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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밤 여행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4
헬메 하이네 지음, 김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부터 저를 사로잡은 그림책입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달, 비눗방울을 불며 노는 두 아이의 모습. 저 아이들은 누구일까요. <신비한 밤 여행>이라는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달 모양 초롱을 들고 다니는 아이는 '잠이'입니다. 잠이는 모든 사람을 잠 속으로 이끌지요. 권투 선수도 화가도 그 누구도 밤이 되면 잠이 듭니다. 자기 싫어하는 아이도 말이지요.
제 아이가 늘 하는 말이 "자기 싫어. 안 잘거야." 입니다. 어찌나 자기 싫어하는지 늘 안잔다고 버티지요. 그래도 엄마 아빠가 불을 꺼 버리면 물을 달라,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 졸라댑니다. 이 책의 문장처럼요.
"너는 테이블 위나 소파 위를 뛰기도 하고, 배 고프다고 목마르다고 칭얼거리기도 하며, 이야기 세 개만 해달라고 조르기도 하며, 잠이랑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지."
"하지만 너는 결국 눈을 감고 만단다. 네가 크든, 튼튼하든, 나이가 많은 상관없이 말이야."
잠을 자야하는 건 사람 뿐만이 아니지요. 동물원의 동물들도 바다와 강과 호수의 물고기들도 모두 잠이와 함께 밤 여행을 갑니다.
이 장면이 잘 보이실지 모르겠는데, 신비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물 속 물고기가 한 밤중에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까 고민한 흔적도 역력하지요. 제목 그대로 신비한 느낌이 잘 살아있는 그림들입니다. 나른하면서도 나지막한 문장들과 잘 어우러집니다.
사람들이 잠에 들면 잠이는 사람들을 꿈이에게 데려갑니다. '꿈이'는 잠이의 여동생입니다. 꿈이와 잠이는 사람들을 밤새 지켜주지요.
사람들 속의 꿈에 함께 하며 할 수 없던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바로 꿈이며 낙원이라 합니다. 그러니 잠에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아무것도 필요없는 신비한 여행을 즐기라고 합니다. 꿈이와 잠이가 지켜줄테니 말이지요.
해적이 목발로 바다 위를 걸어다니고, 앞 못 보는 아저씨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있다면,
그럼 거기가 바로 낙원이야.
사냥꾼을 전혀 겁 안 내는 토끼가 보인다면, 그럼 거기가 바로 낙원이야.
이 세상이 마치 그림처럼 보인다면, 그럼 거기가 바로 낙원이야.
그림만큼이나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엄마의 조용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읽어주면 저절로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책입니다. 잠을 거부하고 꿈을 두려워하는 아이와 같이 읽으면 더 좋을 듯 해요.
좀 전에 아이가 "바나나 안 먹어."이러네요. 오늘은 꿈 속에서 누가 바나나를 주었나봐요. 잠꼬대로 바나나 안 먹는다니, 그 모습이 귀엽습니다. 어떤 꿈을 꾸는지 저도 따라가보려구요. 오늘도 신비한 밤 여행, 즐겁게 다녀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