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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평점 :
총평>
주변에 강추하기엔 5% 부족하다.
기존에 아야츠지 유키토의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책.
부족한 5%는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할 것.
국내에 소개된 관 시리즈를 모두 읽었는데 작품별로 편차가 심하다고 느낀데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암흑관의 살인]이 나에게 있어서 워낙 대형폭탄이었던 터라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먼저, 나는 [수차관 살인사건]의 결말을 꽤 좋아한다.
별로 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없어서 슬프지만,
사건의 트릭이나 이런 것과 별개로 나는 [수차관]의 마지막 한장,
그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그래서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이 환상적인 분위기라는 소개를 봤을 때
은근히 그런 류의 것을 기대했다.
소개를 봐도 갑작스러운 폭설 때문에 머물게 된 저택에
사람들의 이름을 나타내는 물건들이 있고, 그 물건들이 깨지거나 손상되면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시체로 발견된다고 되어 있었다.
뭔가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비주의의 색채가 느껴지지 않는가.
물론 그 신비한 사건들이 과학적으로 나중에 설명이 될지,
또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사건일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극단 '암색텐트'의 단원들이 휴가를 즐기고 집에 가던 중
폭설을 만나 길을 잃고 헤매가 마주친 '키리고에 저택'을 배경으로 한다.
고용인들은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저택의 주인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다.
골동품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저택에 묶게된 9명의 손님-8명은 극단원, 1명은 의사-은
저택 곳곳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나타내는 물건을 발견한다.
이름의 무늬가 들어간 카펫이라던가, 재떨이라던가 등등.
그리고 단원 중 간판 배우의 이름을 나타내는 무늬가 들어 있는 재떨이가 우연히 금이 가고,
다음날 그는 시체로 발견된다.
게다가 그는 '비'라는 동요의 구절에 맞춰 살해되어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스스로 [비숍살인사건]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특정한 시나 노래에 맞춰 살인이 벌어지는 '비유사건'을 소제로 한 소설을 언급하는 등
초반에는 [십각관 살인사건]처럼 다른 유명한 소설을 끌어들인다.
(최근에는 [인사이트밀]에서 이런 식으로 다른 소설들을 끌어들여 추리소설 애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인사이트밀]은 오락성이 강하고 재미있으니 기회가 되면 꼭 보시길.)
내가 또 이런 장치에 약해서 꽤 책에 흥미 있었다.
장점>
신비스러운 장치가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유발한다.
일단 저택에 손님들의 이름을 뜻하는 물건이 있다던가,
그 물건이 손상되면 당사자가 죽는다던가 하는 게 무척 흥미있다.
왜 그럴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단점>
부족한 반전과 설명
아야츠지 유키토의 글들이 항상 완벽한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의 글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좋아한 이유는
뭔가 허술한 것 같아도 하나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부분이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에서는 호기심만 잔뜩 유발하고 설명이 부실하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은..음...솔직히 어설프다.
덧>
"추리소설 애호가들이 출간을 염원해온 꿈의 걸작
'무월저살인사건' 한국어판 드디어 출간!"
이 책의 띠지에 있는 문구이다.
여기서 '무월저'란 원제 '霧越邸 殺人事件'의 한자를 그대로 읽은 것이다.
일본식으로 읽으면 아마 '무월'이 '키리고에'가 되는 것 같고.
첨에 띠지를 봤을 때 제목이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인데
띠지에는 왜 무월저 살인사건이라고 표기했을까 궁금했다.
나중에 다른 블로그의 글을 보다가 이 책이 추리소설 마니아 사이에서 무월저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꽤 회자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출판사에서는 그 '무월저 살인사건'을 기억하던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띠지에 일부러 저런 문구를 넣었나보다.
덧2>
문제는 본문 중에도 '무월저'라는 말이 나온다는 거다;
띠지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본문에 '무월저'라고 나오는 건 잘못된 표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