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은 엄마의 파업 이야기 ㅣ 희망을 만드는 법 9
다이애나 콘 글, 프란시스코 델가도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4년 5월
평점 :
대형마트에 가면 음식을 시식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만두부터 와인, 빵, 짜장면 등 갖가지 음식들이 먹어보라고 외친다. 한두개 먹고 구입하는 사람도 있고, 시식 접시가 비워질 때까지 다 집어 먹고도 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실컷 먹고 맛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부터 하나만 먹어도 되요 하며 예쁘게 웃는 아가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구운 만두를 먹어보라고 권하는 이, 바로 우리 엄마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청소 노동자는 아니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시식접대 노동자? 혹은 만두 판매 노동자인 우리 엄마는 대형마트에서 일하신다. 뭐 그게 청소보다 힘들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도 영업이라 판매가 부진하면 업체에서 연락이 오고 마트 담당자가 쫒아온다. 손님한테 조금이라도 안좋은 빛을 보였다가는 당장에 고객센터에 끌려가서 죄송하단 말을 연신 내뱉어야 한다. 시시각각 영하의 냉동고에 들어가 엄마만한 만두 박스를 싣고 오는 것도 엄마의 일이다. 일년내내 감기에 걸려 있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 웃는 낯으로 대해야한다는 스트레스에 병치레도 잦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해도, 보험도 못받고 쉬는 날도 정해져 있지 않다. 언제든, 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카를리토스라는 남자아이다. 카를리토스는 아빠와 엄마와 할머니와 멕시코에서 살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미국으로 건너온 엄마는 건물의 청소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언제나 밤낮없이 일을 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아주 힘들게 살아갈만큼의 돈 밖에 받지 못한다. 카를리토스의 엄마는 불공평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파업을 한다. 특별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할 것을 요구하며 말이다.
“카를리토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주 힘들게 살아갈 만큼밖에 돈을 벌지 못하는 세상은 불공평해! 그래서 청소노동자들이 모여 투표를 해서 일을 멈추기로 했단다.
그런 걸 파업이라고 하지! 우리는 건물이 더러워져도 그냥 내버려 둘 거야.
월급을 제대로 올려 받을 때까지 청소를 하지 않을 거란다.”
엄마가 말했습니다.
카를리토스의 엄마가 아이에게 파업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내가 어릴 적에 아빠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파업이 뭐냐고. 뉴스를 보면 파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빨간 띠를 머리에 매고 나쁜 사람처럼 이야기하는데 정말 나쁜거냐고. 그 때 아빠는 "애들은 몰라도 돼."라고 하셨다. 우리나라는 파업을 안좋게 보는 어른들이 많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 아이러니. 심지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도 나쁘게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노동조합 가입률은 1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든 세상이다.
그렇기때문에 아이들에게 파업에 대해 긍정적이고 민주적인 권리라고 이야기하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들었다. 장차 아이들도 미래의 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찾았으면 좋겠다. 마치 카를리토스와 그의 엄마와 동료 청소노동자들처럼 말이다. 엄마와 동료 청소 노동자들에게도 지원군이 생기면서 파업은 점점 힘을 얻게 된다. 카를리토스도 엄마를 돕기 위해 팻말을 만든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우리 엄마는 청소 노동자에요." 파업이라는 것, 노동자의 생활이라는 것이 노동자 개인에 한정된 것이라 아니라 가족, 사회에도 영향이 있음을 알리는 문장이다.
특히 이 책은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했다. 200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8000여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파업을 하였다. 돌로레스 산체스라는 여성이 바로 카를리토스의 엄마의 실제 모델이다. 책 뒤의 인터뷰를 읽으며 우리 엄마에게도 노동조합을 권유해야할까 고민이 들었다. 아마 노동조합에 가입하자마자 계약해지가 날아올 것 같은 우리나라이다보니 조금 망설여진다. 그런 우리나라이기에 이 책,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이 책, 정말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