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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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하루종일 너무 바빠서 화장실도 가기 힘들었다. 민원 전화로 자리를 뜰 수 없는 시간이었다. 만나는 뭐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요구 받는 날이었다. 버거워서, 엎드려 울고 싶었다.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빌려온 책들을 쌓아놓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뭐야 이 두께는. 그림책인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두꺼운데. 귀찮아.'

처음 이 책은 그저, 너무나 피곤한 날에 서평 써야 하는 책일 뿐이었다. 또다른 책임(내가 신청한 것임에도) 인가 싶어서 한숨을 쉬며 책장을 한 장 넘겼다.


"당신을 책을 첫 장부터 읽는군요. 인상적입니다. 저는 보통 중간쯤부터 읽기 시작해요. 머리말은 아예 보지도 않고요. 책을 읽는 데에도 이렇게 서투른 제가 책을 썼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나한테 책을 쓴 분들은 다들 대단하고 멋진 분들인데, 자신을 서투르다고 하며 나한테 인상적이다고 하다니. 이 소박한 칭찬이 이 날 내가 처음으로 들은 따뜻한 말이었다. 금세 눈이 시큰해지더니 순식간에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은 소년과,

두더지를 잡아 먹겠다고 했던, 묶여 있던 여우와,

그 여우의 줄을 끊어 준 두더지와,

날 수 있지만, 날 수 있다는 것을 감추던 말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간다.

"이건 올해의 책 후보야."

라고 말했지만 무엇이 나를 감동받게 했는지는 몇 번 더 읽어보아야 알 듯 하다. 읽는 사람마다의 심상이 다르게 그려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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