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할로윈 파티에서 죽다 - 매들린 빈 파티플래너 미스터리
제릴린 파머 지음, 엄진현 옮김 / 해문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총평:
책장은 잘 넘어가는데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는 망설여진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탓에 기존 코지미스터리보다 화려하고 인물들도 독특하다.
나오는 요리도 꽤 먹음직하다.
그러나 추리가 빈약하고, 전체적으로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다.



<알라딘에 소개된 줄거리>
할리우드 스타를 상대로 파티 플랜 업체를 운영하는 매들린 빈과 친구 웨슬리는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는다.
브루노 헌틀리라는 성질 고약하기로 유명한 TV 프로듀서로부터
할리우드 A급 유명 인사들이 전부 모이는 할로윈 파티를 수주받은 것.
귀신이 출몰할 듯 으스스한 파티 분위기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독특한 파티 음식이 차려진 가운데,
파티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초대된 점쟁이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정확한
죽음의 점괘를 손님들에게 알려준다.
재미난 볼거리와 먹음직스러운 먹거리가 가득한 파티는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절정을 향해 가는데, 어디선가 고통에 찬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놀라서 달려간 댄스플로어 위에는 파티 주최자 브루노 헌틀리가 바닥에 누워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통에 일그러진 브루노 헌틀리의 얼굴을 지켜보며 공포에 떠는 사이
그의 숨은 끊어지고 만다.

사건은 이렇게 벌어지고 경찰이 매들린의 친구 웨슬리를 의심하면서
매들린이 개인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책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로 저자가 범죄 수사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는 거다.
시중에 나와 있는 추리소설이나 범죄수사 드라마 한두편만 봐도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현실과 거리가 먼 글은 안 나왔을 텐데.
나도 소설이나 드라마를 본 게 다지만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증언 확보. 그게 뭔가요?

도대체 이 책에 나오는 경찰들은 경찰청 앞마당에 잔디 깔아주고 들어간 사람들이란 말인가.
민간인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하고 돌아다니는데
경찰은 웨슬리를 한번 찍더니 그 이후론 증언 확보에 관심이 없다.
일단 파티에서 사람이 죽었고, 그게 살인으로 판명이 되었다면
참석했던 모든 사람에게 당시 상황을 묻고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게 기본 아닌가?

이 책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에서는 경찰이 조연이고 탐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바보짓도 많이 한다지만 원칙적으로 할 일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동안 많은 추리소설을 봤지만 이렇게 경찰이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처음 봤다.
고전인 홈즈나 포와로 시리즈만 봐도 초동수사는 경찰들의 몫이다.
탐정은 거기서 헛점을 찾아내어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또는 관련자들이 경찰에게 말하기 꺼려하는 부분을
개인적인 친분으로 접근하여 알아내면서 조금씩 단서를 모으는 거고.
그런데 이 소설 속의 경찰들은 참석자들을 아예 조사하지 않는다.
(또는, 적어도 언급되진 않는다)

2.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모르는 경찰

생각을 해보자.
파티에서 사람이 죽었다. 독살인 것 같다. 게다가 피해자는 성질 더럽기로 악명 높다.
그럼 가장 먼저 경찰이 할 일이 무엇일까.
피해자가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 모두 알아내는 것 아닌가? 그리고 피해자에게 원한을 가졌을 사람들을 알아내는 거고.
음식은 사망 당시 바로 옆에 아내가 있었으니 아내에게 확인하고
파티에 있던 웨이터나 참석자들을 하나씩 불러서 피해자가 무언가 먹는 것을 봤는지
그 시간과 음식물을 알아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그 음식에 어떻게 독이 들어갔는지 알아내는 것이 경찰의 일이다.

이 책에서 경찰은 매들린이 알려주기 전까지 피해자가 브랜디를 마셨다는 걸 모른다.
심지어 검시까지 했는데도!!!!(그 검시관은 당장 해고해!)
게다가 브랜디에 독이 있었다는 걸 알고도 누가 그걸 피해자에게 건넸는지,
브랜디가 있던 캐비닛을 누가, 언제 열었는지 확인도 안 한다!!!! 독이 잔에 있었는지 병에 있었는지도.

단지 웨슬리가 저택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피해자와 트러블이 있었다는 이유로
그를 용의자로 지목하더니 자택수사를 하고 독약을 찾아낸다. 그렇게 하려면 그 악명 높은 피해자에게 원한 있는 사람을 모두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3. 용의자 하나 찍으면 수사 끝?

매들린이 웨슬리에게 물어서 파티 중에 적어도 6명이
열쇠를 빌려서 술이 있는 캐비닛을 열었다는 걸 확인해서 경찰에게 알려줬는데
경찰은 이 사람들을 한명도 수사하지 않는다.
아무리 웨슬리가 주요 용의자라고 해도 나머지도 수사하는 게 기본 아닌가.
소설 전개상 하나씩 수사하는 걸 묘사하기 어렵다면
"수사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짧게라도 언급하던가.
 
게다가! 또 있다.
자택수사를 통해 웨슬리의 집에서 독약을 찾아냈으면 그 입수 경로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용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스트리키닌(이름은 기억이 불확실)은 현대에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약품이 아니라며!
그렇게 특수한 경로를 통해서만 입수할 수 있는 독약이라면
거래 기록도 남을 텐데 그건 왜 조사를 안 하는데.
 
4. 남자는 눈으로 말해요?

이건 수사와는 관련 없는 주인공의 연애 문제다.
매들린은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남자친구가 시나리오 작가라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자주 보진 못한다.(그래도 나름 잘 지내는 듯)
그런데 수사과정에 만난 경찰(직급, 이름 까먹음)에게 끌린다.
그의 '파란' 눈동자가 멋있단다.
그 남자가 매들린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믿는 척도 안 해도,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나타나지 않아도 오로지 눈동자 하나로 끌린단다.

어째서? 우리 엄마 말을 살짝 패러디하자면 '눈깔 파먹고 살려고?'
소설 읽는 내내 뭔가 주인공고 썸씽이 있을 것 같긴 한데
도대체 그럴싸한 일이 없어서-마지막에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라도 나타나길 바랐는데-
아닌가보다 했는데 책 마지막을 보니 데이트하기로 했단다.
남자들이여, 눈 관리에 힘을 써라. 써클렌즈나 안약은 필수다.
여기 눈동자색 하나면 다른 조건 다 필요 없는 여자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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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범죄수사 전문가도 아니고 드라마나 소설에
티끌만큼의 문제도 없는 완벽함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독자가 읽으면서 '이건 말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
책장은 술렁술렁 잘 넘어가는데 군데군데 이렇게 턱턱 걸려넘어지니
죽어도 다른 사람에게 권하진 못하겠다.

어차피 소설인데 현실성이나 논리적 개연성 따위 필요 없다면 구입해도 좋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당장 백스페이스를 누르시길.

<덤> 원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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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2-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경..경찰청 앞마당에 잔디 깔아주고. 데굴데굴
지적하신 부분처럼 말도 안되는건 아무리 소설이지만 곤난하지요. 추리물에 빠삭한 사람일수록 더 그럴 것 같은데요. 하지만, 독특한 배경과 화려한 인물은 궁금하네요.

보석 2008-12-01 17:37   좋아요 0 | URL
'기존 코지미스터리보다'에 주목하셔얄 듯. 국내 소개된 코지미스터리는 어째 죄다 작은 시골마을, 양로원, 소도시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요. 등장인물 중엔 죽은 피해자가 제일 특이합니다.
사실 책장은 정말 술술 잘 넘어가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되냐 싶어 뒷목 잡는 일만 없었으면 꽤 호의적으로 리뷰를 쓸 수도 있었을 듯. 그러나 하이드님 취향과는 거리가 멀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