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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시라쿠라 유미 지음, 신카이 마코토 그림,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약속할게, 스나오. 언제까지나 널 지켜주는 꿈을 꿀게."
번역을 하는 엄마와 2살 어린 남동생 기미히코와 사는 소년 사쿠의 10번째 생일.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엄마는 저녁 때 사쿠가 특별히 좋아하는 크림스튜와 직접 만든 초콜릿케이크를 준비하기로 했고,
여자친구인 스나오와는 수영장에서 첫 번째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공부는 그럭저럭이지만 누구보다 축루를 잘하고 활달한 사쿠는 학교의 인기인이었다.
그날, 8월 첫째 주 수요일인 2일까지는 그랬다.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스나오에게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데이트를 하고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해 길가 벤치에서 깜빡 잠이 든 사쿠가 눈을 떴을 때는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스나오는 사쿠 없이 혼자 어른이 되는 고통을 견뎌야 했고, 동생은 이미 훌쩍 자라서 축구부의 주전이 되어 있었다.
사쿠 혼자 10살 어린애 그대로였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널 지키기 위해서 꿈을 꾼다>는 잔잔한 동화 같은 소설이다.
또한 홀로 성장하지 못한 소년이 뒤늦게 혼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은 파스텔톤의 수채화를 그리듯 시종 잔잔하게 흘러간다.
반짝거리는 금가루를 뿌린 듯 빛나는 10살 생일 아침에서 갑자기 칠흑색이 되어버린 7년 후의 생활까지.
이 책이 미스터리였거나 SF였으면 좀 달랐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성장소설이기에 오로지 주인공의 내적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왜 갑자기 주인공이 혼자 7년의 세월을 건너뛰게 된 것인지"에 대한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도 않는다.
독자는 사쿠와 함께 느닷없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내던져진 채
사쿠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느낄 수밖에 없다.
마음속에는 "어째서 이런 일이?"라는 의문을 품은 채.
가볍게 잘 읽히는 책이라 손에 들자마자 끝까지 다 읽긴 했는데 읽은 후에는 약간 허무함이 남는다.
아마 엔딩이 반쯤은 오픈엔딩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색다른(황당한?) 초반 설정에 대해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고.
무엇보다 아쉬운 건 강한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너무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한 설탕과자를 먹은 기분이랄까.
모름지기 맛있는 음식은 짠맛, 매운맛, 신맛, 쓴맛이 고루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다.
잘 읽어지지만 조금 아쉬운..그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