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8

버스 시스템이 개편된 7월 1일 이후부터는 마을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됐다. 지하철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는데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두세 달 그렇게 지냈나 보다. 오늘은 좀 걷고 싶은 마음에, 아니 추가 비용으로 드는 그 100원을 좀 아껴 보려는 요량으로, 종전에 이용하던 큰 길을 걸었다. 100원, 가치를 떠나서 정말 보잘것없는 그 돈을 생각하며 여유롭게 걸었다. 이렇게 걸은 것도 참 오랜만이란 생각과 100원이라는 돈의 가치를 생각했다.
100원을 시간으로 환상하면 얼마나 될까? 한 시간은 3600초. 하루 일당을 3만원으로 생각하면, 대략 1초에 1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100원의 가치는 100초... 1분하고도 40초간 날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돈이란 생각이 들었다. 1분 40초간의 자유를 위해, 앞으론 돈을 좀 아껴야 겠단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여유로움도 즐길 겸.
다시 회사 오는 길. 100원의 자유를 얻자는 생각과 함께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clip에 가서 카페 모카나 한 잔 할까 생각했다. 걸어다닐 땐 가끔씩 이용하던 그곳을 찾았다.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음료 자판기가 서 있었다. 두세 달 사이에, 내가 잠시 관심을 거둔 사이에 그곳은 없어졌다. 덕분에 2500초 정도의 자유가 다시 생겼다. 그런데 참 스산해졌다. 그곳과 그곳에 있는 그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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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10-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항상 있을 것 같은 그것이 내가 잠깐 무관심할때 없어져버린 경우가 있지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다가 다시 찾아갔을 때 없음의 허탈함이란..
1분40초의 여유..참 좋은 생각이네요..
찬타님.. 오늘은 많이 걸으셨군요..

찬타 2004-10-0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허탈함... 언젠가 pc통신 시절 즐겨가던 동호회에 참 많은 주절거림을 남겨 놓았다가 인터넷으로 전환되면서 내 글이 날아갔음을 알았을 때 어찌나 허탈하던지.... 내 젊은 날은 다 잃은 것 같은 그런 느낌에 한동에 주절거림을 삼가하기도 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