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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 중국.중동.아프리카 편 - 이름만 들어도 숨 가쁜 트레킹 & 트레블 명소 무작정 체험기 ㅣ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1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책을 받아들고 '엇?' 놀랐다. 책을 받아본 사람만 알 것 같은 그 느낌. 우리끼리만 아는 느낌이다. 세로가 아닌 가로로 읽는 책. 그러니까 책의 좁은 면에 본드철이 되어 있어 옆으로 길쭉하게, 가로로 긴 네모모양으로 책이 펼쳐진다. 뭐지 이 책은? 이런 생각도 잠깐. 읽다보니 이거 은근 편하다. 책을 읽기도 전에 가로로 된 책은 참 신선하다, 날 놀라게 하다니 훗, 제법 고수이군, 얼토당토 않게 혼자 떠들며 책을 읽어나갔다.
책 제목처럼 트레킹으로 중국과 중동, 아프리카를 여행한 에세이다. 잘나가는 신문기자를 때려치고 전재산 다 털어서 1년을 목표로 여행을 떠났다. 남들과 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기에 좋아하는 트레킹으로 루트를 짜고 움직인 발자취이다. 사실, 이런 류의 글들, 요즘 많다고 느낀다. 직장을 관두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에 겪었던 힘듦과 즐거움, 기쁨의 멜로디 말이다. 하나같이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많아 심드렁해질 때 였다. 그 때 발견한 주옥같은(나로서는 이 문장이 최고였다) 문장.
"하지만 더 이상 구멍 뚫린 통장을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직딩의 삶으로 원점회귀하며 부모님과 친지를 만족시키는 악수(?)를 두었다. 물론 내 자유로움을 대리만족하던 극소수의 정신적 일탈자에게는 실망을 안겨주는 결과였다."
여지껏 이렇게 솔직한 일상탈출 여행가는 처음이다. 아니지, 트레커가 좋다 하였으니, 이렇게 적나라하게 현실을 까발리는 트레커는 처음이다. 다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늘, 나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라던지, happily ever after 라고 이야기한다. 나처럼 온 몸이 현실에 담겨있는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뇌까지 현실에 물들어 있어서 그런가. 여행만 다녀오면 뭐든 해결되는 듯한 이야기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트레커 김동우는 다른 모습이다. 한국 아저씨의 면모를 전세계에 뿌리고 다닌다. 호도협에서 전날 마신 술로 트레킹에 방해가 되는가 하면, 똥얘기도 (웃기지만서도) 더럽게 많이 나온다. 한국 아저씨답게 한일 축구전을 보려고 흑형들이랑 기싸움도 했으며, 감정 표현 적은 아저씨답게 감상은 접어두었다고 말했다.
"여행에서 느낀 멜랑꼴리한 감상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싶었다. 감상은 자칫 나만의 느낌이 될 수 있다. 또 예비 세계 일주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헛된 모험심을 심어주고 싶지도 않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산은 더더욱 괴로우며, 휴가는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웃고 웃고 또 웃었다. 저자와 공감대가 전혀 없으면서도 이 책을 즐겁게 읽었던 것은 저자의 말처럼 감상을 배제하고, 헛된 모험심을 심어주지 않았던 배려 덕분이었다. 실제로 네팔 트레킹을 몇 년전에 준비하다가 관둔 적이 있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그 때 모임이 와해되길 잘 되었다, 생각도 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트레킹이란 상당히 어렵고 험난하단 걸 깨달았다.
나같이 여행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재미나게 읽었는데, 트레킹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빠져들까. 중국, 중동,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여행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지침서가 될 수도 있겠다. 저자는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의 루트와 숙소 정보를 기재하여 다음 여행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은근, 배려가 넘치는 한국 아저씨다.
다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또 여행을 할까? 그 때도 사표를 또 낼까? 사표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의 여행은, 아니 트레킹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걸을 수 있는 한, 언제까지나, 전 세계 어딘가에 그의 발자국을 꾹꾹 새기고 있을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계속 계속 읽고 싶은 그의 트레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