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이라는 장르를 얼마만에 대하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리어왕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희곡의 장점은 군더더기가 없다는게 아닐까싶다. 소설은 작가가 설명을 덧붙여야하지만 희곡은 대사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그려진다. 인물의 감정뿐 아니라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인지도 상상해볼 수 있다. 그게 희곡이 지니고 있는 장점이겠지요. 더구나 이 희곡의 장점중 하나는 지문이 많지않다는 것이다. 많이 않을뿐 아니라 없어도 괜찮을만한 지문도 곳곳에 보인다. 그 지문이 없어도 인물이 화가 나 있는지 기쁜지 슬픈지 다 알 수 있다. 내용은 이렇다. 1951년 지리산자락의 어느 마을 마을에는 남자라고는 노망든 노인네 하나뿐이고 여자들은 대부분 과부들이다. 마을은 전쟁중에 국군과 인민군 양쪽에 다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서도 앙금이 있다. 이 마을에 빨치산 하나가 산에서 도망나와 숨어들고 이 빨치산을 숨겨준 여자와 그 사실을 알게 된 여자의 친구 그들 사이에 갈들이 생기고 그 갈등을 임시로 봉합을 하나 문제는 더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되는....뭐 그런 내용이다. 이 희곡이 1962년에 공연이 되었다는데 내용을 보면 좀 위험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국군은 무조건 善, 인민군(빨치산)은 절대악이어야 했을텐데 작가는 은연중에 중립의 입장에 서 있다. 중립의 입장 자체도 충분히 문제시 되던 시대였을 것 같은데 공연에 문제는 없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렇게 그다지 길지 않은 희곡을 읽고 나니 파우스트를 읽을 용기가 생긴다. 소설로 옮겨진 파우스트는 읽었으나 희곡 그 자체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제 읽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