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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민국
양파(주한나) 지음 / 베리북 / 2017년 4월
평점 :
여혐민국
『여혐민국』의 책을 받아들고도 책 제목에 대해서 호기심이 멈추지 않았다. 여혐이라면 여자를 혐오하는 사람이란 의미는 들어서 알았지만 여혐민국이라니, 대한민국에서 따왔구나란 짐작이 갔다.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했던 시대에는 양반가에서는 감히 들어볼 수도 없었던 상스런 말이 평범한 백성들 사이에서는 서슴없이 오고갔지 않았을까? 오랜 세월 뿌리 박혀있던 여성을 내리깠던 시대가 지나간 과거가 되었나 생각해보지만, 사실 사회 곳곳에 무의식에 침잠해있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떠오르면 함부로 여성을 대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는 3S 정책으로 여성을 싸구려 상품화를 노골적으로 펼쳐서 여성을 비하하였다. 3S는 스포츠, Screen, Sex 이 세 가지를 국민들 가슴에 콱 박히도록 3S 정책을 과거 어느 군부정권은 펼쳤다. 그 시대 여성은 완전히 SEX의 대상 상품으로 전락하는 대 참극을 겪어야 했다. 스크린에서 잡지에서 벌거벗은 여성들이 포즈를 취한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낯 뜨겁다. 남자들을 섹스 속에 묶어두고 스크린에 묶어두고 스포츠에 묶어 두어 정치에는 관심이 없도록 우매화시키는 작업에 여성이 이용됐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때 이미 여성은 상품으로 전락하였다. 여성 존재 자체가 뿌리가 흔들리는 시대 암흑의 시대였다. 된장녀, 김치녀, 메갈리아, ... 참 생소한 단어들이다. 이런 단어들이 왜 태어난 것일까?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야동을 많이 봤던 세대들, TV에서도 신문에서도 하다못해 소설책에서도 섹스를 빼면 말이 되지 않을 만큼 자주 다루는 것이 성적인 어필이다. 그렇게 개방이 되었으면 국민들이 정신적인 측면도 함께 성숙해야하는데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전 세대가 힘들어서, 더더욱 극성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것들이 수면으로 주저하지 않고 떠오른 것이다. 서럽다 못해 악에 바쳐 결국 소리소리 내지르는 희망이 없는 대한의 청년들, 30대도 40대도 간신히 붙들고 있는 직장 그나마도 50대는 부러워한다. 왜냐하면 50대에 조기 퇴직해서 일자리 찾아 방황하는 족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총체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들에게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서슴없이 말을 뱉고 침을 뱉는다. 화풀이가 어느새 애꿎은 여성만 잡는 형태로 현대사회 접어들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에 접어들 때도 설마 그렇게까지 황폐해질 수 있을까? 설마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인데 설마 그렇게 각박해질까 생각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중앙에 서 있는 지금, 사회적으로도 빈부 격차가 너무 심해지면서 사람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지고, 생존에 위협을 느끼다보니 인심조차 팍팍해져가고 흉흉해져 갔다. 그것에 맞물려서 여성을 바라보는 눈빛도 호의적이지 않다. 내 일자리를 내 월급을 빼앗아가는 경쟁자로만 보인다. 어떻게서라도 여성을 퇴출시켜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을 아닐까? 우리 한국 사회 점점 더 차가운 시선으로 양극화, 부의 양극화, 직장 잡은 자와 잡지 못한 자의 양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 남자와 여성의 양극화, 젊은이와 노인의 세대 간 갈등... 수많은 양극화와 갈등이 우리들에게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착한 여자, 정숙한 여자, 그저 참고 집에만 처박혀 있어야 하는 여자로 알았는데, 당당하게 제 목소리 내면서 사회활동을 하며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에게, 그녀보다 못한 위치에 와 있는 남성은 의기소침한 피해의식을 느끼지 않나 싶다. 엄마처럼 세상의 모든 여자가 만만해보이니까 우리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란 노래처럼, 우린 알게 모르게 여성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것에 익숙해 있는 것은 아닌지.
유교적인 남존여비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세대들이 물갈이 된 후에나 이 땅에 새로운 질서, 밝은 미래가 존재하게 되리라. 여성을 완력으로 다루려는 남성들이 많다. 그것이 남자의 힘이라 생각하는지, 일단 여성을 무시하고 본다. 그러나 성숙한 남자는 여성을 존재로서 인정한다. 결코 성숙한 남자는 여자를 폄하하지 않는다.
모든 여성은 당당한 자신을 가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임장을 단호히 이야기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가 되어 자신을 당당하고 변호하고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 땅에 부모로서 살아가는 시대의 수많은 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눠야 한다. 남성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여성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역량에 맞게 세상을 책임지고 살아가면서 남녀 모두 서로 협동하고 배려하고 그러면서 함께 행복하게 인생을 구가해나가야 할 영원한 동지이다.
이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모두 생각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 앞으로 남녀가 어떻게 서로 배려하며 공동 운명체로 살아가야 하는지, 전통적인 입장과 미래를 대처할 새로운 남녀 관계 정립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원히 풀어가야할 남녀문제에 대한 숙제들을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인간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연민의 정으로 서로 보듬으며 어깨 두드려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로 사랑해야할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도 개선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