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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1
울프 닐슨 글, 에바 에릭손 그림, 박민수 옮김 / 시공주니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부터 눈길을 끕니다. 언제라도 활을 쏠 수 있게 준비한 어린 아이와 돈이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잔뜩 들고 가는 할머니. 자세히 보니 할머니는 슬리퍼 차림이네요. 저렇게 돈을 보이도록 들고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인데 말이지요. 정말 제목처럼, 할머니가 좀 이상하신 것 같아요.
주인공은 사랑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오늘은 목요일이니까 빵과 과자를 사야한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리지요. 그렇지만 할머니는 눈도 흐리멍텅 제대로 듣는 것 같지 않아요. 게다가 내 이름도 잊어버리고요. 때때로 아빠이름으로 나를 부릅니다. '나'는 너무나 섭섭하지만 그러려니, 오늘 할머니거 좀 이상하다 생각하고 받아들입니다.
아무래도 할머니는 치매 증상인 듯해요.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치매라면...... 생각만 해도 눈 앞이 캄캄해질 일이지요. 그런데 아이는 역시 다른가봐요. 그저 할머니가 조금 이상하다고만 할 뿐,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입니다.
할머니는 은행에 가야한다고 합니다. 믿을 놈들이 없다면서요. 은행에 가서 돈을 다 찾을 생각이신 듯 해요. '나'는 너무나 걱정되지만 할머니가 하자는 대로 합니다.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집 안 곳곳에 돈을 숨겨둡니다. 식탁보 밑에도 놓고, 찬장 속에도 넣고..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 돈을 숨기셨습니다. '나'는 유심히 잘 보면서 할머니가 돈을 어디에 두셨는지 잘 기억해야합니다. 할머니는 오늘 좀 이상해서 내가 지켜 드려야하니까요.
돈을 다 숨긴 할머니는 잠에 드시고, '나'는 할머니가 숨긴 돈을 찾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습니다. 그리고는 군인처럼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정말이지 오랫동안 말이에요.
종일토록 문 앞을 지키고 할머니를 보살피는 건 여섯 살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할머니가 괜찮아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 아이에게 다른 보호자는 없는 걸까요. 책 내용상 다른 이야기는 알 수 없었지만 아이에게 힘든 짐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말이지요.
앗, 누군가가 집에 왔어요! '나'의 심장은 콩콩대며 빨리 뜁니다.
은행 창구에 있던 아저씨입니다. 아저씨는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온 것이에요.
할머니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정신이 흐려지셨기 때문이라 하네요. 아이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할머니에게 모두 말씀드립니다.
아이와 할머니는 돈을 챙겨 은행으로 다시 갑니다. 돈 가방은 아이 옆에 있지요. 여전히 화살 하나는 손에 쥐고서 말이에요. 언제든 할머니를 지키겠다는 저 어린 마음이 예쁘네요.
어린 아이가 할머니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저렇게 따스히 바라보는 사랑 덕분 아니었을까요. 그동안 할머니가 주신 사랑이 있었기에 아이도 사랑을 베풀 중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 어려운 주제를 유쾌한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에요. 실제로 저자 울프 닐손이 여섯 살에 겪었던 일이라고 해요.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이런 일을 겪을 수도 있겠지요. 아이와 함께 읽으며 가족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좋은 경험이 되었던 책,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