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 하는 유명·명품 브랜드의 ‘큰손’은 대기업 오너나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다. ‘조폭’이다.

조폭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씀씀이 덕택에 고급 브랜드 매장에서 VIP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이들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어 고민이다. 자칫 ‘조폭 브랜드’로 알려져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조폭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명품의류 ㅁ, ㅂ, ㅈ, ㅎ과 골프·스포츠의류 ㅎ, ㅂ 등이다. 특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거나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제품이 더욱 인기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조폭은 패션과 유행에 민감해 특정 브랜드 마니아가 많다”면서 “미국에서도 명품의 최대 소비층은 갱단”이라고 전했다.

ㅎ사 매장의 한 직원은 “조폭 손님은 짧은 머리와 건장한 체격의 외모에다 보통 부하를 여럿 데리고 오기 때문에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대충 ‘감’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너도 좋고 통이 커서 매장 직원으로부터 환영을 받는다”면서 “단골은 보통 한번에 수백만원어치를 사지만 1천만원 이상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패션업체의 일선 직원은 “조폭은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007가방 같은 곳에 현금을 넣어가지고 와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한번은 단골에게 우수고객관리 차원에서 여러번 전화를 드렸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큰집’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한 패션업체는 한때 본사 차원에서 디자인을 바꾸거나 타깃 연령층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포기했다. 단골이 떨어져나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조폭은 매장에서야 당연히 VIP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고민이 많다”면서 “조폭 브랜드로 낙인이 찍힌다고 찾아오는 손님을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값비싼 명품으로 신분과 경제력을 주위에 알리고 싶어하는 것이 그들의 심리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 이호승 기자, 200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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