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쇼크 - 엄마의 행복한 자아를 찾기 위한 모성의 대반전
EBS <마더쇼크> 제작팀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요즘 젊은 엄마들은 참 똑똑해. 근데 여유가 없는 것 같아."

 

아이와 함께 동네 아주머니가 모심는 것을 구경하였다. 요즘은 대부분 기계로 모를 심지만, 군데 군데 기계가 심을 수 없는 곳은 사람의 손이 닿기 마련이다. 큼지막한 모판을 끈이 달린 비료 푸대에 넣고 가방처럼 들고 다니며 기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모를 심는다. 한 뿌리 한 뿌리 콕콕 누르듯 심어야 모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는다. 저게 자라서 쌀이 되고, 그 쌀로 지한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야,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고 아주머니의 일을 구경한다. 일을 마치고 쉬는 아주머니랑 아기 밥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그런가? 내가 그렇게 여유가 없어보였나? 생각을 하다가 문득 며칠 전에 읽은 <마더쇼크>의 한 문장이 생각났다.

 

"현재의 육아 문화는 부모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해 아이키우기를 성과처럼 여기게 만든다."

 

아이 개월 수에 숟가락질도 못해요, 걱정하는 내게 아주머니는 크면 다 해, 근심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야, 라고 말씀하시며 아까의 말을 한번 더 일러주신다. 그렇지요, 하면서도 내심 마음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봐, 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어쩐지 남을 이겨먹으려는 엄마의 못된 심보같은 느낌이라서 그랬다.

 

육아 책을 보아도 마음이 답답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의 개월 수에 맞추어 나오는 놀이 방법이나 아이의 개월 수에 꼭 해줘야 할 일, 꼭 먹어야 할 것들, 그리고 아이의 개월 수에 체크해야할 발달 상황들. 이 맘 때쯤 아이의 언어 성장 정도, 아이의 키, 아이의 몸무게 심지어 아이가 먹어야할 음식의 양과 밥먹는 시간까지 나와있다. 그런 것과 내 아이를 비교했을 때, 아이가 개월 수보다 빠르다면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아이가 기준보다 늦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그리고 항상, 내 아이는 기준보다 느렸다.

 

그런데 이 책 <마더쇼크>는 육아서이면서도 이렇게 나를 옥죄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질 높은 모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개월 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질 높은 모성이란, 엄마의 편한 마음이라며 아이의 자람을 성과처럼 여기지 말라고 한다.

 

"엄마는 항상 내 아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 집중이 아이의 성과와 성공에 관련된 것이라면 엄마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 속에 자신의 욕심은 없는가? 아이를 위한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최선은 아닌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간섭하고 개입하는 것은 아닌가? 자신의 성공에 아이를 포함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그랬다. 사실 나는 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내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아이로 인해 뿌듯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늘 조급했고 불안했다. 아이의 성취를 축하해주기 보다는 아이가 아직 못하는 것에 집중하고 걱정하였다. 나쁜 엄마였던 것이다. 똑똑하지만 여유가 없는 요즘 엄마인 것이다. 예전보다 '잘' 키우고 있을지는 몰라도 '제대로' '여유있게' '육아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아이를 키우진 않았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질 높은 모성은, 엄마가 편안한 상태에서 발휘되는 편안한 모성이라고 말한다. 편안한 엄마가 되려면 우선 엄마의 감성이 편해져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엄마의 성적표가 아니다."

 

산업 일꾼이나 시대의 리더로 만들기 위해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개월 수와 성과에 집착했을까. <마더쇼크>는 나 같은 요즘 엄마들에 대한 일침과 위로를 동시에 주는 책이었다.

 

"아이가 과제를 수행할 때 엄마가 해야할 역할은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나 좌절 등을 다스릴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무언가 하다가 잘 되지 않으면 짜증을 많이 내는 편이다. 잘 안되면 다 없애버리겠다, 는 식으로 다 때려 부수고는 한다. 그동안 나는 아이가 그럴 때마다 아이 몰래 조금씩 도와주어 성공하게 하여 짜증을 없애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오늘부터는 아이가 그럴 때마다 그래도 스스로 해보고 스스로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해야겠다. 개월 수에 집착하는 육아서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 책 <마더쇼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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