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양장) - 최고의 수학 난제가 남긴 최고의 수학소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이 책은 하나의 짧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러시아의 골드바흐라는 사람이 이런 저런 계산을 하던 중 모든 짝수는 소수 두개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예를 들면 2+2=4, 3+3=6, 3+5=8, 5+5=10, 5+7=12, 19+31=50등이다.

골드바흐는 이에 의견을 구하기 위해 오일러(그 유명한 오일러의 공식의 오일러)에게 편지를 보내 일반적인 성질인지를 물어본다.

이게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몇 개의 수학 난제 중 하나인 골드바흐의 추측이다.

이 소설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기 위한 한 수학자(가상의 인물)의 평생에 걸친 노력과 좌절, 그리고 실패.

한때 수학강사(그래봤자 중고등학교 문제집 풀이수준)였던 나에게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평소 문제적 남자를 자주 시청했던 터라 이런 문제가 주어지면 매우 즐거워했다.

캔캔퍼즐이나 죄수문제, WPC(월드 퍼즐 챔피언쉽)등의 문제는 같이 풀기도 하고 방송이 끝난 후 웹사이트를 뒤져 다른 문제에도 접근해보곤 한다.

물론 풀어보려고 시도도 못해보는 문제도 많다. 어줍짢은 나의 실력으로는. 다만 즐거울 뿐이다.

제목이나 내용에서 수학이라는 압박을 주기는 하지만 내용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수많은 수학자들의 이름이 나오고 가끔 수식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무시해도 책을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 난제를 해결했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어느 한가지에 대해서 평생을 바칠 수 있느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어떤 한 분야에 이렇게까지 몰두해본 적이 없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스스로 이룰 수 있는 목표만을 세워야 한다

그런가? 목표라는 것은 꼭 이룰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것을 보면 어른들은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한다고 철 좀 들어라라고 하신다.

철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학교 때 들었든 노래 중에 내가 철들어 간다는 것은 제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드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철 든다는 것은 한 사람의 몫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말은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돈이 안 되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철이 들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철이 들면 인류는 발전을 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일을 하고 돈이 안 되는 일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다만 그게 당신의 자식이면 안 되는 것일 뿐이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어떤 일에 올인 해본 적이 있었던가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이룰 수 없는 목표를 가져본 적이 있었나?

가져본 적이 아니라 가져볼 계획은 있는 것인가?

목표가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모든 것을 걸고 달려야 할)가 없어 보이고 가져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살고 있으니 살아갈 뿐. 평범한 삶이다.

이건 맞고 틀리거나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나는 단 한번이라도 목표라는 것을 설정하고 온 힘을 다해서 달려보는 삶을 가져보면 참 행복한 삶이겠구나 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떠올린 것은 우리 수학교육의 문제점이다.

내가 왜 문과를 지원했을까? 당연히 수학이 싫어서 이다.

수학은 정말 아름다운 학문이고 삶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학문인데 우리는 너무 문제풀이에만 집중 하다보니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잊어버리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수학 1단원 집합과 명제.

집합과 명제는 논리를 전개함에 있어 꼭 알아야 하는 단원이다.

필요조건은 언제 충분조건은 왜 알아야 하는지 중요하고,

문제를 증명함에 있어 명제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고 역, , 대우를 통해 거짓의 거짓은 참이다 라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나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생각을 논리 합리적으로 전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뇌에 주입시키니 이게 머리에 쑤셔넣었는데 오래 남아있지 않는거다.

순서도라는 단원을 보자. 다들 기억을 할 게다.

예와 아니오를 따라 가면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법.

순서도 문제는 정말 짜증났고 아예 풀 생각을 안하고 버리는 문제였다.

지금 알파고나 4차혁명 또는 광고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알고리즘이 순서도에 닿아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이 자주 물어봤다.

, 수학은 왜 공부해야 되요? 수학은 누가 만들었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이 가르치고 있으니 해마다 수포자는 늘어갈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 뷰티풀마인드와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많이 생각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목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홍준작가는 이렇게 세권까지 쓸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 국보순례를 쓰고 나니 독자들이 후속은 없냐고 보채서

명작순례를 쓰셨고 그러다 보니 이번 책 안목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처음 국보순례를 구입했을 때 재미나게 읽었고

명작순례가 나왔을 때는 아무런 의심없이 저절로 구입을 했고

안목이 나왔을 때는 자연스레 구색을 맞추고자 손에 넣게 되었다.

 

사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때부터 독자였었고

책장에도 북한편(북한편은 절판이라 헌책방을 뒤져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과 일본편을 제외한 모든 책이 고이 모셔져 있다.

어디 여행을 가고자 할 때는 제일 먼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펼쳐

기본정보와 배경지식을 습득하는게 습관이었고 그의 눈길을 따라 나의 발걸음도 옮겨가게 되었다.

 

참 많은 곳을 다녔다.

경상도에 있는 곳은 대부분 다녀온 것 같고 전라도 지방으로 조금씩 발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충청도지방까지 다녀오게 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것 없다.

 

이 책 안목은 국보순례나 명작순례와는 다른 책이다.

이전의 책이 예술품에 대한 설명이 주로였다면 안목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책이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장은 역대 대안목가들을 소개하였다.

추사 김정희라던가 위창 오세창, 혜곡 최순우 같은 이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둘째 장은 뛰어난 안목을 가진 미술애호가들의 수집이야기를 통해 안목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안평대군이나 간송 전형필같은 이들을 소개한다.

 

3장은 회고전을 리뷰하는 장이다.

이중섭탄생 100주년, 박수근 서거 50년, 신영복 서거 1주기전 같은 글들이다.

 

넷째 장은 대규모 기획전에 부친 본인의 전문적인 평론들이다.

 

내가 틈만 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를 찾는 이유는 별 다른게 없다.

바로 안목을 높이기 위함이다.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사실 보는 눈이 없다.

잭슨 폴락의 작품을 보면 이게 뭔가 싶은거지.

안목을 높이고자 한 계기는 어이없게도 군대에서 시작되었다.

군대에서는 수요일에 오전에는 안보교육이라고 해서 정훈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전투체육이라 해서 체육활동을 한다.

오전 안보교육시간에는 흔히 반공관련 VTR을 보거나 하게 되는데

나는 사단장님을 잘 만난 복이 있어서 인가 색다른 것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때 사단장님의 지론이 젊은 청춘들이 군대에 끌려와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무엇인가 좋은 것을 주고 싶으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좋은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를 알려면 좋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수요일이면 시립교향악단의 클래식 공연을 자주 접했고

교향악단이 아니라도 현악4중주라던지 이런 류의 공연을 많이 보았다.

그런가 하면 유명인사의 특강도 자주 듣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인식이 생겼다.

요즘은 TVN에서 하는 어쩌다 어른의 특강쇼도 일부러 찾아서 보고 있는데

괜찮은 강연을 매우 많이 해주고 있고 도움도 많이 된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이 세권의 책은 읽고 읽고 또 읽고 있다.

읽을 때마다 저번에 읽었던 기억은 사라져서 매번 새로 읽는 느낌이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된 작품을 직접 만나러 간다.

글로써 아무리 읽어도 직접 대면해서 느끼는 감정을 따라갈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얼마전에는 이중섭작품 전시회도 다녀왔고

또 지금 진행중인 피카소전시회에도 갈 계획이고

또 다른 어떤 전시회가 있는지 수시로 살펴보고 있다.

안목은 한번에 높아지는 것이 아닐지니 한발씩 한발씩 넓혀갈 수 밖에 없다.

나의 저급한 안목에 소중한 책임에 틀림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종가의 색목인들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 1
표창원.손선영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종가의 색목인들(셜록, 조선을 추리하다 1)

한동안 너무 딱딱하거나 따분한 책들만 읽었더니 머리가 과부하를 호소해서

잠시 순환시키려 고른 책입니다.

게다가 작가가 표창원이라니(물론 추리작가 손선영씨와 협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프로파일러(최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일 유명한 것은 맞죠),

게다가 지금은 현직 국회의원.

이 스펙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선택받고도 남을만한 책이겠죠.

생각해보니 국민학교(그래요, 나 국민학교 졸업한 남자에요)4학년쯤인가 [기암성]이라는

추리소설에서 루팡을 만난 후 추리소설은 한동안 나의 전부였었네요.

루팡에서 시작해서 홈즈로 건너가고 애드가 알랜 포우와 애거서 크리스티를 섭렵하면서

중독에서 헤어나왔던 것 같아요.

요근래는 일본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라 하죠.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가 너무 다작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해보고는 합니다.

책 이야기를 해볼게요.

등장인물

이와선 : 사상의학으로 유명한 이제마의 딸로 등장합니다. 본인도 서자였던 이제마는 딸이

재능은 뛰어나나 조선이라는 시대에서 딸이 능력을 펼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하여 외국으로 유학을 보냅니다. 이와선은 미국에서 간호사가 되어 중국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와선이라는 이름으로 보았을 때 작가들은 아마도 홈즈의 친구이자 의사인 왓슨박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라고 생각됩니다.

알렌 : 조선 후기 갑신정변 때 다쳤던 민영익을 치료해서 명성황후의 신임을 얻었던 그 알랜 맞습니다. 책에서는 제중원의 책임자이자 공사로 나오는데 어디 공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셜록 홈즈 : 한자이름 설록 흠주(洩錄 欽注) 영국의 런던 베이커가 221B에 살고 있던 그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입니다. 실제 코넌 도일의 작품을 보면 1891년[마지막 사건]과 1894년[빈집의 모험]사이에 3년의 공백이 있습니다. 보통은 모리어티 사건 때문에 몸을 숨겼다고 하는데 한국의 두 작가들이 그 공백을 가져왔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작품을 패스티시라고 합니다. 패스티시란 기존의 작품을 차용하거나 모방하는 기법을 말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홈즈 패스티시와 패러디 리스트가 2천편이 넘는다고 합니다.

내직로 : 한성부 부윤이라는 관직을 가진 관리. 한양에서의 살인사건 해결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관리. 원작에서 보자면 런던 경시청 경감 정도로 보면 무방할 듯 합니다.

마롱휘 : 청나라 상해의 어둠을 장악한 남자. 와선을 짝사랑하며 살인자를 쫓아 상해에서 조선까지 찾아옵니다.

이 정도 등장인물 만으로도 책은 충분히 몰입을 강요하네요.

상해에서 조선으로 오는 배에서 한 남자가 위독합니다. 그는 아편과 대마초에 중독이 되어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죠. 이 남자를 와선이 살려냅니다. 외국인이다 보니 알렌이 담당하게 되고 그 즈음에 조선에서는 서양인 여성들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환자인 남자가 셜록 홈즈임을 알게 된 알렌은 홈즈에게 사건을 부탁하고 그래서 홈즈와 와선은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후의 줄거리는 스포이니 과감하게 생략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추리소설이다 보니 꽤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써 봅니다.

그리고 책의 내용상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천지연이라는 등장인물이 중간부터 언급되지 아니 하였고, 주홍이라는 인물 또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살인자의 죽음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묘하게 여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시체는 발견되었으나 부패하여 본인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라는 내용이 있지요.

부제가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1 이니 그리고 책의 말미에 홈즈가 3년동안 조선에서 14건의 사건을 해결했다라는 내용이 나오니 아마 시리즈는 계속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만 작가 중 한명인 표창원씨가 현직 국회의원이다보니 언제쯤 후속편이 나올지는 사실 기약못한다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저의 COLLECTION 또 하나 추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의 운동화
김숨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93학번이다.

93년은 전대협으로 대표되던 학생운동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할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니던 과는 학생운동이 한창이었다.

입학을 하고 보니 92학번과 91학번, 그리고 복학한 89들이 넘쳐나는 시기였다.

2학기가 되니 88, 87, 86학번들이 과를 채웠다.

과방이나 술자리는 항상 시국에 대한 토론의 자리였다.

그러다보니 87년은 한참이나 먼(내가 중2인가 그랬을꺼다) 년도이지만 맨날 듣는 이야기이다보니 멀지도 않은 시절이 되었고, 이한열이라는 이름은 박종철과 함께 가까운 이름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나에게 낯선 이야기가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경험한 것 같은 이야기이다.

이한열의 운동화 복원 이야기

처음에 가졌던 의문은 왜 이한열이 아니고 L이였을까였다.

굳이 익명으로 숨겨야 할 인물이 아니거니와 오히려 이한열이라고 해야 관심을 더 받고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 궁금증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해소가 되었다.

이 책은 87 6월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87 6월 민주항쟁에 대한 내용을 책에서 한번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언급하는 것을 꺼려했다.

87 6월의 역사적 의의라던가 현재적 의미 등등을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식상하거니와 또 언급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라면 나 역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완전히 버려둔 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87 6월을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뜬금없이 86학번 사내의 메일이 등장한다.

너의 운동화였고 나의 운동화인 우리 모두의 운동화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라는 86학번 사내의 질문은 운동화로 상징되는 87년의 시대정신을 묻고 있는 거다.

그때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라고 묻고 있다.

지난 시절을 잊지말아라고, 운동화를 복원하듯이 시대정신을 복원하자라고 말하고 있다.

기다리고 지켜보는 시간이 길지만 그래도 기억해내고 되살려내려는 마음을 버리지 말아라고 이야기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글전쟁 - 우리말 우리글 5천년 쟁투사
김흥식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황산벌”을 보면 고구려, 신라, 백제가 모여 회담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각자 자기 나라 사투리로 말을 하는 장면을 코믹하게 그려놓았는데 그걸 보면서 진짜 궁금증이 생겼었다.

진짜 저 시대에 신라와 백제는 서로 말이 통했을까? 지금의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인데 약간 심한 사투리를 제외하면 아무런 어려움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저 시대에는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거기다 말은 그렇다고 치고 문자는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증.

그 궁금증이 이 책 “한글전쟁”을 읽게 만들었다.

어짜피 삼국시대에 우리의 문자는 없었으니 당연히 문자는 한자가 대신을 했을테지만 말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고유의 신라어, 고구려어, 백제어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신라어로는 지역명칭이 많은데 완산주, 삽양주, 사벌주 등이 그렇다.

백제나 고구려의 말은 매우 낯설다.

금물노군, 이진매현, 파부리현, 사열이현, 갑화양곡현등이 그렇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한자어가 도입이 되면서 우리 언어생활에 많은 부분을 한자어가 차지하고 있다.

나당전쟁 이후 우리민족의 언어생활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고유의 문자나 표기방법을 사용하고자 한 것인데 이두나 향찰등이 그렇다.

국사책에서 배웠던 임신서기석은 서기문식 표기법이다.

한자에는 없지만 우리말에는 있는 조사를 표현하기 위해 생긴 것이 향찰이다.

은 는 이 가 을 를 에 등이다.

향찰의 연구는 신라 향가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대단히 이해하기가 어려워 학자들마다 약간씩의 견해를 달리한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민족은 한자를 대신할 고유의 문자나 표기방식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는데 그 최대의 결과물이 바로 한글 즉 훈민정음이다.

한글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가 누구인지 확실한 문자이다.

하지만 우리가 배웠던 대로 창제당시 반대가 심했다.

흔히 사대주의자라고 알려진 최만리의 상소가 바로 대표적이라 하겠다.

한글을 창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정말 어리석은 백성들이 제 뜻을 알리고자 함에 있어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었을까? 저자는 그 물음에 약간의 의문을 표한다.

첫 번째는 극단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한자발음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한자를 발음하기 위한 발음기호로써의 문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한자음을 기록한 책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해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이다.

어쨌던 한글은 여러 부침을 겪으며 지금까지 우리민족의 문자로 남아있다.

연산군때 없으질 뻔 하다가 살아남은 점은 그렇다고 치고

한글의 가장 큰 논란이자 위기는 아마도 한자병용일 것이다.

지금도 한자병용이나 한글전용이냐, 학교에서 한자수업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로 논란과 토론이 진행중이지만 실상 더 큰 위기가 왔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바로 영어의 침략이다.

지금 우리말에서 영어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으며 사교육의 많은 부분도 영어에 치중되어 있고 영어를 모르고서는 출세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TV에서 영어학원이나 토익시험과 관련한 광고는 이미 많이 나오고 있고 방송에서의 영어는 이제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영어를 못하면 뒤처지는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으며 영어를 섞어 쓰면 뭔가 있어보이는 가보다.

예를 들어보자.

요리법 또는 조리법이라는 우리말(이것도 한자어이지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레시피라는 단어를 쓴다. 레시피라고 하면 왠지 더 있어보이는가보다.

요리사 주방장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셰프라고 하고 고급스러워보이면 럭셔리라고 한다.

럭셔리라고 하면 사치스럽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고급스럽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된 것이다.

바리스타, 로펌, 클리닉, 라운지, 마트, 케어, 힐링, 멘탈등도 마찬가지다.

상품의 제품명은 대부분 영어이고 전자제품을 샀을 때 사용설명서를 보면 죄다 영어라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린이들이 자주 본다는 만화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고릴라 래빗 석대의 버스터 로봇들이 컴바인 오퍼레이션. 필살기 트랜션 플래시로 적을 무찌른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자동차를 보자, 신규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일체형 듀얼 머플러, 하이그로시 변속기 노브 우드 그레인 스티어링 휠, 스웨이드 내장.....

도대체 뭐하자는 것이냐.

한때는 영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유행일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대놓고 당당하게 영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저자는 한글을 지켜내기 위하여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첫째는 조어력의 확보다.

computer 그렇다 컴퓨터다. 그런데 컴퓨터를 우리말로 바꿀 수 있을까

컴퓨터라고 한글로 쓰면 이건 그냥 영어를 읽기 위한 발음기호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또 하나는 번역의 활성화이다.

번역을 할 때 우리말로 잘 번역하는 것이 한글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에서 나온 예를 들어보겠다.

She looked at them with a wishful smile

“여자는 아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로 해석이 되는데 이것을 “여자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아쉽게 웃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아무 차이도 없는 것 같지만 어순 그대로 해석하느냐, 우리어법에 맞게 쓰느냐의 차이다. 당연히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사투리를 살려보자는 의견도 제시한다.

우선 사투리와 방언의 차이를 보자

사투리 :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

방언 : 한 언어에서 사용지역 또는 사회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을 체계

그렇다면 표준말은 무엇인가. 그냥 현대 서울사투리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풍부한 어휘를 살려서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보통을 훨씬 넘는 정도”라는 의미의 부사로 “너무”라는 단어가 있다.

그런데 너무를 대신할 수 있는 우리말을 찾아보자.

무척, 매우, 아주, 대단히, 굉장히, 훨씬, 엄청, 참으로, 정말로, 상당히, 꽤 등이 있다.

당신도 놀랬는가? 나도 놀랬다.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가 있구나.

그래서 작가들이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찾아보면서 다양한 어휘를 구사할려고 하는구나.

우리말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께서 말씀하신게 기억이 난다.

글을 쓸때 같은 어휘를 반복해서 사용하지 말라고, 의미는 같은 단어를 사용해야 좋은 글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사전을 끼고 동어의나 반대어를 자주 보라고 하셨는데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자 이제 또다른 천년이 시작된지 벌써 15년째다.

한글을 창제에서부터 그랬지만 끊임없이 다른 언어문자와의 전쟁을 치러왔고 지금도 치열하게 치르고 있다.

우리의 자랑스런 민족유산 한글.

지켜고 보전,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나와 당신, 우리들의 몫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