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라는 작가가 유명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김영하라는 유명세에 비해 나는 작가의 작품을 읽은게 없다.

그래서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 김영하작가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유시민이라는 출연자와 함께

너무나도 반가웠고 또 궁금하고 설레었다.

나의 설렘은 한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알쓸신잡에서 그는 다른 이들과는 다른 여행을 하곤 했다.

통영에서는 피자를(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먹었고, 강릉에서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독일인가 거기에서는 터키음식을 먹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에서 경험해야 할 문법을 그는 기꺼이 비껴나가고는 했다.

 

그의 프로필을 다시 보니 그와의 접점이 생각났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사내는 어떻게 되었나]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아~이 소설을 쓴 사람이 김영하구나 하고 탄식했다.

물론 소설을 읽은게 아니고 동명의 단편드라마를 보았지만 충격을 주었던 드라마였다.

권해요씨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그 드라마.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내용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늦잠을 잔 주인공은 급히 출근준비를 하지만 면도기는 부러지고 옷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도중에 엘리베이터 상단에 끼여있는

어느 사내를 보게 된다.

시간이 급해 그냥 지나쳐가고 그날따라 버스는 연착인지 어쩐지 오지 않고

회사에서는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발표는 망쳐버렸다.

그날 회사에서 또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안에 갇히는 일이 생긴다.(엘리베이터사건이 먼저인지 발표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우여곡절끝에 엘리베이터에서 구출은 되지만 같이 갇혀있던 여직원이 그를 외면하는 일이 생겼고,

퇴근 후 동료와 술을 마시던 중 그 여직원을 마주치게 되어 왜 그랬는지 물어보려했지만 주사를 부린다고

취급을 해버린다는...그래서 엘리베이터에 낀 사내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말로 끝을 내는 소설.

 

아~이 소설을 쓴 사람이 김영하구나.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길게 김영하라는 작가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이유는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이다.

 

아마도 이러했으리라.

알쓸신잡에서 김영하라는 인물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니 이 사람은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서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다.

이미 작가이기도 하니 김영하라는 작가가 여행산문을 쓰면 꽤 좋은 글이 나올 것 같다라는 출판사의 의도.

 

그렇게 작가에게 제의를 했을테고 김영하역시 여행과 관련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잘 되었구나 싶었을테다.

 

어찌보면 좋은 글이기도 하다.

여행에세이가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여행이라는 화두를 갖고 많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그냥 뭐 그럭저럭이다.

여행을 하면서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책을 시작하고

여행지에서 타자가 되거나 또는 완벽한 현지인이 되거나 하는 심정을 늘어놓는다.

이런 사건에서는 이런 생각을 했고 또 다른 일을 겪게 되면 어떤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올라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된다. 뭐 이런 식이다.

분량마저 214페이지로 누군가를 기다리며, 어디론가에 가는 도중에 읽기에 딱 적당하다.

 

대부분의 여행에세이의 문법을 착실히 따라가고 있지 않은가.

내가 알쓸신잡에서 생각했던 김영하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아 너무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1위가 되어 있네.

나 같은 사람들이 아주 많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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