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사상’ 역사속으로 [2005. 1. 18]
‘출판의 언론화’를 기치로 1997년 1월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저널룩 ‘인물과 사상’이 출간 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인물과 사상’을 발행하는 도서출판 개마고원은 올해 1월 통권 33권을 끝으로 종간한다고 17일 밝혔다.
인물과 사상은 당시 금기나 다름없었던 ‘실명비판’이란 원칙을 견지하며 우리사회의 성역을 깨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개마고원은 최근 나온 제33권 사고에서 “그동안 ‘인물과 사상’의 마당에서는 우리 시대의 주요 인물에 대한 비판적 조명이 시도돼 많은 논쟁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작으나마 그러한 나름의 역할과 소임이 있었음을 기쁘게 생각하며, 미력하나마 이를 감당코자 노력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물과 사상’ 1권부터 25권까지 6년6개월간 혼자서 이끌며 1인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전북대 강준만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3권 머리말 ‘인터넷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종간사를 대신했다.
그는 “인터넷이 활자매체의 목을 조르고 있다. 신속성과 영향력, 만족도 등 모든 면에서 책은 인터넷의 경쟁상대가 되질 않는다”며 “지난 몇년간 그 이전과는 달리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는 책이 대중의 호응을 얻은 건 거의 없다. 인물과 사상은 그런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터넷 글쓰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은 너무 비대해졌고 금력과 권력의 눈독이 집중되고 있다”며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 우리시대 오프라인 행위마저 규제하는 ‘규범테크놀로지’ 로서의 위상을 갖게됐다는 점”이라고 인터넷에 대한 경계를 내비쳤다.
그는 또 “이른바 ‘개혁주의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선악 이분법을 구사하는 것 보고 경악했다”며 “모든 생각이 나와 비슷했던 사람들까지 그 이분법 전쟁에 열혈전사로 참전하는 걸 보면서 나는 더욱 경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말미에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이른바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 절대 다수의 생각과 충돌할 때엔 나의 ‘퇴출’만이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라며 ‘인물과 사상’ 종간의 변을 대신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