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별이 엄마 지음 / 시아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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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와 다른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시기는 고등학교때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주위에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신체가 장애인 친구도 있었고 발달장애인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었지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같이 어울려놀기도 하고 또 어떨때는 떼어놓고 우리끼리 놀기도 했었지만 

딱히 어떤 의도를 가졌던 행동들은 아니었었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친구와 장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때 한반의 동기녀석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다리한쪽이 불편할 뿐이었지 그 외에는 우리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 날도 그냥 평범한 날이었다. 

점심시간에 교탁에서 몇명이 어울려 뭔가를 하며 놀고 있었다. 

지우개따먹이였는지 뭐 하여튼 그 시절의 고등학생들이 흔히들 노는 그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친구가 넘어졌다. 

별 다른 생각없이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그 녀석이 매몰차게 내 손을 뿌리치는 게 아닌가. 

순간 굉장히 서운했는데 동시에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 친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함부로 도움을 주어서는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 

물론 그 동기녀석은 어릴때부터 많은 일을 혼자서 하도록 의도적으로 연습을 했을테고 내 손을 뿌리친 것도 

몸에 배어있는 연습의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내가 손을 내민 행동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약간의 동정도 없었다면 거짓말일테지만  

따지고 보면 친구가 넘어졌을때 손을 내미는 것은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사건 이후로 장애가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달라졌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함부로 도와주지 않기도 하였다. 

그런데 좀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쯤 도움을 주는 것이 적절한 때인지를 알수가 없는거다. 

나와 그 사람 두사람 모두에게 자존심을 상하지 않으면서도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 시점은 언제인가?  

 

 

이 책의 저자는 아이의 장애를 일찍(?) 발견하고 많은 노력으로 조금씩 치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기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는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발달장애인 녀석 한명이 왔다. 

어머니께서 아이가 자기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서 그냥 말수가 적은 아이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그 수준이 아니었다.  

어머니께서 차마 아이의 병을 말씀하시지 못한 거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아마 당분간은 서로가 짐작만 하면서 조심스레 접근을 하게 될 것 같다. 

언젠가는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게 될 날을 기대하면서 책도 꼼꼼히 읽고 

또 다른 자료들도 보면서 공부를 해야겠다.  

그리고 그 어머니께 이 책을 선물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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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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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에 내가 좋아하는 몇분의 작가들께서  비슷한 시기에 성장소설을 내놓으셨다 

황석영씨가 '개밥바라기별' 신영복의 '청구회추억' 그리고 최인호씨의 '머저리클럽'이었다. 

청구회추억은 읽어본 결과 성장소설이 아니었지만 ㅎㅎㅎ 

머저리클럽은 '개밥바라기별'과는 많이 다른 성장소설이다. 

개밥바라기별이 학창시절보다는 개인의 방황과 그 속에서의 성장에 촛점이 맞춰있다면 

머저리클럽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학창시절의 이야기이다. 

아주 어릴때 멋도 모르고 보았던 '얄개'시리즈를 보았다고나 할까 뭐 그런 느낌을 준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은 정말 소중하다.   

누구나 책으로 써라고 하면 에피소드만으로도 한권쯤은 느끈히 채울 수 있을게다.

나에게도 학창시절은 정말 즐거운 때였다. 

그때는 친구들만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고 무서운 것도 없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일탈을 했던 일들만이 또렷이 기억난다. 

사실 모범생으로 3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도 따분하기 그지없다. 

정해져있는 길로 가는 것보다 정도에서 벗어난 길로 가야 훨씬 즐거운 법이다. 

나의 그 시절도 그러했다. 

담을 넘어 학교밖으로 빠져나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만화방과 당구장을 아지트삼아 많은 짓거리를 하고 다녔다. 

시장 뒷골목 튀김집 골방에서 친구들에게 술을 배운 것도 그때쯤이다. 

공부하다 배가 고프면 막걸리를, 목이 마르면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명언을 남겼던 친구도 있었다. 

야자하다가 목이 마르면 학교앞 슈퍼에서 막걸리 사다가 운동장에서 원샷했던 친구도 있었구나. 

1학년때 우리반은 문제가 많은 정말 꼴통반이었다. 

어느날은 담배피는 학생을 손꼽아보니 안 피우는 학생이 열명이 채 안되는 그런 반이었다.

가을소풍가기 전날 반학생중 절반정도가 동시상영관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를 보았다. 

소풍에서 반대항 씨름에서 우리반이 우승했을때 우리반의 구호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씨름순이다'였다. 

왜냐면 우리반이 성적꼴찌반이었기때문에 ㅎㅎㅎ  

그때 행복해 하시던 담임을 지금 생각하면 좀 불쌍하기도 하다.

 얼마나 까불고 다녔는지 우리반을 꼴사납다고 보고 있었던 제외한 다른반 연합과 우리반이 패싸움을 하기도 했었다. 

야자가 끝나는 시간에 우리를 태우러 오는 승합차는 학교 운동장이 아닌 당구장앞에서 클락션을 울렸고 

반 친구들에게 100원씩 삥을 뜯어서 나이트클럽에 다니기도 했었다. 푸핫 

가끔은 친구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서 인생이니 삶이니 하는 정말 개똥철학을 주저리주저리 했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나름 진지한 부분도 있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와중에 공부라는 것도 했었는데 수학과목은 한번씩 빵점도 맞아주곤 했다. 그게 예의고 의리였다 ㅋㅋㅋ 

 

그런데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을지 어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이기는 한데 학생부선생님에게 야구빳다(빳다라고 써야 제 맛이 난다)로 맞는 것도 싫고 

머리 길다고 바리깡으로 짤리는 것도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리고 제일 싫은 것은 죽어라 공부해야 된다는 것. ㅎㅎㅎ 

그렇게도 외워지지 않던 독일어 디어 데어 덴 디 뭐 어쩌고 저쩌고는 끔찍하고  

왜 수학문제는 봐도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루에 영어 단어 숙어 100여개씩 외어야 하는게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건지 의문이다. 

그래도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잔디밭에 둘러앉아 도시락 나눠먹던 시간도 좋았고 

반대항 축구시합에 죽어라 뛰고 응원하던 시간도 즐겁기만 하다. 

 

지금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여전히 공부는 열심히 안 할테지만 

당구장 만화방 다니던 시간에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분명 그 나이에 읽어야 할 책이 많이 있었으니까... 

나는 그 책들을 너무 일찍 읽거나 아니면 너무 늦게 읽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게 가끔은 슬프기도 하다. 

 

이제는 연락도 되지않는 그때 그 친구들이 가끔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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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범우희곡선 13
차범석 지음 / 종합출판범우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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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라는 장르를 얼마만에 대하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리어왕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희곡의 장점은 군더더기가 없다는게 아닐까싶다.

소설은 작가가 설명을 덧붙여야하지만

희곡은 대사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그려진다.

인물의 감정뿐 아니라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인지도 상상해볼 수 있다.

그게 희곡이 지니고 있는 장점이겠지요.

더구나 이 희곡의 장점중 하나는 지문이 많지않다는 것이다.

많이 않을뿐 아니라 없어도 괜찮을만한 지문도 곳곳에 보인다.

그 지문이 없어도 인물이 화가 나 있는지 기쁜지 슬픈지 다 알 수 있다.

 

내용은 이렇다.

1951년 지리산자락의 어느 마을

마을에는 남자라고는 노망든 노인네 하나뿐이고 여자들은 대부분 과부들이다.

마을은 전쟁중에 국군과 인민군 양쪽에 다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서도 앙금이 있다.

이 마을에 빨치산 하나가 산에서 도망나와 숨어들고

이 빨치산을 숨겨준 여자와 그 사실을 알게 된 여자의 친구

그들 사이에 갈들이 생기고 그 갈등을 임시로 봉합을 하나

문제는 더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되는....뭐 그런 내용이다.

 

이 희곡이 1962년에 공연이 되었다는데 내용을 보면 좀 위험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국군은 무조건 善, 인민군(빨치산)은 절대악이어야 했을텐데

작가는 은연중에 중립의 입장에 서 있다.

중립의 입장 자체도 충분히 문제시 되던 시대였을 것 같은데 공연에 문제는 없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렇게 그다지 길지 않은 희곡을 읽고 나니

파우스트를 읽을 용기가 생긴다.

소설로 옮겨진 파우스트는 읽었으나 희곡 그 자체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제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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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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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어보는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이다. 

남자와 여자사이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기가 재밌는 책이다.

이건 이때까지 보지못한 형식의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메일로만 쓰여진 연애소설 

그래서인지 희곡을 읽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런 형식의 글을 읽다보면 제일 좋은 것은 장면을 하나하나 상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면을 설명해주는 해설은 하나도 없지만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체의 글에서 지금 이 사람의 상황이나 마음상태를 

기꺼이 알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장면이 잘 상상이 안될때가 있는데 

이 책은 오히려 너무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한 여자가 잡지사로 가야 할 메일을 어떤 남자에게 잘 못 보내게 된다. 

그러면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사이버속의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서로 한번 만나고자 하였으나 같은 장소에 있었으면서도 서로 실체는 확인하지 못한다. 

그럼으로 인해 오히려 더 상상속의 인물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되었을까나. 

여하튼 연애는 점점 노골적으로 진행이 되지만 서로 만난 적이 없으므로 불륜이라고 하기에도 좀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 

하지만 남자는 냉정하고 여자는 감정적이다. 

밀고 당기기 게임의 승자는 남자, 여자는 남자가 밀면 밀리고 당기면 끌려간다.  

남자는 정말 선수다. 대단하다.

re와 aw로 연결되어지는 메일의 주고받음은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가... 

 

책의 재미있는 점은 메일로 채팅을 진행한다는 거다. 

메일로 채팅을 진행하면 채팅과는 또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채팅이 즉문즉답의 형태로 즉자적인 대화가 진행되는 반면 메일을 주고 받게 되면 

메일 송신과 수신 사이에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책에서처럼 10분후, 다음날, 40초 후 등등 시간간격이 여러형태로 나타나게 되면서 

두 사람사이에 심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보여진다. 

어떤 날에는 삐쳐서 며칠씩 메일을 안 보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마음이 조급하여 답을 보채는 메일을  

계속 보내기도 한다. 꼭 애인이 전화를 안 받으면 하루종일 전화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이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질문을 해본다. 

소설의 주연들은 한 도시에 살고 있으면서 또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주소도 알고 있으면서 찾아가지 않는다. 

서로 만남을 꺼려하고 있다. 

나도 레오처럼 참을 수 있었을까? 

 

책을 읽다보니 '접속'이라는 영화도 생각이 나고 

피씨통신시절 채팅으로 날밤을 새던 생각도 많이 난다. 

그때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여인네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ㅋㅋㅋ 

 

헤어지고 난 1년 뒤에 두사람이 이메일을 다시 주고 받는다는 내용으로 후속편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누군가의 리뷰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했다 라는 내용도 있는 것을 보니 

사서 읽기는 좀 그렇고 도서관에 들어오면 빌려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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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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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광부는 강을 건너려고 하였다.

아내는 남편을 말리려고 하였다.

광부는 왜 강을 건너려고 하였을까?

도대체 강 건너에는 무엇이 있길래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려 하였던것일까?

학생때 공무도하 시를 배웠을때는 강건너를 피안의 세계니 어쩌니 하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어렴풋하다.

뭐 어쨌던 좋다.

강 건너는 백수광부가 꼭 가고 싶었던 곳인가보다.

그런데 아내는 왜 말렸을까?

좋은 곳이니 오히려 같이 가야하는 것 아닌가?

그 말은 즉 강 건너는 가고싶으나 갈 수 없는 곳을 말하나보다.

그래서 백수광부는 술취한 김에 용기를 내어 강에 뛰어들었나보다.

 

책속의 인물들도 다 그러한가보다.

강 저쪽을 그리워하면서 이쪽에 살 수 밖에 없는 비루하게 사는 사람들

그 중에는 강을 건너봤으면 하는 사람도 있고

강을 건너고자 했다 실패한 사람도 보인다.

이쪽을 저쪽처럼 만들고자 했으나 이제는 그 꿈도 잃어버린 사람도 보이고

강 저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도 있다.

 

우리네 삶도 그런가보다.

누군가는 이상향을 꿈꾸고

어떤이는 현실사회를 이상향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이상향이 뭔지 상관없이 현실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도 있다.

그 대부분은 일상에 안주하여 꿈을 잃어버렸다.

나는 어디쯤일까?

아마 한발은 강에 담구고 언제든지 저쪽으로 뛰어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강 저쪽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문정수에게 강 저쪽은 어떤 곳일까?

장철수에게, 박옥출에게는 어떤 곳일까?

그러고보면 노목희는 강을 건너고자 한 것일까?

백수광부가 아내를 마다하고 강을 건넌 것처럼 문정수를 두고서 떠난 것일까?

 

 

사족. 해망은 아마도 매향리를 말하는 것 같다. 10년전쯤에 매향리를 가본적이 있다. 폭격장소로 제공되었던 섬도 보았고 전투기가 날아가는 것도 직접 목격했다. 그 후 매향리에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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