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에 [암흑의 핵심]을 읽었습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알려진 소설인데
아프리카가 콩고가 벨기에의 식민지였을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게 되었냐면 저자인 '치누아 아체베'가
'암흑의 핵심'을 자신이 배에 타고 있던 백인이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강가의
흑인이었더라 라고 평론한 글을 읽으면서 아~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외국문학을 접하면 대부분 영미문학 또는 서양 백인 위주의 문학, 아시아로 오면 중국과 일본 문학이
대부분이라 이 외의 나라들의 문학도 접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문학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도
찾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이래저래 해매다가 손에 걸려들었습니다.
아프리카 식민지 상황을 백인의 시선이 아닌 내부자 원주민의 체험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같은 식민지 상황을 겪은 우리나라와 비교해봐도 줄거리는 크게 특별나지 않습니다.
1장은 이보족이라는 동네에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어떤 문화와 생활양식을 갖고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동체문화가 살아있다던지 남성우위의 문화, 농사를 짓기에 농번기와 농한기의 모습, 마을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모두가 모여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등이 보여지는데 한민족의 문화와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조상신에게 제사나 기원을 드린다던지 마을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원로들이 모여 재판을 논의한다던지
결혼식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일손을 도와준다던지 하는 것은 우리네 공동체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주인공이 오콩코는 어떤 본인의 실수로 인해 7년간 마을을 떠나야 하는 유배형을 처벌받습니다.
7년간의 유배생활이 2장에서 진행되는데 이 시기동안 백인들이 조금씩 지역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선교사가 먼저와서 교회를 짓고 전도를 하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조금씩 이탈자가 생기기 시작하고
마을의 문화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7년의 유배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왔지만 마을도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백인들에게 저항해보고자 했으나 예전처럼 마을간의 전쟁으로 해결을 할 수는 없습니다.
백인들은 무력으로 진압하고 법과 재판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원주민들을 억압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책을 읽으면서 유럽제국주의가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때 어떻게 했을지가 눈에 들어오고
우리가 일본에게 식민지가 되었을 때 일본이 어떻게 했는지 비교도 되고는 했습니다.
다행이 우리는 단일민족이라 아프리카 처럼 부족간의 갈등이 없어 일제의 갈라치기 지배방식이
그렇게 먹혀들지는 않았지만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외국문학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게 그 나라 역사와 문화의 배경지식이 있으면 훨씬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것이어서 이번에는 챗GPT를 이용해서 나이지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좀 공부했는데 덧붙여보겠습니다.
1. 작가: 치누아 아체베 (Chinua Achebe)
나이지리아 출신,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로
영문학 교육을 받은 후, 서구 중심의 문학에서 느낀 아프리카의 왜곡된 이미지에 반발했는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그 저항의 시발점인 책입니다.
2. 시대적 배경
19세기 말~20세기 초, 영국의 나이지리아 식민지화 과정이 시대적 배경입니다.
유럽 선교사들과 관리들이 이그보족 사회의 전통을 붕괴시켜가는 시점이 배경으로
이건 단순히 종교 전파나 경제 침탈이 아니라, 존재 방식 자체를 침식한 것입니다.
이그보족(Igbo) 문화는 공동체 중심 문화로 개인보다 가족과 씨족의 명예가 더 중요하고 남성성과 명예를 중시여깁니다.
애니미즘과 토테미즘 계열 신앙이 섞여 있어 여러 신과 조상 영혼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전문화가 남아있어 격언, 속담, 우화 등 말 자체가 힘 있는 행위입니다.
식민지배국 : 영국
기간 : 대략 1800년대 중반 ~ 1960년 독립
지배 방식 : 직접 통치 + 간접 통치 (지역마다 다름)
결과 : 인종, 종교, 민족, 언어 갈등이 구조적으로 남음 (지금도 후폭풍)
1. 식민화 이전 : 나이지리아는 통일된 국가가 아니고 수십 개의 민족과 언어, 자기 방식의 정치·경제 체계를 가진 독립적인 공동체들
예를 들면
북부 : 하우사-풀라니 왕국, 이슬람 기반
서부 : 요루바족, 도시국가와 왕정
동부 : 이그보족, 탈중앙적, 씨족 중심의 수평적 사회
이 상태에서 영국(여기도 영국이 잘못)이 하나의 국가로 묶어버림으로 지금까지도 민족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2. 19세기 : 노예무역 → 경제 식민지화
초반엔 노예무역 중심 (유럽 + 일부 아프리카 세력 공동 작업)
1807년 영국의 노예무역 금지 이후 팜유·코코아·석유 등 자원 수탈 구조로 전환
이때부터 기독교 선교사, 영국 상인, 행정관들이 본격적으로 침투
→ 이게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배경
3. 1884-85년 : 베를린 회의 → 아프리카 분할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를 자기들끼리 나눠먹는데 나이지리아는 영국 소속 확정
4. 1914년 : 나이지리아 식민지 공식 통합
북부 + 남부 + 라고스 보호령 → 하나의 식민지로 ‘합병’하는데
문화도, 종교도, 제도도 전혀 다른 지역을 한데 묶어버립니다.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전략 : 민족·종교 갈등을 이용해서 통치하기 쉽게 만드는 기술이죠.
5. 간접통치 (Indirect Rule) – 북부 vs 동부 차별 전략
북부는 기존 이슬람 체계를 이용해 간접통치
남부/동부(이그보족 지역)는 직접통치, 선교사 중심 교육
이그보족은 서구식 교육과 관료 시스템에 더 빨리 편입되고 근대화는 빨랐지만, 전통 붕괴도 더 빨랐음
소설의 주인공인 Okonkwo가 붕괴하는 배경이 이 지점입니다.
6. 독립운동과 1960년 독립
1940~50년대 : 교육받은 엘리트 중심으로 독립운동
1960년 : 나이지리아 독립
하지만 그 이후에도 민족 분열, 부정부패, 군사 쿠데타, 내전(비아프라 전쟁) 등 식민 통치의 유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공동체를 억지로 묶고, 서구 문명을 강제로 이식하면서 "문명화"라는 이름의 파괴가 일어난 거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 선교사들, 행정관, 법정 제도,
개인 vs 공동체의 갈등, 이 모든 게 그 식민 시스템의 ‘현장 기록’이라고 보면 됩니다.
소설 마지막 문장이 재판관이 자신의 책 제목을 '니제르강 하류 원시종족의 평정'이라고 한데서 보여집니다.
배경을 다시 짚어보면 이그보족은 나이지리아 동남부에 주로 거주합니다.
영국 식민지 시기부터 서구 교육과 행정 시스템에 가장 먼저 편입되면서
교육 수준 높고, 관료·상업계에 진출 많이 합니다.
이것이 다른 민족(특히 북부 하우사-풀라니족) 사이에서 “특권층”으로 보이면서 장차 나이지리아 독립 이후 민족적 긴장과 갈등의 불씨가 되죠.
1차 이그보족 학살 (1966년 북부 지역)
1966년 1월 : 일부 이그보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킴, 총리 포함 고위급 인사들을 암살합니다.
주로 북부 하우사족 지도자들이 타깃이었는데 쿠데타 이후 이그보족 전체의 음모라는 프레임이 생겨버립니다.
그해 7월, 하우사족 중심의 반쿠데타 발생해서 군 내부의 피바람이 불고 그리고 그해 9월부터 10월까지,
북부 지역에서 이그보족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학살이 벌어집니다.
수천 명~최대 3만 명까지 이그보족이 조직적으로 학살당하고 여성과 아이 포함, 길거리에서 맞아 죽고, 불태워지고, 강간당하는데
경찰이나 군인도 방관하거나 가담했다고 합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걸 ‘민중의 분노’라고 했지만, 실제론 민병대 수준의 계획된 보복이었고, 국가가 이를 막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극의 확장 – 비아프라 전쟁
학살을 계기로 이그보족 중심의 동남부 지역이 분리 독립을 선언하고 비아프라 공화국 (Biafra)을 세웁니다.
나이지리아 중앙 정부는 이걸 인정하지 않고 전쟁 개시하는데 이를 비아프라 전쟁 (Nigerian Civil War)(1967~1970)이라 합니다.
약 100만~200만 명 사망, 대부분 기아와 질병으로 죽고 이그보족 지역은 완전히 고립·봉쇄됩니다.
어린아이들이 배가 부풀어 오른 기아 사진은 지금도 전쟁의 상징처럼 남아있고
1970년 비아프라공화국은 항복을 하고 이그보족은 패배, 정치적으로 완전히 고립됩니다.
이그보족은 여전히 나이지리아 정치·사회에서 소외감과 불신을 느껴 “Biafra 재독립”을 주장하는 운동도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대 들어서도 정부와 이그보 분리주의자들 간의 폭력 충돌이 계속 진행중입니다.
나이지리아 석유 분쟁
기름 때문에 사람이 죽고, 자연이 파괴되고, 국가가 썩어버린 이야기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지고 석유는 국가 수입의 90% 이상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석유는 남부 ‘니제르 삼각주(Niger Delta)’ 지역에서 나와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익은 못 보고, 피해만 당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핵심 요약
석유는 나오는데, 지역 주민들은 계속 가난
기름 유출, 환경 파괴로 강·땅·공기가 죽어가고 있고
정부와 다국적 석유 회사들은 돈만 챙기고 무책임
그러다보니 분노한 지역 주민들이 무장 반군이 돼어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