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례1
우리 부서 바로 옆에는 영업부가 있다.
얼굴은 아침 나절에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영업부다.
(덕분에 하루종일 조용)
인원구성은 30대 남자가 대부분이고 그들을 경리쪽에서 지원하는 20대 여직원이 하나 있다.
그래, 남자들 우글우글한데 여직원이 하나라는 게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또는 남자 위주다보니 군대적인 위계질서가 잡힌 마초들의 세계라는 게 문제였을지도.
아니면 영업을 하다보니 접대다 뭐다 술자리가 잦아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하루는 출근을 했는데 30대 중반 과장님이 20대 중반 여직원에게
"확 뽀뽀해버린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다.
뭐..한번이면 기분이 나빠도 그냥 지나가겠는데 이후로도 계속
"농담이 아니라 진짜야" 이딴 말을 계속 하는 거다.
자기딴엔 농담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옆에서 듣는 나도 참 기분 나빴다.
나중에 슬쩍 물어보니 여직원이 많이 놀라고 기분도 나빴다고 한다.
2. 사례2
위와 같은 부서에서 또 일어난 일.
전날 늦게 자는 바람에 너무 졸려서 출근해서 비몽사몽하는데 갑자기 큰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들어보니 영업부 책임자인 부장님이 큰소리를 내고 있다.
"어리고 이뻐서 그런 건데 왜 사람 이상하게 만들어!"
"뭐? 만지지 말라고? 너 좀 이상하다"
이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자기 자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앞으로 너한텐 공적인 일 아니면 절대 이야기 안 한다"고 선언했다.
세상엔 <찌질이들을 위한 표준 지침서>라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어쩜 저렇게 반응도, 하는 말도 비슷한지;
3. 더 절망적인 사실
점심을 먹으면서 내가 흥분해서 저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부서 남자직원은
내가 왜 흥분하는지 모르는 눈치다.
저거야 말로 성희롱 아니냐며 다시 흥분하니까 그제야 수긍한다.
그러나 절대 깊게 공감하지는 않는다.
남자들이 '지식'으로 알고 있는 성희롱의 개념과
실제로 체감하는 성희롱 사이에는 바다 만큼의 차이가 있는 듯.
4. 우리에게 필요한 것
실질적이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성교육이 정말 절실하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된 후 착상해서 태아가 된다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버스 안에서 변태를 만났을 때 대처법,
직장 내 성희롱범을 유연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남학생들에겐 성희롱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머릿속 깊이 새겨줘야 한다.
이번 일로도 느꼈지만 이 문제는 정말 답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