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3. 10.

이희재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었다.
어렸을 적, 책이라고는 백과사전류의 책과 위인전밖에 모르던 내게
언니가 '성장소설'이라며 일독을 권했던 바로 그 책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제제와 뽀르뚜까의 모습이 살아 숨쉬는 출판만화로 읽은 것이다.
그때 그시절엔 언니가 사다준 첫 '내' 책을 꺼이꺼이 읽으며
때론 슬퍼하기도 하고 또 때론 가슴뭉클해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한 권을 땠다는 뿌듯함에,
무슨 나무 이름이 이리 어려운가, 잘 외워지지도 않는 책이름을 열심히 되뇌이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만화로, 대화가 중심이된 새로운 형태의 책으로 다시 만나보니
사이사이 이야기 흐름을 놓쳤던 부분들까지도 모두 생생히 와닿았다.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 제제. 만날 형에게 누나에게 동네 사람들에게 또 친구들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 혼나고 두들겨 맞아가며 아픈 유년 시절을 보낸 제제. 그 속에서도 뽀르뚜까 아저씨와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삶이 그래도 살만함을, 풍부함을 느꼈던 제제의 모습을 다시 드려다 보면서,  어린 시절 뽀르뚜까 아저씨가 내게도 있었으면 했던 나를 만난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뽀르뚜까가 되어야 할 차례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이미 나도 어른이 되었음에 잠시 아쉬움이 남지만, 그 감동 또한 고스란히 남아 가슴 속 깊이 자리잡는다.
만원 지하철 속에서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책. 좋은 작품이 때로는 청소년용 버전으로 각색되고 학습용으로 둔갑하여 제맛을 잃기 십상인데 이희재가 만화버전으로 다시 창조해낸 이 책은 다시 원전을 들여다보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좋은 책은 좋은 어른을 만든다. 좋은 어른들이 모여 세상을 좀더 따스하게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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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3-1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버전이라...
저는 예전에.. 고등학생일때 읽었어요... 책으로... 그때 끝부분을 버스 안에서 읽었는데.. 눈물이 퐁퐁 나서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마구 쳐다보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