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 재건축 열풍에서 아파트 민주주의까지, 인류학자의 아파트 탐사기
정헌목 지음 / 반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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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는 아파트 만들기

 

 

 

일명 닭장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아파트, 사실 아파트...하면 선입견이 좋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런 선입견을 사그리 날려버린지 오래되었다. 너무나 편안하고 깔끔하고 그런 생활에 이미 젖어버린 탓이리라.

 

그렇다면 우리 집, 내 아파트에 정이 들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사실 나는 시멘트 건물의 차가운 냉기가 싫었다. 보일러를 넣지 않은 겨울에, 뼈가 시리도록 파고드는 그 차가움이 아파트에 정이 들지 않게 하였다. 푸른 생명이라곤 발견할 수 없는 죽어있는 건물이란 선입견을 영영 버리지 못하며 10여년을 살다보니, 이젠 그런 아파트 문화에 푹 젖어서 타성적으로 살아가던 작년 어느 날, 아파트 화단에서 바람에 하늘거리는 벌개미취 꽃을 발견했다. 도로에서나 가끔 볼 수 있던 꽃이고, 어느 야산 아래서나 봄직한 꽃인데 우리 아파트 화단에서 보랏빛 꽃으로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그때 무엇인가 보물을 발견한 듯 내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파트 후문 경비아저씨가 벌개미취를 봄에 몇 폭 갖다 심으셨는데, 그 꽃들이 씨앗을 퍼트려

올해 화단 가득 퍼졌다. 아저씨는 틈만 나면 풀도 뽑아주고, 거름과 물을 주면서 알뜰살뜰 가꾸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화단에 무언가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화원을 오며가며 살폈다. 가져다 심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 헤매다가, 주고, 솎아도 주면서 화단을 곱게 가꾸어 놓으신 거였다. 그 꽃들을 보는 순간, 아저씨의 정성이 가득 느껴지면서, 나의 아파트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층간 소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그 뉴스를 듣는 순간, 사람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사하고 얼마 있다가 위층에서 이사 떡을 돌렸다. “O층에 이사 왔어요. 우리 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이라서 좀 시끄러울 거여요. 시끄럽더라도 조금 양해해주세요. 미안해요.”라 인사를 했다. 사실 이사하던 첫날부터 꿍꽝거리고, 날마다 피아노소리가 아침저녁으로 들려서 좀 신경이 쓰였던 터였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더니, 아침저녁으로 시끌버적지근한 위층 덕분에 우리들은 음악을 틀리 시작했다. 시끄러운 것도 만성이 돼서 나중에는 신경이 무뎌졌다. 시간만 나면 뭔가 만들어오는 그 안주인 덕분에 그 시끄러움도 나중에는 사람 사는 냄새다 생각할 만큼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경험상 그 댁 사람들이 예쁘니 소음도 음악처럼 들렸던 것이리라.

 

우리 아파트 단지 옆에는 현대아파트가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목에 힘을 준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사람을 봐도 인사도 안 하는 그 이웃을 보면서, 아파트 브랜드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해보면 뭔가 한 계단 위의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아파트도 더 좋아보였고, 아파트 주변 조경조차도 왜 그리 고급져 보이는지, 위축되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날 우리 화단에 야생화가 하늘거리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 아파트도 괜찮네...라는 생각을 했다. 가치부여가 우리 아파트도 나름 생기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현대아파트라고 어깨에 힘을 주던 내 친구, 그리고 그녀의 이웃들이 문득 떠오른다. 왜 사람들은 아파트가 브랜드가 뭐기에, 자신들도 모르는 무의식속에 자의식들이 꽉 들어차는 것일까? 그들에게 느낀 것은 현대아파트와 내 아파트를 놓고 브랜드 서열을 만들면서, 그 서열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투영시킨다는 느낌을 상대방이 눈치 채게 하는 걸까? 곰곰이 집단 무의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더랬다.

얼마 전 무지개떡건축이란 말을 듣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농가, 전원주택, 도시에 있는 주택, 다세대주택, 아파트, 주상복합아파트, ...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 얼마나 사람들의 의식을 좌지우지하는지, 또 그 집단 공동체의 생활형태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지, 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살아가면서,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가치 있는 아파트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관심, 즉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서로 위하는 마음들이 있을 때 아파트 공동체의 삶도 각박함에서, 삭막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경비아저씨들을 잘라 버리고 용역업체에 맡기는, 단순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십시일반 밥 한술 떠내려 한 사람 밥그릇을 만드는 일에, 더 가치를 두는 아파트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넓고 높고 그런 공간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가치를 가진 아파트 공동체 집단 지성이 환하게 빛을 발하는 2018년 한 해가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맴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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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한 줄 카피 - 길거리 POP부터 TV광고까지 실전 카피 쓰기의 모든 것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이자영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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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잘 팔리는 한 줄 카피

 

 

이 책은 서장부터 6장까지 있는데, 7part이다. ‘서장은 자신과 관련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라, 1장 뉴스를 팔아라, 2장 이득이 될 많한 것을 제시하라, 3장 욕망을 자극하라, 4장 공포와 불안을 부드럽게 위협하라, 5장 신뢰를 판매와 연결하라, 6장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캐치카피의 10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을 강하게 만들려면 상투적인 문구를 피하고 단어조합을 생각하라. 평소에 흔하게 쓰는 말은 눈과 귀에 익어 상투적이기 쉽다. 또 평소에 자주 쓰는 어휘 조합은 신선하지 않다. 색다른 단어 조합을 만들어보자. 새로운 말은 머릿속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글이 강해지고 기억에 남게 된단다.

 

흘러가지 않게 만들려면, 자신과 관련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맥이 빠져있는가? 인간은 자신과 관계가 있는 정보라고하면 귀를 기울인다. 반면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면 흘러보낸다. 상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뭔가 있을 때는 우선 그 정보가 자신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흘러가지 않는 키워드로 뉴스, 이익, 욕망, 두려움과 공포, 신뢰와 판매를 연결해서 말하라. 서론에서 제시 해놓고 1장부터 6장까지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면 타깃, 질문, 압축, 대비와 살짝 바꾸기, 과장을 엔턴테인먼트화하기, 주요한 정보 숨기기, 숫자나 순위 사용, 비유, 상식 뒤엎기, 진심으로 부탁하기, 그야말로 짬뽕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말이 설득력을 뒤로 갈수록 갖게 된다.

 

이 책 중간 쯤 읽을 때 시계를 사는 사람은 기능적 편익 때문에 사기도 하지만, 감정적 편익 때문에 사기도 한단다. 좋아하는 디자인,만족한 착용감 때문에 사기도 하는데, 애플의 매킨토시나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감정적 편익 때문이란 말에 빵터녔다. 애플 컴퓨터를 보면서 모니터와 일체형 컴퓨터와, 키보다, 마우스를 보고서, 영 불편해서 사용할 수가 없어 내다버리려고했는데, 옆에 동료가 그것 생각보다 꽤 비싼 컴퓨터입니다. 모니터부터 시작해서 마우스까지 인터넷을 쳐보고곤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 디자인은 굉장 단순하면서 세련되어 보이는데 영 사용하기 불편한 제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 마우스도 1만원대 마우스의 몇 십배 가격이라 깜짝 놀랬다. 정말 사용하기 불편한데 말이다. 사람들은 감정적 편익에 의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새삼, 이 책 저자의 말씀에 공감을 했다.

 

하겐다즈라는 아이스크림 광고 장면, 처음에는 키스를 하는 것처럼 화면을 향해 포즈를 취하다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으로 어느새 바뀌는 광고이다. 관능적인 장면으로 감정을 달아오르게 하고 그 달아오른 감정으로 하겐다즈를 먹는 싶다는 감정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런 광고를 만드는 사람은 의도적이었던 의도적이지 않았던, 공식적으로는 절대로 의도적 목적을 가지고 만들지 않았다고 부인한단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가 빵 터졌다. 사실 나도 모르게 밤 중에 TV를 보다가 맥주가 먹고 싶어졌던 기억이 났다. 그때 그 맥주 광고에 나오던 섹시한 장면이 생각났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이처럼 설득을 당한다.

 

스테이크를 팔지마라, Sizzle을 팔아라. - 지글지글거리는 것으로 팔라는 문장 앞에선, TV에서 지글지글 닭튀김으로 광고를 때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지글거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침샘에서 침이 고여오고, 스마트폰으로 그 치킨 브랜드를 검색하고 있었던 기억을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종종 경험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읽다가 내 경험한 것 때문에 공감할 때, 왜인지 뿌듯한 감정이 올라오면서, 괜실히 아, 나도 이런 것은 참고해야겠어... 이런 중얼거림을 흘리면서 내내 책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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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디자인하라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가치의 힘
김진택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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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디자인하라

 

 

 

이 책의 구성은 따로 또 같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도시, 오늘만이 아닌 내일을 사는 법, 거품을 뺀 기술, 사물과 존재를 새롭게 잇는 혁신, 열심히 벌었으니 정승처럼 쓰려면, 사물과 공간에 새로운 생명 불어넣기, 호모 루덴스의 또 다른 지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뿡가 이층신발을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게 됐습니다. 어른 신발 위에 아이 신발을 덧붙여서 만든 신발인데, 그 신발을 아빠나 엄마가 신고, 그 위에는 작은 딸아이가 신으면, 아빠와 엄마가 걸음마나, 운동, 스트레칭, 또는 왈츠를 함께 출수 있을 것이다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풍경이 눈에 선했다. 아빠도 엄마도 바빠서 놀아주지 못하는 요즘 세대들에겐 무언으로 제안하는 놀이가 아닐까? 사랑하는 딸아이, 아들아이 손을 마주 잡고 가볍게 걷거나 춤을 추거나 걸음마한다면, 부모와 아이가 마주 잡은 손을 통해 따스한 체온이 전달되므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정이 쌓일 것이다.

 

보는 사람이 상상만 해도 흐뭇한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즐거울까? 그 신발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획기적이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 소원해지기 쉬운 자식과 부모의 사랑을 위해 만들었다는, 그 가치가 참 새롭게 돋보이는 신발이나 한참동안 그 신발을 들여다보았다. 요즘처럼 4차 산업이다 뭐다해서 인공로봇이 인간을 대신해서 힘든 일을 하는 시대에, 편리함을 추구하고 추구하다가 별의별 상품들이 인간을 편리성에 내몰고 있는 요즘, 과연 가치 있는 디자인은 무엇일까?

 

실재적 환경과 현실 안에서 인간이 사회와 세계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즉 그 값어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생각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대기업이 독과점 하다시피 한 경제, 그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고자 크라우드소싱에 참여하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 21세기 경제를 이끌어갈 패러다임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들을 쫒아가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 없는 집 자식이 출세하기는 어려운 시대라는 김동연 장관의 이야기에 화들짝 놀란 가슴, 그래서 더더욱 크라우드소싱에 마음이 꽂힌다. 지인 중에 50대 중반을 훨씬 넘은 김씨라는 사람이 있는데, 전업주부를 탈출해서 일을 해보려고 준비하는 중인데, 선뜻 일자리가 보이지를 않는단다. 김 씨는 취직을 하자니 나이가 많고, 창업을 하지니 창업밑천이 없어 고민이란다. 소위 그는 베이부머 세대로서 위로는 부모를 모셔야하고, 아래로는 자녀들을 출가시켜야하는 처지이고, 거기다가 그녀 자신의 노후까지 준비해놔야하는 처지이다. 뭔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하나, 앞으로 노후 대책은 어떻게 해야하나, 결혼 적령기에 아들을 장가보낼 생각에 까마득해진 그야말로 돈 들어갈 일들이 줄줄이 서서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김씨가 잘 살펴보면 전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창업을 하려는 그녀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의 손길이 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나누던 두레나 품앗이와 같은 비슷한 개념의 크라우드소싱이다. 크라우드소싱에는 선택형과 통합형이 있다. 선택형은 기업이나 기관에 문제를 제시하고 솔루션을 부탁하는 방식이다. 창업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유한킴벌리에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선택형으로서 유한킴벌리가 낸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기업에게 경제적 지원한다. 통합형은 집단지성에 기반을 두고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프로젝트 협업형태인데 공유 노동이나 공유 경제에 기초한 활동들을 다 말한다. 예로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 사업을 들 수 있다. ‘따로 또 같이의 개념이 바탕이 되는 크라우드소싱은 21세기 경제, 사회패러다임을 이끌어가야할 철학이고 실천이다

 

그린어반디자인, 지속가능성 콘텐츠, 적정기술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CSR 콘텐츠, 업사이클링, 기능성 게임 분야 등등... 어떻게 우리의 삶속에 활용되고 있는지 여러 가지들이 있다. 이것드르을 저자는 소개하며 가치 있는 디자인에 대해 풀어나간다. 빅워크에 대한 이야기, 댄싱 트래픽 라이트에 대한 이야기, 어린이 보호스티커에 대한 이야기, 퓔로미터 이야기, ....

 

죽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읽어가는 동안, 그 중에 특히 내 눈길을 끈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를 갖게 된 린다우 마을이야기이다. 린다우 마을이 관광지가 된 이야기는 마을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고 캡쳐해서 실시간으로 웃는 얼굴이 많은 날은 웃는 얼굴로, 시무룩한 얼굴이 많은 날은 시무룩한 얼굴로 만드는 구조물 탑을 만들어, 그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날의 마을 사람들 기분을 알려주는 등, 관광지 명물이 되었단다. 린다우 마을 사람들과 구조물과 컴퓨터가 서로 상호작용한 콘테츠가 실시간 삶속에 녹아들어 숨쉬고있는 이야기가 마음에 인상적인 여운으로 남았다.

 

내가 생활하는 반경 내 모든 건물과 사물들을 돌아보며 자연스레 책 내용들과 오버랩 시켜 생각들을 떠올렸다. 가까운 주변에 사물들을 하나하나 디자이너의 체온이 느껴지는 철학이 담겼다는 새로운 인식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가치가 상업적이던 아니던 그것은 사람들과 사물을 함께 공존하게 하는 어떤 가치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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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도시적인 삶 -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
황두진 글.사진 / 반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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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도시적인 삶

 

 

 

<<가장 도시적인 사람>>이란 책 제목을 처음 대하는 순간, 여러 가지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세련되고 눈부신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깔끔한 신사의 아침 출근길이 펼쳐지는가 하면, 삼푸 냄새 풀풀 날리며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로 출근길을 알리는 옆집 아가씨의 부지런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아침 출근길 버스나 전철을 타려고 서 있는 행렬이 더 많이 떠오른다. 물론 높다란 빌딩들이 숲을 이룬 도심 복판이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통유리 저 너머로 긴 머그컵을 두 손으로 깜싸 들고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는 향긋한 향을 음미하듯 창가를 서성이며 재잘거리는 아침 햇살도 무시를 못하겠다.

 

이 책이 말하는 도시적인 삶은 무엇을 어떤 삶일까? 궁금해 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인터넷에서 무지개떡을 검색해보았다. 내가 알고 있던 그 알록달록한 그 시루떡이라니, 건축을 그렇게 비유한 것에 삶의 철학이 느껴진다.

 

알뜰신잡에서 저자가 자세히 소개했다는데 나는 볼 기회가 아직 없어서, 무지개떡건축이란 말이 궁금한 채로 책장을 펼쳤다. ‘단독형 무지개떡 건축, 단지 결합형 무지개떡 건축, 시장 결합형 무지개 건축, 해외 도시의 무지개떡 건축, 부록’, 이렇게 이 책은 5part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기 위해 도시로 유입되어 정책해 사는 도시 인구가 우리나라는 약 92% 정도나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 교육의 문제, 생활의 편리성, 문화적 혜택 등등 많은 이유로 도시에 살지만, 언젠가는 시골로 가서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꿈들을 꾼다. 사실 도시에서 사는 것 자체가 너무 정서적으로 너무 각박하고 삭막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도시를 버리고 떠난다면 이 도시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우리는 다시 돌아보고 그 도시를 보듬고 재탄생해서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머릿속에 남아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버리고 시골로 내려갈 것이 아니라, 이 도시에 시골생활 못지않게 가꾸면 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해왔더랬다.

 

어젠가 문득 내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출근하다가 우연히 찬찬히 외관을 구경하게 되었다. 뭐 새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고 구경을 하게 된 것은 아닌데, 건물 디자인이 예쁘다는 생각과 한 가지 더 하게 된 생각은 옥상에 푸르른 정원이 있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아도 소나무 숲이 검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옥상에 좀 올라가봐야지 하면서 아직 올라가보지는 못했지만, 우리 사무실 건물위에도 정원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도시는 늘 삭막한 곳, 너무나 드라이해서 언젠가는 정서가 촉촉하고 인심이 푸운한 시골로 이사 갈 거야, 담 없이 이웃과 넘나들며 정을 나누는 그런 전원생활을 꿈꾸던 나에게 이 책은 또 다른 도시를 꿈꾸게 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전통시장을 저자는 예로 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시장도 살고 도시민도 살 수 있을까? 그 해법으로 저자는 그 시장에 사람을 살게 만들자고 한다. 사람도 살고, 전통시장도 함께 살아나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 예리한 저자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은 상권 안에 사람을 상권과 함께 살게 주거형태를 처음부터 만들어 우리나라처럼 전통시장 죽어가는 문제점이 없단다. 직장과 집, 편의시설이 적절하게 갖추어진 동네를 이루도록,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밀도가 있는 건물과 함께 주민들의 생활양식, 도시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한 주거의 필수조건을 만족시키는 건축이 무지개떡 건축 핵심이란다. 도시를 살리면서 삶터와 일터, 거리와 건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곳, 서로 따스한 정을 나누며 소통하는 곳으로 도시를 만든다면 우리가 시골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소망, 이 소망이 조금은 발길이 달라지지 않을까?

 

지금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대부분 단일 용도인 주거형태로 지어졌다. 도시의 기본 밀도를 유지하면서 거기다가 복합기능을 함께 불어넣어 거리에 활력을 만들고 상주인구와 유동인구의 적절한 균형을 확보하며 경제적으로 순환하는 도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시도를 한 것이 상가아파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가구를 지어놓고 월세나 꼬박꼬박 받는 사람에게 이런 도시에 대한 거대한 꿈은 없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 이젠 바꾸어야할 때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했다. 내가 사는 마을 이제 숨통을 튀어주려면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서야할 때란 생각이 든다.

옥상에 정원을 만들고, 화단에 나무와 꽃을 심고, 이런 작은 일부터 우리들은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 정원에 작은 꽃을 심으며 나는 이웃과의 대화, 이런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할 때라 생각한다.

 

담을 허물어 상가로 통하고 버스정류장이나 역으로 가는 길이 더 가까워지는 그런 모습들을 종종 만날 때, 숨통은 이렇게 해서 트이는구나 생각한 적, 우리들은 가끔 도시에서 살면서 느낀다. 어떤 건축은 이 도로와 저 도로를 연결해주기 위해 1층을 기둥으로 확 트이게 지어, 사람들의 이동을 도우면서 거리를 활기에 넘치게 하는 건물들을 만날 때면, 건축가나, 건물주가 트인 사람이구나 생각할 때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건축에도 삶의 철학이 담기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지개떡 건축은 그야말로 사람들이나 건물들이 서로 소통하는 사랑이 담긴 건축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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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하는 여자들 - 빅데이터, 칩 개발, 환경 독성, 의료기기, 영양역학
손소영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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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하는 여자들

 

 

 

<<공학하는 여자들>>빅데이터로 세상을 탐험하다, 아주 작은 의 놀라운 능력, 독성 물질을 예측하는 오믹스, 사람을 치료하는 기계를 발명하는 일, 인공지능, 건강 식단을 짜다‘ 5part로 구성되어 있다.

 

얼마 전 <컴퓨터 프로그래밍 마스터>를 공부하는 기회가 있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기계치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그 프로젝트를 참여하면서 확 바뀌었다. 전자공학과를 나온 친구, 화학과를 나온 친구, 프랑스어를 전공한 친구...등등 여러 분야에 몸담던 친구들이 한데 모여서 공부를 하는데, 이 친구들에게서 느낀 점은 여자들은 기계치다란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몇 시간씩 앉아서 센서를 구조화하고,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해서 여러 가지 작동을 실행시키는 것을 보면서, 이런 섬세한 작업은 여성들에게 매우 적합한 작업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공학이 여성들에겐 거리가 먼 분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깨트려야 할 편견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인 두 파트 강의를 들어야 했는데, 그 강의에 참여했던 강사님는 남성이 4, 여성 강사님이 2명이 있었다. 그 중 하드웨어 쪽으로 강의하는 경우가 남성 강사님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중에 여성 한 분이 맹활약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의 물결이 몰려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교실 안을 당당하게 채우던 그 여성 강사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 울려왔다. 산업공학을 전공하면서 유학까지 떠났던 산업공학자 손소영님, 세계적인 연구소에서 침 개발을 했던 임혜숙님, 환경 분야 오믹스를 처음 적용하면서 가슴을 조였던 환경공학자 최진희님, 물리학과에서 승무원 도전, 의료기를 개발하는 의공학자인 벤처기업가 이레나님, 영양학을 전공으로 바꾸어 식품영양학자가 된 김정선님, 5명의 여성 공학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기계를 좋아하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으로 그녀들이 대단하신 분들이구나란 찬사가 저절로 나왔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훨씬 섬세한 기계를 잘 다룰 수 있다. 섬세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거나 하고, 섬세한 시술을 해야 하는 의료기에 대한 연구까지... 모두 사실상 섬세하면서 고난이도를 요하는 일들이다. 또한 치열함과 끈기로 밀어붙여 연구해야하는 부분이 공학이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에게 아주 잘 맞는 분야라는 저자님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남성보다 섬세한 작업이나 연구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리는 인정하고 여성 인재들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하는 여자, 공학하는 여자, ... 사실 4차 산업혁명 최전방에 공학이 있기 때문일까? 여성들이 공학에 대한 열정을 활활 불태워 줬으면 좋겠다. 융합 시대 여성들도 남성들 못지않게 서로 협력하여 함께 공학을 토론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이 사회 어느 곳에서나 문득문득 많이 보기를 원한다.

 

모성을 가진 여성들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폐허보다는 회생을, 파괴보다는 건설을... 남성보다 더 잘 한다. 그런 측면에서, 공학이 여성들의 손에 주어진다면 인류는, 더더욱 살기 좋은 시대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여성 공학자들이 많이 나와서, 사회에 곳곳에서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인류를, 지구를 보듬어 이롭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다운 미래의 인류를 위해 일할 많은 여성 공학도들이 이 책을 읽고 공학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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