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버스를 탔던 첫 기억이 언제인가요? 며칠 전 느림보의 페이스북에 그런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참, 재미있는 질문이다,
생각을 하고 글을 쓰려는데, 나이가 들긴 했는지, 쉽게 안 떠오르더라구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였어요. 정말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저는, 그 때까지 혼자 버스를 타본 경험이 없었답니다. 너무 무서웠거든요. 뭐가 그리 무서운게 많은지, 모르는 아저씨가 옆에 탈까봐도
무섭고, 잘못 내릴까봐도 무섭고, 버튼을 제 때 못누를까도 무서웠어요.
그러던 중, 한 친구와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면서 저도 달라지더라구요. 그 친구는 참으로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어요. 마치 <혼자 버스를
타고>의 주인공처럼요. 엄마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지만, 혼자서 버스를 탈 정도로 당차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저는 씩씩하고 당찬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치 저의 첫 버스 타기 추억이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처음 버스를 탄 소녀 주위에 온통 동물들이 있어요. 염소 아주머니, 늑대 아저씨, 여우 아저씨...... 분명 버스를 타는 이야기인데,
동물들이 왜 버스를 탔을까요? 생각해보니, 저도 저랬던 것 같아요. 처음 버스를 타면, 참 별의별 것이 다 무섭잖아요. 모르는 사람은 마치
동물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말도 안통하는 상대로 느껴지기 마련이에요. 그런 아이의 마음을 동물로 표현해낸 작가에게 감탄 했답니다. 작가도 분명
저처럼, 무서운게 많았던 사람인가봐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염소 아주머니가 풀어주려고 노력합니다. 꽃 한 송이를 건네면서 말이지요. 학창시절, 무거운 가방을 메고 버스를 타면,
항상 누군가는 "학생 가방 이리 줘, 들어줄게." 하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긴장하다가도 이내 "네"하고는 가방을 맡기고는 홀가분하게
버스를 즐기지요. 아마 염소 아주머니는 가방을 들어주던, 그런 분들일 듯 합니다. 지금은, 누군가의 가방을 들어주고 싶어도, 괜히 이상한 눈길만
받을 것 같아 말을 못 꺼내겠더라구요. 옛 추억이 아름다워 그런지, 요즘 세상이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이는 그렇게 버스를, 무서움을 극복해나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면 모든게 무섭지만, 하나씩 알아가면 더이상 무섭지 않지요. 같이 쿠키를
나누어 먹기도 하고 소매치기에게 호통도 치면서 점차 버스 속 세상에 대해 알아갑니다. 아이에게는, 또 다른 세상이 열린 것이지요. 그리고 그
성취감을 할머니에게 자랑합니다. "할머니 버스에서요....."

저도 버스를 혼자 처음 탈 때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아까 말한 그 밝은 친구가 시내에서 보자고 하더라구요. 그래, 하고 대답을 하고나니,
혼자 버스를 타야하는 걸 깨달았어요. 그 친구와 저는 집이 반대였거든요. 못 나가겠다 말도 못하겠고, 혼자 버스를 타긴 무섭고. 어쩔 줄 몰라
버스정류장에서 백만년동안 고민하다가 그냥 냅다 버스를 탔지요. 버스를 타고 나니, 이게 시내가는 버스인지 뒤늦게 고민이 되더라구요. 다행스럽게도
시내에 잘 도착했고, 친구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 뒤로는 버스 혼자 타기가 두렵지 않더라구요.
한 가지 도전을 할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세상이 열리는 기분, 그리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뿌듯한 성취감. 그 때의 어린 저를 자라게 했던
양분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아이들도 버스를 타며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하겠지요? 많이 응원해줘야겠어요. 엄청나게 칭찬도 하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여행을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