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김소연 큰곰자리 52
박수영 지음, 박지윤 그림 / 책읽는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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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영어 이름들을 떠올려 본다. 앤, 브리트니, 캘리, 헤더 루시 뭐 되게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그럼 이런 흔한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 하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내가 아는 외국인들은 다들 특이한 사람들인가. 그네들의 이름은 티레니, 애쉬컨, 개럿 등등 이다. 아주 낯선 이름이다.

이름을 많이 안다는 것은 좀 더 많은 문화나 다양한 삶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이름으로 표현되는 한 사람의 이미지가 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그 사람이 느끼는 나의 색깔, 성격 등이 내 이름의 이미지겠지. 그와 나의 관계가 쌓여 만들어지는 이미지. 그것이 이름 하나에 담겨 있으니, 참 이름은 신기하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이름이 같은 두 사람이 있다면?

사실 이름이 같은 경우야 흔하다. 나도 매우 흔하디 흔한 이름이라, 어딜 가든 꼭 한 명씩은 마주치곤 한다. 그래도 성까지 같은 경우는 없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나마 나았다 싶다. 표지에 보이는 저 소녀는 이름 때문에 아주 곤란했기 때문이다.

'새로 온 전학생은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는 키도 크고 늘씬하고 멋지게 입었다. 옅게 화장을 한 모습이 세련되어 보인다. 성격도 좋고 친절하다. 반 아이들도 그 아이를 좋아한다. 담임 선생님 조차 헷갈리던 내 이름을, 그 아이는 단박에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내 이름인 그 아이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원래' 김소연은 우연한 기회에 전학생 '김소연'과 친해지게 된다. 다른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그 아이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친해졌다고 생각한다. 친구 뒷담화를 하는 것, 불평 불만을 늘어 놓는 것 모두 친하니까 받아줘야 한다고 믿었다. 자꾸 그 아이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어쩐지 닮아가는 듯한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다. 비록 거짓말로 인해 제일 친했던 주희를 잃었긴 하지만 말이다.

꽃처럼 화려하게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아이와 내보이는 것이 없어도 그 안에 가득 품은 것이 많은 강 같은 아이. 그 반 친구들은 김소연을 부를 때마다 제각각의 이미지를 떠올리겠지. 이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 책이다. 요새 이런 초등학생 고학년 여자 아이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흥미롭다. 있을 법한 일이다. 사춘기를 겪지 않더라도, 혹은 사춘기로 고생하더라도, 친구관계에 어려움이 있거나 없거나, 쉽고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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