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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카민 갤로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글쓰기에 재주가 없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책도 좀 읽어보고 유명작가의 글을 흉내도 내보는 등 노력은 해봤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꽝은 아니고 조금씩 좋아진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아직도 어디에 내어놓을만한 실력은 아니다.
그냥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다이어리처럼 리뷰를 남기는 정도라 보면 되겠다.
나는 말하는 능력도 별로 없다.
아!!물론 말은 많이 하기는 한다. 진짜 말이 많다.
수다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말이 많다고 해서 말을 잘한다는 건 아니다.
나는 달변보다는 촌철살인을 좋아한다.
내 생각에 말을 잘한다는 것은 짧고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외수씨의 작품 중에서 ‘하악하악’은 좋아하고 ‘청춘불패’는 싫어한다.
분명 한명이 쓴 글이지만 하악하악이 촌철살인이라면 청춘불패는 주절주절 달변이었던거다.
그 와중에 이 책이 눈에 확 띄었다.
스티브 잡스
전세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제일 잘한다는 사람이다.
며칠전에도 아이폰 4G 발표를 했다.
아직 동영상을 못 봤는데 빨리 구해서 보고싶다.
이 사람의 말하는 모습을 보니 딱 내가 원하던 거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기존의 많은 실용서(자기개발서)와 별다른 게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내 마음에 쏙 든 이유는 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청중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 것처럼 이 책의 작가도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책에 옮겨놓았다.
아마도 작가 또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에 나온 내용 몇가지를 따져보자.
1장 아날로그 방식으로 계획을 세워라 와 5장 로드맵을 그려라 는 대학 때 무수히 많이 썼던 리포트와 시험답안 작성 때 늘 했었다.
기승전결 또는 서 본 결(잡스는 늘 3으로 대변되는 구조를 좋아했다)의 구조와 얼개를 갖추어 놓고 글의 흐름을 준비하는 것부터가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3단계의 구성은 4단계의 구성보다 간단해보이지만 강해보인다.
2장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라 와 4장 트위터식 헤드라인을 만들어라 도 좋다.
요즘 유행하는 낚시라는 것인데(물론 내용도 없이 제목으로만 주목시킬려고 해서는 안된다)
제목에 모든 것을 담되 짧고 간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3장 목적의식으로 무장하라.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지를 글에 충분히 녹여내어야 한다는 거다.
글에 목적이 없으면 글이 전개가 될수록 지지부진해지다가 어느새 삼천포로 빠지게 되어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이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읽게 만들려면 글 중간중간 계속 목적의식이 나타나야 한다.
9장 숫자에 옷을 입혀라 10장 놀랍도록 생생한 표현을 써라.
구체적이며 생활에 밀접한 비유를 제시할수록 읽는 사람은 끌리게 마련이다.
표현이 날것일수록 글은 날개를 달고 독자의 머리속에서 글이 영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좋은 작가들이 사전을 옆에 끼고 글을 쓰나보다.
13장 절정의 순간을 만들어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이 요동치게 글을 폭발시켜야 한다.
14장 즐겨라.
맞다. 즐겨야 한다.
한동안 리뷰를 못 쓰고 있었다.
왜인지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즐겁지가 않아서였다.
글이 잘 써지고 막 쓰고 싶었던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는 즐거웠다.
책을 읽을 때부터 머리 속에서 리뷰를 이렇게 써야겠다고 문장이 만들어지고 책 읽는게 즐거웠는데,
책을 다 읽었음에도 머리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안 날때는 책이 재미없고 즐겁지가 않아서였다.
지금 이 리뷰는 위에 언급한 대로 쓰고 있다.
우선 노트에 전체 흐름을 끄적대고 순서 정리하고,
다시 종이에 깔끔하게 옮겨 쓴 후에 컴퓨터로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원고지에 글을 쓴다는 어느 작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있다.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는 거다.
자 이제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 제대로 즐길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