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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달라도 괜찮아 -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읽는 편지
김선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11월
평점 :
조금 달라도 괜찮아
『조금 달라도 괜찮아』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딱 떠오르는 생각은, 교복자율화가 처음 추진될 때 걱정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모든 학생들은 다 탈선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나 막상 교복 자율화가 되었을 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 통제되는 독재체재에 순응해 살다보니 철저하게 교복이란 틀 안에 우리 아이들을 가둬 키운 것은 아니었나하는 생각마저 들 만큼 아이들은 눈부시게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젊음을 표출해내는 것을 볼 때마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자 아이들을 또 통제 속에 무한경쟁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그야말로 경제실리중의 속에 사람가치는 일회용이고 민중은 개돼지로 알고 그저 먹을 것만 적당히 주면 된다는 교육관으로 아이들을 내팽개치다시피 하지는 않았는지, 부모로서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찰라, 『조금 달라도 괜찮아』 이 책을 받았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속에 아이들을 교실에 가둬놓고, 채찍해 가며 달리게 하였다. 학원이다 과외다 엄마의 치맛바람은 대단하다. 아침저녁으로 차로 태워 오고가며 야단법석으로 극성을 떤다. 일류대를 외치며 달리고 달리는 엄마, 아이는 지쳐 쓰러져도 일류대를 외쳐대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교육받은 인간이, 민중은 개돼지라는 소리나 떠벌리는 1%미만의 소용돌이속에 들어가서, 또 민중은 개돼지라는 저만 선지자이고 똑똑한 인간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이 사회에 군림한다. 무한경쟁이 나은 이런 무뇌아들이 이 사회 꼭대기에서 계속 민중은 개돼지라고 외쳐대게 만드는 것은 다 엄마들의 극성으로 만들어진 국화빵의 모습인 것이다. 대한민국에 모든 엄마가 뱁새가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달리고달려 황새를 쫒아갔다하자, 뱁새는 황새의 흉내를 낼지는 모른다. 그러나 태생이 뱁새인 것은 결코 속이지 못할 것이다. 결국 뱁새의 요상한 걸음은 금방 탄로가 나고 말 것이다.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려 빠른 속도를 내야 살아남는다며 뱁새 대가리 백날 까닥거려봤자 뱁새는 영원한 국화빵을 생산해낼 뿐이다. 뒤도 돌아보고 옆도 돌아보고 앞도 바라보며 달리는 아이들만히 당당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래를 펼칠 것이다. 그 아애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은 어떠한 세상이 올까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그런 아이들이 커서 정치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찬란한 정치문화를 만들어내겠는가?
민중은 개돼지니까 그냥 밥만 주면 조용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그냥 뇌가 없는 무뇌아로 밥만 축내는 식충이로 성장한 그 사람, 그의 말에서도 우리는 단번에 알 수 있다. 그의 성장과정을, 민중은 먹이라는 사슬에 가두어 밥만 주면 된다는 생각, 그 생각이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수많은 무뇌아 국화빵을 교복 속에 키워내려 교실에 가두고 그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음소거해서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고삐를 이끌어가려하는 교육관, 정치관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각각 얼굴이 다르듯 생각도 다 다를 텐데 교복과 교실에 가두고, 아파트란 닭장에 일제히 가두어 그들의 삶을 노예로 모든 국민을 만들어버린다. 여기서 노예라 함은, 우리는 평생 아파트 하나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일만 죽어라 하다가 늙고병들어 버린다. 그렇게 보금자리 하나를 위해 좋은 시절 기업을 살찌우다 가는 것이다. 결국 집 하나 마련하는 것도 기업을 살찌워주는 소모품일 뿐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명목상은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이지만, 평생을 빛 값느라 중요하디 중요한 젊은 날을 기지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살아는 국화빵이 우리들은 되었던 것이다. 꼭 아파트에 살아야 살 사는가? 오지에 허름한 집에서 살아도 행복함을 느끼면 그것이 정말 인간다운 삶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다르듯이 그들은 각각 다른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것도, 잘 하는 것도, 관심이나 취향까지 다 다르다. 이런 아이들을 국화빵으로 성형하여 재생산 하려 한다는 것은 어리섞은 일이다. 혁신을 부르짖는 시대에, 교육문화도 다양하고 창조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다양한 맛을 이 사회는 원하는데, 학교는 아직도 국화빵을 고집한다. 국화빵은 배고플 때 딱 한번 집을까 말까한 소모품일 뿐이다. 일회용으로 국화빵을 대량 생산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이런 국가아 사회는 자연스레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학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편지 형식으로 이 책을 썼다. 엄마와 자주 충돌하는 수지,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선화, 놀기 좋아하는 미래, 한참 이성에 관심을 갖는 병철이, 친구과 우정을 고민하는 미연이, 불같이 천방지축인 병천이, 엄마를 떠나고 싶은 유민이, 좌충우동 산만한 두진이, 담배를 피우는 은희, 아이들을 왕따 시키는 정택이, 동생과 싸우는 아이, 축구를 좋아했던 아이 ..... 선생님은 그 아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편지를 쓴다.
우리나라 아이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자살하는 사람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들은 자살을 하지 않는단다. 아이들 하나하나 세심하게 불러내어 글을 쓴다. 담배를 피우는 아이에게 교훈적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들키지 말라는 말을 해주는 저자는 그들의 편에 서서 글을 쓴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살아가면서 문제를 만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문제를 받아들여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다보면 자연스레, 사람은 단단해지면서 해결능력이 충분하게 배양될 것이다. 각자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레 스스로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얻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깨트리고 또 깨트리며 스스로 단련시키고 다스리는 법을 배워갈 것이다. 이렇게 단련된 성숙한 마음은 나와는 다른 친구들, 사람들을 이해할 것이다.
이 책은 읽는 동안 공부하지 않는다고 소리지르는 엄마는 이제 그만 해야지 다짐을 하게 된다. 책상에 두고 또 읽고 또 읽으며 삶의 지혜를 얻어야겠다.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 하는 엄마,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속상한 엄마, 그 엄마가 꼭 읽어야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