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와 나와 - 3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 3-1(가), 1~2학년군 국어 3-가 수록도서 동시 보물창고 1
권태응 외 지음, 신형건 엮음, 김혜영 그림 / 보물창고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새 보물창고의 동시집에 푹 빠져 있다. 한낮에 한창 더울 때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럴 때 선풍기 바람 밑에서 아기자기한 그림들로 가득한 동시집을 읽다보면, 피식 웃음도 나고 그땐 그랬지, 하는 생각도 들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된다. 여전히 동시를 읽고 있다하면 뭔 어른이 동시야, 하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다. 동시라고 하지만 쟁쟁한 시인들의 순수한 마음이 모인 글들이다. 보통의 시보다 좀 더 쉽게 쓰여져 나같이 어려운 말 이해 못하는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동시들이 참 많다. 

특히 이 동시집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 윤동주를 비롯한 11인의 시인들이 쓴 주옥같은 시들로 가득하다. 어디선가 한 번쯤 읽어 봤을 듯한 시도 있고, 처음 읽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들도 있다. 윤동주 시인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랫가락부터 생각나는 이 시도 책에 실려 있다. 그 시가 동시였나, 하며 의아해하다가, 이내 수긍했다. 동시와 시를 분명하게 가르는 기준은 없다. 아이들도 읽어 좋은 시도 동시가 되는 것이다.








11인의 작가가 쓴 시가 모여있지만 시마다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이게 장점이기도 하고 (나에게는)단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를 정할 때 유명인의 이름이나 판단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윤동주 시인이 쓴 시다, 하면 아 유명한 사람이니까 좋은 시야, 그러니까 나도 좋아해,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시인의 시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시마다 시인의 이름이 빠져 있는 것은 시를 온전히 느끼기에 아주 좋은 장치이다. 자신의 느낌 그대로 믿으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번거로운 것은, 누가 쓴 시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시를 읽고 시인이 누군지 궁금하면 맨 앞 장의 목차까지 다시 가야한다. 이것을 여러번 반복하니 나중에는 상당히 귀찮아졌다. <호수>라는 이 시도 그러하다. 저 짧은 두 문장 안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과 이미지들. 참으로 좋다, 생각하면서 시인이 누굴까 생각해보았다. 권태응일까? 아니면 윤동주? 정답은 바로 정지용 시인이다. <향수>로 유명한 그 시인말이다. 정지용 시인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정지용 시인이 이런 시도 썼어?하며 놀랐다. 쓰다보니 단점이 아닌 것 같다.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장점이다. 

이 시집의 구성의 장점은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사계절로 구분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들을 계절별로 나누어 담고 어울리는 삽화들을 함께 실었다. 요즘은 너무 더우니까 여름부터, 하며 여름 시를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이 시, 아주 직선적이고 참 좋았다. 안그래도 요즘 매일 하는 말이라 더 그런 듯 하다. 






실생활에서 쓰는 말투를 구어체라고 한다. 그것을 순우리말로 하면 '입말'이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모두 살아있는 '입말'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쓰고 어른들도 쓰는 말들로 나의 삶을 적어냈다. 화려하고 장황하고 꾸미고 멋낸 시들은 없다. 치장만 가득한 껍데기같은 시들만 보니까 아이들도 시가 재미없다고 하는 것이다. 

며칠전에 산촌박물관에 갔다가 '여름 아이들'이라는 닥종이 인형들을 보았다. 아이들이 둘러앉아 모닥불에 구운 감자를 먹는 여름 모습을 닥종이 인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시집이 바로 그러하다. 옛 추억도 담고, 우리 생활도 담고, 그리움과 정겨움, 친근함으로 가득한 구운 감자같은 것이다. 이 시들을 읽다보니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좋은 시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여름에, 가을에, 겨울에 그리고 봄에 이 시들과 당신이 만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