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살랑, 머리 위를 지나갑니다.
얼굴을 감싸는 따뜻한 바람에 눈을 감아 봅니다.
사르륵 사르륵, 바람이 이번에는 나무들을 어루만지나봐요.
강물도 나무에게 달려갑니다.
나는 바람이 손짓한 길을 따라 간 강물을 바라봅니다.
강물에는 하늘이,
여기에는 내가 있습니다.
출렁이는 물결 위에 나도 춤을 추고 있어요.
눈을 감았지만, 춤을 추고 있지 않지만
나는 하늘 안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여기도 거기처럼,
바람이 강물이 나무가 나를 감싸고 있습니다.
빨간 씨앗은 내게 없지만, 내 안에 있어요.
나는 더이상 거기에 없지만, 그리운 그곳은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
여기는 하늘을 담은 강물이고
빨간 씨앗을 심은 나무이고
살랑이는 바람과
춤을 추는 내가 있어요.
이제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그곳입니다.
여기에, 내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