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20.


나이 서른에 접어들면서 돈 한 푼 모아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부랴부랴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었다. 이게 지난해 말 무렵이었다. 장기주택마련저축 통장을 만들고 주택청약부금인지 적금인지도 가입하고, 보험에도 들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잊고 있었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돈들이 막연한 내 미래를 빛나게 하리라는 역시 막연한 꿈만 꾸면서.
그리고는 일년이 흘렀다. 올해는 10억 만들기 열풍이 지나갔다. 왠지 뭔가에 뒤쳐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열심히 저축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성취감이 없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또 막연하게 느꼈다.
그래서 재테크 책이란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오래 전에 베스트셀러가 된 터라 이미 읽었고, 그림책으로 나온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도, 만화로 나온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도 재미삼아 읽었다. 그리고는 <150만원 월급으로 따라하는 10억 재테크 >와 같이 10억 만들기 어쩌구 하는 책들을 드문드문 읽었는데, 자극은 많이 되었으나 영 깨림칙했다. 다음 카페에 가서 짠돌이들은 어찌 사나도 봤는데 역시 재미없어 보인다. 마치 돈을 모으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양, 쓸 거 안 쓰고 즐길 거 안 즐기고 돈 모으는 것이 삶의 목표인양 떠들어 댄다. 이렇게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되면 뭘하나? 돈 모으는 재미만으로 만족하기엔 너무 재밌는 게 많지 않은가? 나는 맛난 것도 먹고 싶고 재미난 영화도 보고 싶고 신나는 음악도 여유롭게 책도 읽고 싶단 말이다!
졸라 아껴서 모으고 불리고 모으고 불리고 또 모으고 불리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책들을 보면서 꼭 이렇게 살면서 돈을 모아야 하나, 싶은 회의 같은게 느껴졌다. 그래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 단기적으로 목돈을 만들고 불리라는 정도의 지침은 참고가 됐다.
그리곤 부모편과 자녀편으로 나뉘어 나온 <부자 가족의 경제 교과서>를 읽었다. 역시 별달릴 도움이 되지는 않는 책이다. 돈을 모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돈을 모으지 못했을 때의 실패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았고, 다른 책과 별다를 것도 없었다. 그래도 금융지식을 늘리라는 말엔 공감. 하여 하루 30분 정도는 금융지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읽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책 한 권. <젊을 때 시작하라 - 부자가 되고 싶은 젊은 바보들을 위한 book >. 이 책에서는 또 무슨 소리를 하려나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다. 기대감이 적었던 탓인지 꽤 괜찮다.
10대 청소년의 금융지식을 늘려주기 위해 쓴 책 같은데, 돈을 모으는 것은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함임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다른 책들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150만원으로 120만원을 저금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돈을 모으는데 시간이라는 개념을 넣어 지금의 작은 돈이 얼마나 큰 돈이 될 수 있는지 복리의 마술을 보여준다. 하여 10년이상의 장기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하고(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곧 돈을 버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흔히 우리에게 주식은 위험천만한 것,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지만 저자들은 시간과 약간의 돈, 그리고 인내력만 있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로 나를 안심시켜줬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고나서의 느낌, 그러니까 돈을 모으기 위해서 안달볶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게 해 준다. 실제로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1/3밖에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왠지 다 읽고 나면 꽤 괜찮은 금융지식 한 토막을 얻을 것 같은 기대가 든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재테크 관련 책을 뒤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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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0-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무드만 봐도 알 수 있죠. 돈이란 나무 꼭대기의 가지를 쥐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움켜 쥐는 방법 이것이 정도지요. 가늘고 길게 사는 일과 꾸준히, 열심히... 이것만 알면 돈은 풍족하게 쓰지 못할지라도 곤궁하게 살지는 않게 된답니다^^

찬타 2004-10-2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물만두 님은 벌써 통달했고나... 나도 도인의 길로 접어들어야징~

물만두 2004-10-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 땐전 한푼 없고요. 동생들 교육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