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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ㅣ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완전히 오해했다. 난 이 책이 여자아이들 이야기를 다룬 그런 책으로만 생각했다. 분명히 이 책 제목에 떡하니 별빛 전사라고 써있었어도, 주인공으로 보이는 아이가 우주복을 입었어도, 믿지 않았다. 그동안 속고만 살아서 그런가, 어린이 동화에 SF라. 왜 이게 이렇게나 신선한지 모르겠다.
보통 어린이 대상으로 하는 동화들의 주 배경은 학교와 교실, 가정이 대부분이다. 각자 다른 언어로 내밀한 이야기들을 쓰고 있지만, 어느 부분은 항상 비슷하기 마련이었다. 엄마는 잔소리쟁이, 아빠는 항상 엄마 눈치를 보지만 내 편, 얄미로운 동생 등등. 어린이 동화는 그만의 전형적인 틀이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하시라 두둥) 무려, 우주를 지키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평화PC방 주인의 딸인 소은하는 늘 PC방으로 하교한다. 친구도 소령이가 거의 전부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잘 나가는 아이는 아니지만 유니콘피아에서는 다르다. 별빛 전사라고 아이디만 말하면 누구나 오, 하고 감탄하는 그런 계급의 아이다.
친구들에게 외계인이라 불린 은하는, 알고보니 진짜 외계인이었다. 정확히는 외계인의 딸. 은하의 엄마는 지구를 지키러 온 헥사나 인이다. 그러다가 지구인 아빠를 만났고, 은하를 낳고 마사지 샵을 운영한다. 비밀리에 지구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말이다.
외계인이 지구에서 마사지샵을 운영한다는 설정이 왜 그리 재밌던지. 이 책의 주인공은 은하지만, 나는 엄마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기도 하다. 뒷이야기를 더 하면 스포이기 때문에 할 순 없지만,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싫어할 애들은 그냥 한글이 싫은 걸 거야.' 라고 말이다.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데리고 왔어, 라고 불리는 아이돌 그룹 엑소를 아는가?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게임, 피씨방, SF,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감동과 슬픔, 성장의 이야기까지. 이 책을 어린이 동화계의 엑소라고 부르고 싶다. 서평단으로 읽었기에 가제본으로 만났지만, 실제 최종본은 어떨지 궁금하다. 원래의 내용과 바뀔 수도 있다고 했는데, 다음에 아들과 함께 읽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