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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보영 지음 / 기적의책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미래로 가는 우주선은 SF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접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미래로 가는 우주선과 편지, 어디선가 보았던 조합이다.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이용해 서로의 만남을 어렵게 만드는 장치는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지만 조절하기 어려운 장치이며, 익숙한 조합이기에 상투적이 되기도 쉽다. 그러나 어디선가 보았던 조합에 결혼이 끼어들고, 두 사람이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향해 미래로 내달리기 시작하면서 이 이야기는 자신 만의 색깔과 흡입력을 가지게 됐다.
첨단 기술과 디스토피아의 결합은 주인공 남자의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외로움이 증폭되며 상대방을 향해 닿았는지 알 수 없는 편지들이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이야기가 바라보고 있는 지점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증폭된다. 사소한 기적이 모여서 한 사람이 태어나고, 마찬가지로 사소한 기적이 모여서 살아가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다시 한 사람이 태어나며 삶은 지속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큰 기적을 모아서 두 사람이 만나게 해주려고 하는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궁금증을 쌓으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이렇게 쌓여가는 궁금증에서 발현한다. 미래가 마냥 장밋빛 일거라고 장담할 수 없기에, 당장 내일의 일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미래를 궁금해 하고, 두려워한다. 그래도 미래가 기다려 봄직해 질 때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가 아닐까? 혼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희망이 그나마 내일을, 미래를 기대하게 해준다.
나는 남자의 편지와 발걸음이 나아가는 지점의 끝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지 숨죽이고 마지막 편지까지 읽었다. 거대한 외로움과 지독한 엇갈림으로 삶이 파괴되어 가는 남자의 마지막 편지까지 숨죽이고 읽었다.
이 작품이 탄생한 사연을 들으면서 과연 어떤 작품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었다. 다 읽은 지금에 와서는 궁금증은 사라졌는데, 부러움은 더 커졌다. 프러포즈용 단편소설이라니, 기적의책이라는 출판사 이름에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 이야기의 최초의 독자가 된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그들만의 작은 기적을 모아 온전한 삶을 이루기를, 자주 즐겁고, 때때로 행복하고, 오래도록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