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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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랄 때는 가장 무서운 존재가 홍콩 할머니나 무슨무슨 장미파, 빨간 마스크이지요.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ㅎㅎ 빨간 마스크는 지금도 무서운 존재에요. 성형 수술 실패하고 정신이 나가서 "내가 이래도 이뻐?"하면서 마스크를 벗는다지요. 아악, 서른이 넘은 아줌마인데도 어릴 적 그 무서운 기억이 여전합니다. ^^;;

주인공 아이는 망태 할아버지가 제일 무서운가봐요. 망태 할아버지는 말 안듣는 아이를 잡아다가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드신대요.  떼를 쓰는 아이는 새장에 가두고 안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서요. 왠지 망태할아버지에게 잠깐이라도 애를 보내고 싶은 건 저 뿐인가요? ㅎㅎ 

바닥에 꽃병이 깨져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범인이라고 믿나봐요. 거짓말을 하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말에 아이 표정이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망태 할아버지가 무서운 걸까요 아니면 엄마의 화난 표정이 무서운 걸까요?

엄마에게 범인이라 지목 당했으니 벌을 받아야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말이 참 인상깊습니다. 

"엄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보고 거짓말쟁이래. 난 엄마가 거짓말하는 거 열 번도 더 봤어."

뜨끔합니다. 진짜 제 아이도 저렇게 생각할 것 같아서요. 어른은 거짓말을 해도 괜찮고, 아이는 해선 안된다는 이중적 잣대를 벌써 알아챘네요. 특히 이런 이중적인 모습은 밥 먹을 때도 심하지요. 아이에게는 건강을 위해서 꼭 밥을 먹어라 하지만, 정작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아이는 이렇게 생각한대요. 

"난 엄마가 밥 안 먹는 거 백 번도 넘게 봤어."

백 번 뿐만이겠습니까. 이건 매운 거야 하면서 혼자 먹던 과자들은 거짓말로도 속하겠네요.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는 단호하고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유연한 잣대를 들이댄 어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도 다 알고 있었네요. 

엄마의 말이 공평하지 않음을 알지만 아이는 엄마 말대로 벌을 받고 밥을 먹습니다. 망태 할아버지는 무서우니까요. 

그러나 잠자는 시간으로 인해 엄마와 아이의 갈등은 최고조로 달합니다. 아홉 시이니까 자라는 엄마와 아홉시밖에 안되었다며, 아직 놀게 많이 남았다는 아이. 이것만은 참을 수 없는지 아이도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화가 난 아이는 이제 망태 할아버지도 생각이 나지 않나 봅니다. 

그런데 아이 그림자가 이상합니다. 저 그림자는 무엇일까요?

그림자는 망태 할아버지가 되어 누군가를 잡으러 왔습니다. 엄마한테 그렇게 소리치고 화내더니 결국 아이를 잡으러 왔나 봅니다. 

아니,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 간 것은 엄마였습니다. 전 이 장면에서 충격을 받았어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기도 했지만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요. 우리가 늘상 하는 말로, 나쁜 아이 뒤에는 나쁜 부모가 있다고 하지요. 그 말을 그저 피상적으로 생각하다가 이 책 이 장면을 보니, 나쁜 아이란 부모가 만드는 것임을 절실히 느꼈어요. 

우리는 마음대로 하면서 아이에게만 밥 잘 먹어라, 거짓말 하지 말아라, 일찍 자라 하면 아이는 그 말을 따르지 않지요. 이렇게 망태 할아버지라는 두려움의 대상까지 끌고 와 협박하지 않는 이상은요. 

만약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였다면 그 말엔 좀 더 신뢰와 무게가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으니 어떤 좋은 말로도 아이를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에요. 

엄마와 아이가 서로 미안해하며 다시 행복해졌네요. 아이가 저렇게 미안하다 말할 수 있는 건, 엄마의 잔소리가 실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거에요. 

이 책은 스토리가 단순하면서도 기승전결이 명확하여 아이가 참 좋아해요. 게다가 아이 마음을 세밀하게 표현하니 더더욱 공감할 수 밖에요. 구연동화로 읽어주어도 재미있고요.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육아에 관한 깊은 생각을 담고 있는 이 책, 아이와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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