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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 -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철학 읽기
크리스티나 뮌크 지음, 박규호 옮김 / 더좋은책 / 2016년 3월
평점 :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 돌봄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 돌봄』이라는 제목, 노란 표지에 멀리 나무 한
그루 있고 한 사람이 서성이고 있는 모습과 그의 발자국이 어수선하게 직인 눈밭이 보인다. 무엇인가 생각에 잠겨
느릿하게 거니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이 떠오른다. “철학 프락시스에서
이루어지는 인생 상담은 철학이 삶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고통 받거나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로 시작되는 철학자
게트트 아헨바흐의 글귀가 인용되고 있어, 오호... 군침을 흘리며 책상에
의자를 바싹 끌어당긴다.
철학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아이고 머리야...부터 시작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철학적 학문에 대한 책이 아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란 점에 우선 점수를 후하게 준다. 철학개론서라면 머리가 좀
아플 텐데...하는 걱정은 싹
사라졌다. 일상의 골칫거리들로 머리가
아플 때, 죽음이 두렵게 느껴질
때, 극한의 불운이 찾아왔을
때, 나쁜 습관과 이별하고 싶을
때, 세상의 부당함이 납득이 되지
않을 때, 인생의 방향을 상실했을
때, 타인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여자답게라는 말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 생존을 위한 호신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등등... 우리가 힘들 때 옆에
놓고 조용히 차 한 잔 마시면서 읽어도 좋을 듯한... 그래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행간을 따라간다.
IMF로
인해서, 또 한 차례 사업실패로
번아웃 증후군을 앓고 간신히 극복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선 이 책을 일고 난 후, 어떻게 변해
있을까? 궁금해진다. 심리상담사를 공부하고 있는
지금 어떻게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듬을까 혼자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러기에 더더구나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저자는 니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살핌, 시종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위한 제
힘으로 견뎌냈단다. 니체는 자신처럼 강한 인격에
질병은 삶을 위한, 더 많은 삶을 위한 힘찬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실 학창 시절에 니체에
대해 이해해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어렴풋할 뿐 나는
니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 수 없다. 이 책에 거론되고 있는
니체의 사상은 그야말로 위기의 사상가라고 말한단다. 그는 그 위기를 진단하고
더욱 위기를 날카롭게 만들었단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니체를
통한 철학적 치료는 배장이 두둑한 사람에게 어울릴 것이다. 니체의 글들은 건조하고 핏기
없는 논문이 아니라 풍부한 어휘와 정서를 담고 있는 격정으로 쪼개지고 은유로 치장된 텍스트이다.
현대적 사리 분별, 침착한
근면성, 평온한 자기만족 등이 사람들
사이에 만연한 곳에다 니체는 철학적 폭탄을 설치한다. 신의 죽음을 온전한 의미를
회색빛으로 그려내는 순간 고요와 평화는 사라질 것이다. 신의 죽음에 대한 온전한
의미를 대면할 의지와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배후로 도피하거나
실존적 물음에 조야한 답변으로 구슬리는 대신 진리를 위해 고통 받고 절망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음을 천명한다. 그러고 나서 완전한
허무주의에 빠져있으면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할까? 아니다. 허무주의는 극복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는, 실존주의자, 존재론, ... 예전에 이해했던
것들을 한 차원 더 업데이트 됐다고나 할까? 그냥 좌절하고 절망에 빠져서
자살하는, 그
허무주의...만
알았는데, 이 책에서는 철저하게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하고 허무, 절망에 푹 빠졌다가 나오라고
한다. 철저하게 그 고통들을
견디면서 정면으로 대결할 때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인생의 의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단다. 짧은 생애였지만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고통을 견디어낸 자만의 그
고통 끝에 오는 참맛을 아는 법이다.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빠르게 지나가고 달려오고
있는 문화의 흐름,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아노미 상태인 우리들에게,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시대, 전통적인 가치관이 산산이
부서진 그 모래 언덕에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그 모래들을 어떻게 해야
새로운 가치관의 성을 쌓아올릴지, 철저하게 무너져 본 자만이
무너지고 일어서고 하는 가운데 삶의 기둥을 일으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