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가슴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마음에 노란 리본을 꼬매고 꼬매어 보아도 돌아오지 않는 이들에 대한, 슬픔과
그들을 방치했던 인간들에 대한 분노에 화내다가 다시 또 울다가...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었는지.
이 책은 한 편으로는 우리처럼 잔인하고 교활하면서도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함께 걱정하고 보살피고 위로하는 우리의 모습을 닮은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100년도 넘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고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보다도 더 사람같은 동물들의 이야기.
동물들에 대한 존경을 품은 어니스트 톰슨 시튼이라는 사람의 눈으로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시튼은 아마 직업이 사냥꾼인 듯 하다. 분명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단서로 비추어 보건데 그러하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화이며 실제 존재했던 동물들이라고 한다. 낮에는 충실하게 양을 지키다가 밤에는 양을 물어 죽이는 황구 울리, 까마귀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던 은색 점박이 까마귀 실버스팟, 몇 번이고 시튼을 살렸던 그의 개 빙고, 잡힌 새끼에게 자유를 주고자 독이 든 먹이를 물어다 준
스프링필드의 여우의 이야기를 옴니버스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야생마 무스탕 페이서이다. 페이서는 야생마인데 인근 목장의 암말을 꾀어 같이 산으로 달아난다. 자신의
야성을 암말에게 불어 넣으며 자유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카우보이들은 그들을 놔두지 않는다. 끈질기게 쫒아다녀 암말들을 되찾았음에도 페이서를 계속
쫒는다. 다른 어떤 말보다 뛰어난 페이서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야생마를 잡아서 인장을 먼저 찍으면 자신의 소유가 되기에 카우보이들은 결국
암말을 이용하여 페이서를 잡았다.
'노예 12년'이라는 영화에서도 흑인이 납치되어 노예가 되었다. 동물이 아닌 사람도 이렇게 잡은 사람이 임자이던 시기가 있었으니,
동물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이 납치되어 노예가 되는 것과 야생동물을 포획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생존을 위한 사냥이 아닌 더
많이 갖기 위한 존엄성의 납치이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페이서는 사람의 것이 되기를 거부하였다. 힘들게 끌려가다가 목장이 보이자 페이서는 절벽 아래로 뛰어들었다.
죽음으로 자신의 존엄성을 자신이 지켜낸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동물들에 대한 식견과 생각이 크게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동물들이 이렇게나 영리하고 지혜롭고 자유를
추구하였던가 하며 몇 번이고 놀라고 감탄하였다. 그리고 내 주위의 동물들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우리의 세계에는
인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록 우리의 세계도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