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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ㅣ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조훈현은 중국의 <<잉창치배>> 바둑대회에서 1인자이던 녜웨이핑과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두었다. 이 승리는 한국 바둑을 단숨에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역사적 사건이었다. 잉창치배 대회 2회에서는 서봉수가, 3회에서는 유창혁이, 4회에서는 이창호가 연달아 우승을 하였다. 단숨에 중국, 일본, 한국 바둑 삼국지의 패권은 한국으로 넘어오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바둑의 전반적인 모든 것들을 인생에 비유해서 이야기를 펼친다. 그야말로 나를 책상 앞으로 의자를 확 끌어당기게 하는 승부사이다.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하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고 부른다는 저자에게 감탄한다. 사실 그동안 포기한 꿈들이 얼마나 많고, 좌절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나... 진작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용기백배해서 밀고 나갔을 텐데…….
바둑엔 뜻하는 목표가 있다. 논리가 있고, 게임의 법칙이 있다. 바둑 기사의 마인드는 일종의 지략가다. 전략과 전술을 세워 포석을 하고 끊임없이 판세를 읽으며 한 수 한 수 돌을 놓는다.
그의 스승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은 일생에 딱 세 명의 제자를 길렀다. 세 번째 마지막 제자가 바로 조훈현이란다.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것은 매우 쉽다. 그러나 그런 방식에서 조금만 벗어난 문제가 나오면 힘을 못 쓴다. 그 반대로 혼자서 공부를 한 학생은 공식 따위는 몰라도 생각을 하면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조훈현은 세고에 선생에게 정형화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언제나 그의 방식대로 바둑을 두었다. 그것이 나중에 그만의 공격형 바둑으로 자라서 제비행마, 마술사, 화염방사기라는 독특한 평가를 받았다.
보통 사람들은 진짜 행복은 돈에서 명예에서 성공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 자아는 자존감이다. 자아가 단단하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신념대로 행동한다. 창의성이 넓은 의미가 남과 다른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은 그냥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
프로 기사의 공부는 바둑교본을 읽고 기보를 분석하고 자기 분야에 대한 치열한 연구와 함께 세상에 대해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가지는 것이다. 사실 바둑과 인생이 닮은꼴이라지만 바둑에는 사회적 상식, 역사나 문화적 배경지식이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바둑은 잘 한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바둑과 인생이 다른 점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직업은 삶과 밀접하게 관계 되어 있다. 작가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잘 알아야 좋은 소설과 시를 쓸 수 있고, 의사는 의료적인 지식을 많이 안다해도 환자들과 소통이 서투르면 외면당한다. 또 작곡가는 대중의 취향을 잘 파악해야 인기곡을 만들 수 있다. IT분야는 아마도 새로운 기술에서부터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음악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인생에 있어서 수읽기를 잘 하려면 자기 분야에 꾸준한 공부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문도 열심히 읽고 영화, 드라마도 열심히 봐야 한다. 이처럼 알고 싶은 것만 알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적어도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지 대략 정도는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은 내가 하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어 보여도 이러한 정보가 모여서 내 안에서 쌓이면 결정적인 순간에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승리는 살아가는 내내 여정의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다. 그러나 계속 이길 수 없는 것이 승부의 세계이다. 계속 일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사람을 폐인으로 만든다. 이런 고문을 이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가지 잘린 나무가 생각났다. 잘린 자리가 아물고 옹이가 되었다가 언젠가부터 언제 그랬느냐 싶게 나무에게서 사라져가는 상처의 흔적...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이 말을 저자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바둑의 세계나 인간 세계나 승부의 세계는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그 세계를 살아야 잘 사는지, 승부 세계인 바둑의 세계에서 겪는 일들과 인생에서 겪는 일들을 결부시켜 아주 쉽고 감명 깊게 이야기 해준다. 힘겨운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도 지는 것도 자연의 이치처럼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풀어가면서 사는 법을 저자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귀한 책을 읽게 해주신 저자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제본인 상태인 만큼 도움 되시는 말씀을 한 마디 드려야할 텐데, 사실 생각보다 훨씬 더 넘쳐 할 말이 별로 없다. 꼭 드리자면 책 내용이 좋은 만큼 책 내용 배치라던가, 각주라던가, 조금 더 편집하시는 분이 신경을 써 주시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책 내용이 잘못 구성되면 지루하게 읽힐 수도 있으니 이 점만 지금 이상태에서 연구해주시면... 더욱더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