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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이것은 하이틴 소설?
일본 소설의 세계는 그 폭이 넓어서 참으로 독특한 소재 독특한 글이 많은 듯하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아카쿠치바 전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하이틴 소설 삘 나는 표지와 소개에도 뭔가 다른 게 있으려니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다.
쯥...괜히 기대했나보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나역시 한없이 좁은 취향의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거기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솔직히 말해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은 24살만 넘으면 읽기 닭살스러운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정도가 읽으면 딱 좋을 내용인 것 같고.
아마도 서평단일 게 분명해 보이는 다른 독자들의 리뷰를 보니
애써 좋은 말을 하기 위해 과거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말을 하긴 하는데
과거의 추억은 무슨...다 거짓말이다.-_-;;
수녀가 새운 기독교재단의 성마리아나 학원, 정재계 집안의 딸들로 이루어진 우아한 세계,
거기에 학생들을 이끄는 학생회, 사진부, 연극부, 독서클럽의 4개 집단.
1년에 한번씩 뽑는 '왕자님'....켁;;;;
애초에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학생회가 갖는 권력이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사진부나 연극부 같은 동아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아웃사이더들의 집단인 독서클럽의 존재........
클럽 내에 전해지는 비밀의 노트....
이어지는 사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책을 뒤져 이름을 찾는 수고는 생략)
제1장 가라스마 베니코 연애사건
가라스마 베니코는 귀족의 사생아로 어머니가 갑자기 죽자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외모는 귀족인 아버지를 닮아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오사카 사투리에 소심하기 그지 없는 베니코.
그런 그녀가 자만심에 가득한 소녀들의 세계에 받아들여질리 만무하다.
결국 베니코는 외롭게 자신을 받아줄 사람을 찾다 독서클럽에 이르게 된다.
독서클럽의 현재 회장은 머리는 좋지만 졸부 아버지를 닮아 추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게 컴플렉스이다.
자신을 배신한 연극부 회장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독서클럽 회장은 베니코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바로 '왕자'의 가능성.
왕자란 여학교의 아이돌적인 존재로 일종의 유사연애의 대상이며 연극부에서 뽑히는 경우가 많았다.
독서클럽에서는 베니코를 왕자로 만들기 위해 그녀를 철저히 다듬고 작전을 수행한다.
결국 빛나는 정통 왕자에 맞서 불량청년의 이미지를 내세운 베니코가 왕자에 뽑히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제2장 성녀 마리아나 실종사건
성마리아나 학원 설립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종교적이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던 미셸은 '신은 없다'고 외쳐 아버지를 기함하게 하고 가출한다.
반대로 마리아나는 독실한 크리스챤으로 자라 수녀가 되기 위해 파리에 올라온다.
사이가 좋은 남매인 미셸과 마리아나는 종종 만나 대화를 하는데
마리아나는 어느 날 자신의 꿈이 동양의 나라에 가서 포교활동을 하고 학교를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리아나가 꿈을 이루기 위해 출발하기 전날, 미셸의 친구가 와서 미셸이 중병을 앓고 있다고 전한다.
마리아나는 고민 끝에 미셸을 찾아가고 미셸 대신 자기를 데려가라 기도한다.
다음날 눈을 뜬 미셸이 본 것은 싸늘하게 식은 누이의 시체였다.
미셸은 여동생의 못다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수녀복을 입고 미지의 나라로 향한다...
제3장 기묘한 손님들
세월이 흐르면서 졸부의 딸들이 성마리아나 학원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조신하고 전통을 강조하는 아가씨들의 세계에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학생회를 점령한다.
학생회실에 미러볼을 설치하고 파라파라 춤을 추며 학원을 장악한 그들.
그러나 그들은 학생회의 계략에 밀려나 권력을 잃게 된다.
최종적으로 남은 3명의 리더는 독서클럽에 스며들게 되는데...
제4장 초저녁 별
혼혈아로 타는 듯한 붉은머리를 가진 소녀는 수줍고 말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독서클럽에 있던 성마리아나의 향수를 맡고는 갑자기 변했다!
붉은머리를 부풀리고 이마에 은빛 별을 붙인 그녀는 록스타가 되어 학원을 점령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소녀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그녀는 학원의 왕자가 되는데...
제5장 관습과 행위
시대가 다시 변했다.
그즈음 학원에는 '부겐벨리아'라는 미지의 인물이 화제이다.
부겐벨리아는 엄격한 수녀님들에게 빼앗긴 MP3이며 각종 물건들을 교무실에서 훔쳐내 학생에게 돌려주는 인물이다.
항상 부겐벨리아 꽃을 남기기 떄문에 소녀들은 미지의 존재를 '부겐벨리아'라고 부르며 공경한다.
한편 독서클럽이 있던 오래된 건물은 붕괴직전이 되어 마지막으로 남은 클럽 회원은
철거를 위해 정든 클럽방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러고서야 그녀는 알게 된다.
자신이 별생각없이 한 행동이 혼 학원에 소문이 나 있고 모두둘 그녀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을!
<빨간 별꽃>을 읽고 별 생각없이 한 행동이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이야...
이런 걸로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현실과는 1그램의 연관도 없는 이런 판타지한 스토리에서 말이다;;
차라리 고정적인 독서클럽 인물들이 학교 내에 일으킨 사건들만 다루었다면 뻔하긴 해도 나름의 하이틴소설의 미덕이 있었을 텐데
시간적으로 차이가 있는 사건들을 띄엄띄엄 나열하고 있으니....
게다가 하이틴 소설다운 귀여운 맛도 부족하다.
그러고 보면 <아카쿠치바 전설> 역시 3대에 걸친 사건을 다루고 있으니
작가가 그런 서사구조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이 보기엔 어정쩡한 하이틴 소설, 막상 하이틴이 읽기엔 어정쩡한 일반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