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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공부 ㅣ 소녀성장백과 11
박정은 지음 / 풀빛미디어 / 2020년 8월
평점 :
"알았어요!!!" "네에~"
오늘도 아이와 또 싸우고 있다. 아니, 엄마인 내 입장으로는 전혀 잔소리가 아니었다. 잘 시간이 다가왔으니 양치를 해라, 그 뿐이었다. 그냥 네, 좀 해주면 좋을 것을 매번 한숨 한 번 푹 쉬고 저렇게 대답한다. 전쟁의 시작이다.
내 입장에서는 매번 전쟁을 시작하는 건 저 녀석이다. 애 입장에서는 늘 엄마가 잔소리를 한다고 항변한다. 아니 그 말도 못하는 엄마가 어딨니, 그럼 이가 썩게 내버려 둬야 속이 시원하니!! 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나도 억울한 마음에 뭐라 하다가 결국에는 윽박 내지는 협박 혹은 분노로 마무리가 된다. 사춘기가 올 나이가 아닌데, 하는 행동은 딱 사춘기다.
책 속 소이라는 아이도 우리 애랑 비슷한 상황이다. 엄마는 잔소리쟁이라고 생각하고 사사건건 다툰다. 입술에 바른 틴트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는 엄마한테 화가 난다. 아빠랑 둘이 이탈리아 여행을 가려는 엄마가 밉다. 여권을 훔쳐 숨겨 놓는다. 엄마 연락에 대꾸도 잘 하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춘기일까? 싶다.
진짜로 엄마가 여행을 갔다. 신날 줄만 알았는데, 뭔가 마음이 차악 가라앉는다. 할머니가 아무리 맛있는 반찬을 해주셔도, 밥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차분한 마음이다. 소이는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가족은 때때로 힘들다. 같이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일이 버거울 때도 많다. 지친 일상과 갈등 속에서 우리는 진짜 소중한 것을 잊을 때가 많다. 가족이 없으면 더 좋을거야, 편할거야, 라고 생각했던 소이도 엄마의 부재로 인해 귀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 또한 엄마의 모든 말이 다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기억은 잘 안난다. 나는 어제 먹은 것도 잘 기억을 못하는 편이니까) 당연히 해야하는 양치가 싫었던 거지, 가족이, 엄마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 애도 그럴진데. 그냥 이가 썩게 놔둘까나. ㅋㅋㅋ 엄마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춘기 자녀와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