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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황지영 지음, 백두리 그림 / 우리학교 / 2020년 8월
평점 :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예인이 말했다. 아무도 불 넣지 않은 굴뚝에서도 연기가 날 수 있다고, 말은 없는 불도 만든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아주 작고 사소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사람들의 입을 타고 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을 둘러 싼 소문들이 거짓임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미 사람들은 믿고 싶은대로 믿을 뿐이었다. 속담처럼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을 더욱 더 오해한다고 이야기 하는 그 연예인의 표정에서는 체념과 슬픔이 함께 보였다.
유나와 민설, 그리고 건희는 묘한 삼각관계이다.
민설이와 친했던 유나는 새학년이 된 후 반이 갈라졌다. 건희는 새로 전학 오면서 만난 유나와 친해졌다. 건희는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민설이가 못마땅하다. 유나를 피곤하게 하고, 우리 사이에 눈치없이 끼어든다고 생각한다. 민설이는 그런 건희의 마음을 알면서도 유나한테 기댈 수 밖에 없다. 고학년 여자 아이들에게 새학년 새 반은 그런 것이다. 친구관계는 세상 전부이다. 친구가 없는 교실은 외롭고 불안하다.
아이들은 서로 조금씩 참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아슬아슬하던 아이들의 관계가 변하게 된 것은, 난타 반의 '센터'자리 때문이었다. 난타를 잘 못하는 민설이 대신 유나가 센터를 맡게 되면서 모든 감정들이 터져버린다. 밝혀지지 않는 사건을 중심으로 말들이 오고간다. 처음에는 의문이었다가 그다음에는 의심, 그리고는 비난으로 이어진다. 비난의 대상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다 비난받는다.
고학년 여자아이들의 친구관계에 대해 너무나 솔직하고 정확한 묘사였다. 사춘기, 랄까. 유독 고학년 여자아이들은 불안이 많다. 확신이 보이지 않는 친구는 쉽게 적이 된다. 친구를 돕는다고 하지만 아직 그게 뭔지 잘 모른다. 같이 욕하면 그게 돕는 거라 생각한다. 비난 받기 싫으니까 비난한다. 오죽하면 사춘기 소녀들의 친구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책들이 나올까.
읽으면서도 뒷 이야기가 궁금했다. 유나, 민설, 건희 이 세 아이들의 목소리로 그리 짧지 않은 책을 금방 읽어나갔다. 확실히 사춘기 소녀들이나, 고학년 여자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소문을 퍼뜨리고 루머를 만드는 것에 대해 경계할 수 있게 알려준다. 일단 그것만 하지 않아도 고학년 여자아이들의 친구문제는 아마 반이상 해결 될 것 같다.
아울러 학교폭력의 피해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어서 사진으로 가져왔다. 학교폭력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종종 범죄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을 비난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꼭 들었으면 하는 구절들이 많다. 흥미진진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