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오래 전부터 다이어트는 엄마와 나의 공통된, 그리고 가장 큰 관심사였다.
작년 봄에 병원에서 처방받은 다이어트약으로 꽤 효과를 보았으나 요즘들어 요요현상으로 괴로워하고 있던 차에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딸, 체중 관리는 잘하고 있나?"

"몰라."(이미 요요현상으로 스트레스 작렬)

"이번에 내가 병원에서 새로운 약을 처방받았는데 말야, 이게 하루에 한번 먹는 거거든."

"오, 그래?"(솔깃)

"근데 약이 너무 독한가봐. 이틀 먹고 거의 열흘 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네. 갑자기 너무 우울해서 정말 세상 살기 싫었는데 생각해보니 약 때문이었나봐."

"아니, 무슨 약이 그렇게 독하데?"

"그러게 말야. 그래서 말인데 약이 좀 남았는데 니가 먹을래?"

"..."

나는 가끔 생각한다. 엄마는 나를 미워하는지도 몰라.


2.
모처럼 '밥'를 해볼까 하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슈퍼에 가서 밑반찬 몇 개 사고 된장국 끓이고(맛은 좀 없었지만) 룰루랄라.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고기도 좀 굽고 자 이제 밥을 퍼볼까 하고 밥솥을 열었는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생쌀이 방긋방긋 웃는다.
아놔;;;
밥 한다면서 물을 붓지 않고 생쌀만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른 거다.
바보 같은 밥솥아! 물도 안 넣었는데 뭘 혼자 그렇게 칙칙거리며 돌아갔던 거냐!
그런데 이거 40~50대 아주머니들이 '혹시 치매?'라고 생각하는 단골메뉴가 아니던가?
나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아직 30대 초반인데...
휴일 저녁이 그렇게 지나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7-1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살 빠지는지 내가 함 먹어볼까요?

인체실험 마루타 교주 :)

보석 2007-07-18 14:43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좀 솔깃하긴 했답니다.^^;

Mephistopheles 2007-07-19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작게작게 님의 재림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됩니다.

보석 2007-07-19 10:23   좋아요 0 | URL
칭찬이라고 믿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