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잉 - Know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난 금요일에 엄마가 갑자기 올라오셨다.
보통은 며칠 전에라도 전화로 올라가는 날짜를 알려주시는데
-갑작스러운 상경으로 인해 참혹한 집안꼴을 보이는 것은 서로에게 못할 짓인 것이다-
그날은 오후 4시가 좀 안 된 시각에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지금 기차 표를 끊고
기차를 타러 가는 중이라는 말을 전하셨다.
덕분에 한동안 귀찮다는 핑계로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을 미루던 나와 동생은 비상이 걸렸다.
비교적 행동이 자유스러운 동생은 바로 퇴근해서 청소에 들어갔고
나도 엄마를 마중 나가야 한다는 핑계로 1시간쯤 일찍 퇴근해서 난리법썩.

시간이 좀 남아 뭘 할까 고민하다가 회사 사람이 재미있다고 했던 '그림자 살인'을 예매했다.
저녁을 먹고 야심차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는데 동생이 다른 영화를 보자고 해서
뭘 볼까 하다 결국 선택한 게 '노잉'이다.
셋 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_-;
그냥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니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없는 액션영화려니 싶었지.
정말 포스터에 나오는 미래가 숫자로 예언되어 있었다는 카피가 사전 정보의 전부였다.

1969년 한 초등학교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딱 봐도 뭔가 음침해 보이는 소녀가 등장하고 소녀는 이상한 환청에 시달리며
50년 후 개봉될 타임캡슐에 넣을 편지 앞뒤로 이상한 숫자를 빽빽하게 써넣는다.
그리고 50년 후, 1년 전 아내를 잃고 아들과 둘이 사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등장한다.
뭐 뻔히 짐작할 수 있듯 아들은 50년 전 그 소녀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타임캡슐 개봉 행사에서 바로 그 소녀가 남긴 편지를 받게 된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술을 마시다 그 편지를 보게 되고,
이 숫자가 뭘까 아무 생각없이 대입하다 숫자의 일부가 날짜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 날짜를 검색해본 결과 놀라온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날짜는 세계 어디선가 인명 사고가 발생한 날이었다.
더 놀라온 것은 편지에 적힌 날짜 뒤에 있던 의미불명의 숫자는 죽은 사람의 숫자였다는 것이다.
편지에 앞뒤 가득 적힌 숫자는 날짜와 그 날 일어난 죽은 사람의 숫자였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있었는데 나중에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것이
위도와 경도를 뜻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즉 50년 전의 소녀는 이후 인명 피해 사건이 일어날 날짜와 장소, 그날 죽을 사람의 숫자를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무서운 사실은 거의 모든 날짜들이 과거에 이미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3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이라는 것.

여기까지 쓰고 보니 굉장히 흥미진진해 보인다.
실제로 나도 중반까지는 꽤 재미있게 보았다.
중간중간 너무 뻔한 전개나 장치가 보이긴 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결말로 가면서 점점 사건이 커지길래 저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저러나 싶더니
결국 결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결말을 보고 허탈해서 "이게 뭐야?" 싶었다.
'인디아나 존스4''지구가 멈추는 날'에서도 그러더니 헐리우드 작가들이 요즘 게을러졌나보다.
흥미 있는 떡밥 던져 놓고 사건을 마구 키워서 저걸 어떻게 수습하려나 생각하게 만들더니
결론은 다 외계인에게 미뤄버리니 말이다.
외계인은 헐리우드 작가들에게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란 말인가.
'안 되면 무조건 외계인한테 미뤄!'가 그들의 금과옥조일지도.

덧붙여 니콜라스 케이지 진짜 늙었더라.
나이가 들면 얼굴에 관록이 붙는 배우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니콜라스 케이지는 아직 그렇지 못한 듯.
늙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얼굴을 왜 그렇게 클로즈업하는지.
게다가 아내 잃고 우울증에 빠져 알콜중독끼가 보이는 중년 교수-우주 관련 분야-역이라 그런지
초반 내내 우울한 표정에 구부정한 자세로 어슬렁거리는데 보기 좀 괴롭더라.

굳이 내용이 궁금하다면 비디오로 빌려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기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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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4-2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당결말에 어이를 상실했지뭐에요..
그리고 니콜은 '내 가정을 지키고' '미국을 지키고'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역활을 다 했는데 이제 뭘 할까 궁금하더라구요.
그래도 옛정이 있어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왔다 하면 에지간하면 다 봅니다 ^^;;

아.. 어머니마마님께 혼나진 않으셨나요? ㅎㅎ
=3=3=3

보석 2009-04-28 10:23   좋아요 0 | URL
네, 영화 보고 시간 늦어지고 해서 설렁설렁..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