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 놓은 창문 너머로 달이 밝다. 어제는 도톰한 송편 모양이더니 어느새 살이 올라 언뜻 보기에 둥근 보름달 같다. 뜬금없이 달 이야기를 하는 건, 저 달을 나에게 허락한 창문이 고마워서이다. 그리고 창문처럼, 투명인간을 허락한 성석제 작가가 고마워서이다. 한국 소설가 중에서 가장 오지게 이야기를 잘하는 작가, 이야기꾼이라 칭하는 성석제가 신간을 내었다. 요근래 그의 책들을 보면서 `좀... 이야기가 약해진 것 같다. 싱겁다.` 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그래서 투명인간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을 60-70년대의 슬픈 한국 현대사와 80-90년대의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너무나 잘 녹아내었다. 수많은 화자가 등장하여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도 새롭다. 그러면서도 정작 주인공은 한 마디 말이 없는, 주인공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낸 작가의 붓에 더욱 감탄하게 된다. 감히, 성석제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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