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다니는 대학원이 친정 근처라, 남편은 7-8월 내내 친정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나도
덩달아 3주 째 친정살이 중이다. 직장을 얻으면서 나가살게 된 것이 어느덧 10년이다. 그래서 정말 오래간만에 부모님과 (몇주나마) 함께 산다는
것에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생각보다, 부모님은 많이 늙어 계셨다. 거실 방바닥을 보고 그걸 느꼈다. 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항상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시는 부모님이셨다. 그런데 버적버적 모래도 느껴지고 먼지도 가득 쌓인 방바닥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이제는
청소가 힘에 부치다며 멋쩍게 웃으시는 모습이 낯설게도 느껴진다. 잊고 있었는데, 우리 부모님도 점점 나이가 드시고 계셨다.
이 책을 읽고 잊고 있던 부모님의 나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남의 일이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3명의 친구가 각자 겪는 부모님과의 이야기. 싱글녀 카스미와 맞벌이 부부 하루카, 싱글맘 사요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
노환, 죽음, 간호에 대해 전하고 있다.
싱글녀 카스미는 혼자라는 이유로 부모님을 거의 모시다시피 살며 할아버지의 간호를 돕는다.
맞벌이 부부 하루카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다리를 다친 시어머니를 모시는 모습은 참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시어머니에게 치매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남편과 갈등을 일으킨다. 싱글맘 사요는 암에 걸린 아버지의 6개월 남은 삶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어느 것 하나, 남의 일이
아니다. 나한테, 우리 부모님한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하루카의 남편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언제까지나 부모 자식 관계이고 싶어서, 보호하고
보호 받는 관계가 변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어머니의 치매를 모른 척 했던 자신에 대해 털어놓고 있는 장면이다. 나또한 부모님의 치매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견디어 낼 수 있을까? 우리 부모님이 나를 잊는다는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괴롭다. 그리고 잘 간호할 수
있을까도.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가족의 불안>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책이다. 한번 쯤 부모님과의 미래를 생각하며 읽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