거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연신 하품이 나오게 만들고, 눈이 반쯤 감기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삼부작은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들어있다. 그래서 나는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뉴욕 삼부작을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뉴욕 삼부작에서 한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쫓는다는 기본구조는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흐르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동시에 핵심이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대립은 쫓는 자에게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빛의 굴절과 반사가 자신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자신을 비추기 시작하자 등장인물들은 생소한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고 놀라워한다. 독자 역시 그 이야기 속에서 함께 당황하고 놀라워하다 보면 어느 샌가 자신이 새로운 한 사람의 추적자가 됐음을 알게 된다.
세 편의 이야기는 도무지 무슨 연관이 있는 지 알 수 없다. 단지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흐릿한 연결고리가 그 가운데 부유하고 있을 뿐이다. 누가 폴 오스터이고, 누가 헨리 다크이며, 누가 펜쇼이고, 누가 퀸인지... 세 편의 이야기는 일그러진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고 있다. -- 2003/1/7
오래된 서평도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요즘 읽은 책들에 대해 쓰고 있는 1000번 서가의 내실을 다져야 할텐데 심력이 지치기 쉬운 나날들과 생활의 무게는 녹록지 않다. 오래된 서평을 올리다 보면 꼭 다시 읽어보고 다시 서평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뉴욕3부작은 반드시라고 할 만큼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폴 오스터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가이고 폴 오스터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을 쓴다. 4년 반 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그 매력을 강변한다. -- 2007/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