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소원 - 제1회 나다움어린이책 창작 공모 대상 수상작
김다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내가 탈 번호가 아닌 버스가 빗물을 쏴악 뿌리며 지나갔다. 아으 운전 좀 잘 해주시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버스를 보았다. "힘들지?"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부모님께 듣고 싶은 말 4위, "힘들지?"

'그치, 그렇지, 너희도 힘들지. 나도 알지. '

내가 지나왔던 길인데도 가끔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추억은 항상 미화된다고 했던가.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중학생이었을 때가 희미하다. 그렇지만 그 때도 힘들어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

공부도 공부지만, 난생처음 가족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어려웠다. 그것에 비하면 공부는 단순했다. 정답이 있었으니까. 생각해보니 가족도 어려웠다. 엄마와 아빠는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들이 참 많았다. 어떤 소풍 날에는 엄마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하루종일 주무셨다. 누구도 엄마가 왜 그러셨는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엄마 어깨 너머로 본 것을 떠올리며 조용히 김밥을 쌌다.

부모님도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이 많듯이, 어릴 적도 나도 그러하였다. 부모님께 말할 수 없는 것들, 숨기고 싶은 것들이 쌓여 갈수록 친구와 가까워졌다. 내 고민을 들어주었다. 누구도 '뭘 그거 가지고 그래?' 라거나, '그러니까 니가 그러는 이유는...' 이라며 넘겨짚지도 않았다.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친구 덕분이었다.

이 책의 아이들도 그러하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은 아이, 엄마와 아빠가 별거 중인 아이, 나의 꿈이 아닌 엄마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아이. 이 세명의 아이가 모여서 비밀을 쌓고 남몰래 소원을 빈다. 누구도 들어줄 수 없는 소원을 말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쉽게 그 소원을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하늘의 별에 빌어보아도, 돌아가신 부모님이 돌아오신다거나,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난다.

언젠가 아이들이 부모가 되면, 그 때의 부모님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내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지금은 견디고 견디어서 나아가는 길 밖에 없지만, 어떻게든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