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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봄날 ㅣ 푸른사상 시선 49
김유섭 지음 / 푸른사상 / 2015년 1월
평점 :
눈알들 /
김유섭
경기장은 수많은 눈알로
가득했다
질러대는 함성은 기괴한
음률로
울부짖는 짐승의
성대였다
저마다 동공의 확대의
축소
팽창을 향해
소용돌이쳤다
눈알을 감싸고 있는 핏줄이
터져버려라
발을 굴렀다
경기가 시들해지면 욕설과 야유를
퍼부어댔다
허공에서 쏟아지는 주먹과
발길질에
너덜너덜해진
선수들이
차례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그때마다 전류를 흘려놓은
듯
눈알은 감전의 발작을
반복했고
극치의 경련 또한 무한으로
증폭되었다
터져버린 핏불에서
질질
흐른느 피가 불길처럼 사방으로 번져갈
때면
경기장은 서로에게
돌진하는
피투성이 눈알로 들끓는
도가니였다
눈알들,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동공들,
무슨 조울증
환자처럼 기뻤다 다운되었다하는 인간의 표정과 감정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는
시이다.
가끔
주변에 동공이 항상 부풀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조울증 환자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살기가 팍팍해서일까? 일상을
데드마스크로 살아가는 사람, 살아가는 생이 힘들 때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무의식에서조차 다운되지 않으려 애쓰다 남들에게 조울증 환자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초고속으로 빨라지는 사회현상에
문화충격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나로그적인 사람으로서 참기 힘들 큼 이 드라이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무엇이 위안이
될까?
어떻게 해야
마음의 위안을 얻고 따스한 감성과 눈길을 가질 수 있을까?
현대인들의
모습을 아주 선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는 이 시가,
내 조울증을
보는 것만 같아서...
소름이 쫙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