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테메레르 2권을 예약구매햇더니 덤으로 따라온 책이다.
아무리 영화 <스타더스트>가 말아먹었다지만 신간을 이렇게 내놓다니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월 마을은 조금 특이한 장소이다.
마을 동쪽에는 높은 벽이 있고 그 벽에는 작은 문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문지기를 한다.
그들의 임무는 누구도 그 벽 너머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
철통 같은 경비를 자랑하는 그 벽 너머로 사람들이 가볼 수 있는 것은 9년마다 1번씩 장이 설 때다.
9년에 한번 벽 너머에 장이 서면 온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그 신비한 장터에서 기묘하고 색다른 물건을 사고 가끔 인간이 아닌 존재와 인연을 맺기도 한다.
바로 18년 전의 누군가처럼.
트리스트란은 본인은 모르지만 그런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결합으로 태어나 인간계로 건너온 존재이다.
18살이 된 트리스트란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빅토리아에게 홀딱 반한 상태로
그녀에게 자신과 결혼해달라 키스해달라 애걸복걸하며 말도 안 되는 허풍을 늘어놓는다.
그런 그에게 빅토리아가 내놓은 숙제가 바로 막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별을 가져오는 것.
이 임무만 해낸다면 빅토리아는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기로 약속을 한다.
이 약속에 고무된 트리스트란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그날로 짐을 싸서 별똥별을 찾아 벽 너머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읽으면서 참 신기하단 생각을 했다.
지극히 동화적인 세계인데 가끔 일어나는 사건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그 격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장에서 트리스트란의 아버지(어제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가
장터에서 우연히 만난 보랏빛 눈의 멋드러진 아가씨와 격하게 섹스를 하는 장면은 보들보들한 동화를 기대했던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그 장면이 포르노 같진 않았지만 말이다, 적어도 동화에서 있음직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트리스트란이 별똥별을 발견해서 수갑으로 자신과 묶어둔 것을 가지고
별똥별이 두고두고 그를 원망하면서 투덜거리는 모습이라던가
주인공을 지키려던 유니콘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모습, 나쁜 마녀의 저주로 염소로 변했던 소년이 결국 죽는 장면 등은 놀라웠다.
물론 이때의 놀라움은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참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고
그렇다고 무슨 깊은 고민거리를 주거나 철학이 담겨 있냐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토리가 굉장히 복잡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별똥별을 쫓는 3무리가 있지만 사랑을 추구하는 트리스트란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왕자들이나, 젊음과 힘을 추구하는 마녀나 참으로 단선적이다.
이렇게 3무리가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면 서로 얽혀서 좀더 복잡한 상황이 될 법도 하고,
실제로 조금씩은 얽혔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어찌나 단순하게 쉽게쉽게 나버리는지.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참 평면적인 느낌의 책이라는 것이었다.
등장인물도 사건도 있는데 너무 밋밋했다.

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해설자도 언급했던 죽은 유니콘의 시체를 마녀가 잔인하게 처리하는 모습과
마녀가 자신이 걸었던 저주 때문에 결국 별똥별을 놓쳐버리는 장면,
모든 힘이 다해 초라하게 늙어버린 마녀가 마지막에 별똥별을 만나 처음에는 너의 심장이 환하게 보였는데
중간에 있었던 사건 이후 네 심장이 점점 보이지 않더니 이제 사라졌다고 하자
별똥별이 자신의 심장은 이미 트리스트란이 가져갔다고 답하는 장면이었다.
(사랑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

매우 쉽게쉽게 읽어지는 책이고 자잘한 재미도 있지만 현실과 환상 사이의 기묘한 불균형과
설명되지 않는 몇 가지 의문들-트리스트란은 왜 길을 잘 찾게 되었나, 모자를 쓴 사나이의 정체는?- 등 아쉬움으로 남는다.

덧:별 클릭이 안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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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12-1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책 못봐요~. 체질적으루다,,(음 말 안되나???ㅎㅎㅎ)

보석 2007-12-18 14:16   좋아요 0 | URL
취향의 문제는 어쩔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