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혼자서라도 봤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음, 보고 싶은데...'이러다 보면 이미 상영 끝.
그렇게 해서 놓친 영화가 한둘이 아님에도 딱히 아쉽다 생각도 안 드는 것이
나날이 내공을 더해가는 귀차니즘 때문일까.
지난 주말에 '어거스트 러쉬'를 봤다.
마침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겼는데 무난하지 않을까 싶어 고른 영화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상당히 재미있었다.
영화는 록그룹 보컬인 아버지와 첼리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천재소년이
'음악을 하면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고아원을 나와
거리를 전전하다 갖은 기연을 만난 끝에 결국 소원을 이루는 스토리다.
사실 저 '기연'이라는 부분에 밑줄을 좀 치고 싶다.
얌전하게 저렇게만 표현했지만 사실 저 부분은 많이 과장되고 억지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천재소년이라지만 그 재능은 좀..천재라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렇지만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과 그 엇갈림,
실연의 상처로 자신의 재능을 부정한 두 남녀가 결국 음악이라는 운명에 따르는 모습,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악이라고 말하는 천재소년과 그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모습,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소리와 음악의 향연은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영화 시작 부분에 바람이 풀숲을 스쳐서 나는 사그락거리는 소리나
주인공이 처음으로 뉴욕에 나와 듣는 온갖 도시의 소음이 어우러진 음악,
작은 손으로 기타를 두드리고 튕겨서 내는 연주,
록그룹의 반주와 어우러진 첼로 연주는 귀를 즐겁게 했다.
줄거리가 조금 유치하긴 해도 보는 내내 귀가 즐겁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볼지도 모르겠다.(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