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실체 - 내부자가 폭로하는 엔론 파산의 진실 
브라이언 크루버 지음, 정병헌 옮김 / 영진.com

갑자기 이런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엔론의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수천 명의 직원들이 스미스 거리 1400번지에 모여 눈부신 엔론 황소가 51층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수천 명의 직원들이 마치 파티에라도 참석한 듯 이렇게 소리친다. "다섯... 넷... 둘... 하나... 파산법 11초!" 펄럭이는 갖가지 다양한 풍선들이 하늘로 날아오른 순간, 엔론 황소가 바닥에서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토성의 고리에 걸쳐진 커다란 전광판에 불이 켜지면서 이런 글귀가 드러난다. '2001년 엔론 파산!'

짧은 평: 책 내용 중의 한 구절이다. 저자는 엔론 내에서 엔론이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산 증인이다. 그래서 그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름대로 씨니컬한 저자의 글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 내가 이 책을 좋아한 이유며, 분식회계라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객관적인 최대 장점이다. 물론 엔론 파산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읽어보아야 할 책임은 당연.

책소개: 저자 브라이언 크루버는 2001년 12월 3일 엔론(Enron)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을 때 해고된 4,500명 중 한 명이었다. 크루버는 2001년 3월 엔론에 부푼 꿈을 안고 입사했으나, 그후 1년간 주가가 61달러에서 20센트까지 떨어지면서, 미 재계 7위였던 엔론이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엔론의 중역들은 고액의 보너스를 받기 위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부거래와 장부 조작으로 부채와 손실을 은폐하고, 실적을 조작했다. 그러나 이것이 밝혀지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자산매각, 타 에너지 회사와의 합병 등 회생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산하고 만다.

이러한 전 과정을 저자는 내부자의 눈으로, 자신이 경험한 엔론 몰락의 행로를 드라마틱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SK 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기업회계와 투명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요즘, 기업 윤리 의식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 이 책의 내용은 텔레비전 영화로 제작되어, 2003년 1월 미국 CBS에서 '비뚤어진 E(The Crooked E:)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엔론 로고가 글자 E가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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