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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원 -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
허균 지음 / 다른세상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장롱속에 쳐박혀있지만 한때는 사진찍는게 취미였었다.
그러다보니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는데 주로 다닌 곳이 사찰과 서원들이었다.
유명한 곳으로는 옥산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도산서원, 소수서원을 다녔고 그 외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많은 서원을 구경다녔다.
서원만 다닌게아니라 경주향교, 전주향교, 진주향교등도 다녔다.
처음에는 무슨 한옥건축물 구경하듯이 다녔고
[현판기행]이라는 책을 읽은 후에는 현판을 직접보기 위해 꾸준히 다녔다.
건축물을 보았던 것이 시즌1 이라면 현판을 구경한 것은 시즌2이고 이 책을 읽은 후인 지금부터는 시즌3이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보통의 책들처럼 개개의 서원을 하나씩 설명해주는 방식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1장은 서원이라는 것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고
2장은 서원의 정문, 3장은 강학공간, 4장은 사당인 제향공간, 5장 휴식공간 마지막 6장은 정원과 장식 이런 식이다.
그러다보니 서원의 정문에서 병산서원의 복례문, 도동서원의 환주문, 소수서원의 지도문등등 이렇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서원을 처음 다녀보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각 서원별로 해설을 한 관광안내문 같은 서적이 좋을테고 내한테는 이런 책이 제격이다.
더구나 지금까지는 서원의 겉모습만을 보고 다녔다면 이제는 각 서원이 갖고 있는 철학과 사상
그리고 그들이 배향하고 있는 인물에 대한 이해와 공부에 깊이를 더해야 할 때이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과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 분명해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서원에는 기숙공간인 동재와 서재가 있다.
강학공간에서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이 동재 오른쪽이 서재이다.
그렇다면 정문은 어느쪽이 동문이고 어느쪽이 서문일까?
바깥에서 서원을 바라보고 왼쪽이 동문이고 오른쪽이 서문이다.
즉 동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 서재가 되는 셈이다.
왜 자꾸 동문과 서문 동쪽과 서쪽을 강조하냐면 서원을 비롯해서 궁궐등에는 출입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삼문형식이 많은데 가운데 문은 궁이면 왕이, 서원이면 선현께서 출입하는 문이라 하여 그 외의 사람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그럼 출입방법은 무엇이냐? 바로 동입서출(東入西出)이다.
동쪽으로 들어가고 서쪽으로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동쪽으로 들어오고 서쪽으로 나가는 것이 바른 출입방법이라고 한다.
뭐가 다른 것이지?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겠다.
동쪽으로 들어가고 서쪽으로 나온다. 가 아니라
동쪽으로 들어오고 서쪽으로 나간다. 가 바른 방법이란다.
왜 그렇냐면 궁이나 서원의 주인은 왕이나 배향자이기때문에 그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궁과 서원은 들어오는 곳이고 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쪽으로 들어오고 서쪽으로 나가는 이유는 자연의 흐름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해와 달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듯이 인간의 삶과 흐름도 자연과 일치하여야 한다는 조상님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고 각 건물의 명칭이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 알게 되고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차근차근 공부하고 다니다보면 같아보이던 건물들이 이제는 달라보이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맞은편 낙동강과 모래사장을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바라보았던 기억.
도산서원 전교당에 앉아보니 한발 옆으로 움직일때마다 바람의 세기가 달라져서 신기해했던 그 겨울날.
도동서원의 담벼락과 은행나무를 보고 감탄을 했던 그날들.
드라마에서 보았다며 즐거워했던 전주향교에서의 추억.
안목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으면서 한석봉의 글씨라며 감탄했던 옥산서원.
갔던날이 마침 공사중이어서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와야 했던 진주향교
왜 이런 곳에 정자를 짓는지 충분히 알게 된 영남루와 촉석루.
그리고 책에는 소개가 되어 있지만 아직 다녀보지 못한
무성서원(전북 정읍),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돈암서원(충남 논산)을 다녀볼 생각을 하니 마음속이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